계속 드는 고민이 있다. 빵집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비록 아직 예비창업자이지만) 속재료를 준비하고 빵에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모양도 예쁘게 만들고...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다, '아, 나는 1인으로 시작하는데, 이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계속 든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나, 그 정도가 심하면 몸이 망가지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평생 빵과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책 한 권을 읽었다.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이라는 책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제빵사(이 책의 저자)는 남는 빵을 버리는 것이야 말로 생명을 버리는 일이라 말한다. 어떻게 하면 버려지는 빵 없이 빵을 다 팔 수 있을까 고민한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찾는 달달한 단과자류 빵을 포기했다. 쉽게 상하는 치즈나 그 어떤 속재료도 넣지 않는 딱딱한 유럽식 빵만을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이 일을 진정 사랑하고 오래 하기 위해서 '열심히'가 아닌 '적당히'를 선택했다. 주 3일만 열고, 그것도 12시부터 18시까지만 오픈한다. 가장 신기한 점은 1년에 한 달 정도는 장기휴가를 간다는 점이다. 이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장사가 아닌가?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일했던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제빵사처럼 일찍 출근해 밤늦게 까지 일하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제빵사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프랑스 제빵사의 삶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뒤, 빵집의 운영방식을 바꾼 것이다. 열심히가 아닌 적당히로. 이 일을 평생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깨달은 것이다.
사실 월세 몇 백만 원을 내야 하는 이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빵집을 열고 싶다.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에 의하면, 프랜차이즈나 개인빵집이나 저녁에 버려지는 빵이 어마무시하다. 또, 대한민국 제빵사로서의 삶은 정말 막노동과 같다. 매일매일 몸을 갈아서 빵을 만든다. 제빵사로 일하면서도 '내가 과연 이 일을 이렇게 한다면, 5년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선택한 2번째 직업이 제빵사다. 그런데 5년만 일하고 아파서 할 수 없게 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가? 물론 아플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1년간 일해본 결과, 이런저런 통증(발가락 감각 사라짐, 허리통증, 발 저림 등)을 겪은 사람으로서 제빵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운영 방식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100살까지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일을 고통 없이 할 수 있을까? 답은 없지만, 그냥 이런저런 고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