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 나는?
9개월간의 백수시절이 끝이 났다. 내일,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빵집에 나간다. 9개월, 대학교 시절을 제외하고 이렇게 맘 놓고 쉰 기간은 처음이었다. 이 기간에 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돌이켜 보았다.
사실 빵집 창업을 위한 기간이기도 했다. 예비창업대회 출전, 관광아이디어공모전, 개인 인스타 계정 운영, 멘토와의 면담, 베이킹 클래스, 홈베이킹, 플리마켓 등 야금야금 많이(?) 준비했다. 거창하게 늘어는 놓았어도 실은 널브러져 있는 기간이 더 많았다. (사람은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면 시간의 중요성을 까먹는다.)
나는 성장했나? 어떤 것들을 쌓았지? 이 긴 시간을 충실하게 보냈나? 이 질문에 선뜻 "그럼"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충실히보다는 적당히로 지냈던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만약 다시 백수 첫 날로 돌아가도 똑같았을 것 같고, 어차피 시간을 돌리 수 없다. 때문에 복기는 하되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내일 나는 다시 빵집에 나간다. 기술직이라 다행인 것은 일자리가 조금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을 하러 나간다는 것은 싫다. 참 모순이다. 5년 다닌 회사를 때려치우고 새로운 직업을 가져보겠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빵집에 취직했다. 처음. 힘들었지만 설레었던 처음. 그러나 이제는 또다시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존재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나에게 빵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것이 빵이었고, 빵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제빵사를 제2의 직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지금, 빵 만드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나? 아님 그저 돈벌이의 수단인가? 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빵 먹는 것은 아직까지 좋아한다.)
내가 선택한 나의 또 다른 직업, 제빵. 내일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에 임해야 할까? 이 일을 내가 3년, 5년, 10년 뒤에도 할 수 있을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를 다시 고민해 본다. 물론 정답은 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