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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경퀸 Aug 14. 2023

조금 아쉬운 스타벅스 텀블러 사용법

다회용 컵에 받아서 개인 텀블러에 또 넣게 되는 이상한 프로세스

2018년 말, 환경부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실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경우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적었고,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환경부의 정책에 잘 따라갔다. 다양한 텀블러가 카페 테이블 위에 올라갔으며, 스타벅스처럼 예쁜 텀블러를 판매하는 카페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제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하나의 취향이 아니라 트렌드가 되었으며, 텀블러 사용을 하는 것이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자처럼 보이게 되었다.   


벌써 5년전인 2018년도, 나는 스타벅스 빠순이었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프리퀀시도 모았었고, 신메뉴는 항상 회사 사람들중 제일먼저 먹어보는 스벅 메뉴계의 얼리어답터였다. 그렇게 된 데에는 스타벅스의 영업시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프로 N잡러로 다양한 것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금도 간혹 회사가기전에 스벅에 들려서 업무를 보고는 하는데. 당시에는 N잡러 초창기 시기로 한 건당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잘 가늠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회사에서 가까운 스벅의 영업시간 (07:00~23:00)은 찰떡이었다. 눈 뜨자마자 대충씻고 회사 쪽 스벅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시는 모닝 커피와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초년생이라 돈 개념이 없었기도 했지만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나는 텀블러를 애용했었다. 스타벅스는 다른 프렌차이즈보다 월등히 빠르게 텀블러 리워드 시스템을 도입했었다. 매장 또는 테이크아웃일 때 개인용 텀블러를 이용하면 에코별 적립 1개나 300원 할인을 해주고는 했다. 지금보다는 더 좁은 폭의 환경지킴이(?)를 지향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저 300원 할인이 참 좋았는데, 당시 내 최애 메뉴가 돌체라떼(일반우유로 변경, 에스프레소 휘핑크림추가)였고, 한 잔에 약 5,600원이었다. 그런 상황에 300원 할인은 야금야금 모으면 커피 한잔 가격이 금방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게 참 유용한 제도였다. (나중에는 회사 앞 스벅 파트너랑 친해져서 안부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좀처럼 잡히지를 않으면서 스타벅스의 개인텀블러 정책이 바뀌었다. 개인 텀블러를 파트너에게 보여주면 기존에 받던 혜택들은 받을 수 있지만(300원 할인, 에코별 1개 적립) 음료는 일회용컵에 나온다. 파트너들의 위생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겠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낭패처럼 들리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에는 테이크아웃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먹고 간다고 말한 뒤 다회용 컵에 담겨 나온 음료를 내 텀블러로 옮겨 담는 식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진짜 많이 번거롭긴 하지만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면이야.





내 제로웨이스트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친구들, 텀블러와 유리빨대


모든 내 제로웨이스트 생활에 기반을 만들어 준 아이템들은 2018년부터 출발했다. 왜 환경을 지켜야겠어! 라고 생각했는지 그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당시 일기나, 관심사 등을 살펴보면 확실히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주말에도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카페를 자주 다녔던 나로서는 텀블러와 유리빨대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 지금부터 나와 함께 해준 텀블러 친구들을 소개해 보겠다.


2020년부터 뚜껑이 잘 안 닫혀서 물이 새는 바람에 거진 집에서 물컵으로 사용중이다

약 7년간 사용한 스테인리스 텀블러이다. 미국 교환학생으로 다닐 때 학교가 시애틀 근처에 있어서 스타벅스 1호점에 들려서 사온 텀블러이다. 이전까지 제대로 된 텀블러는 알바할 때 사장님이 주셨던 개인카페 아이스텀블러 밖에 없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보다는 보온병이라는 말과 무거운 보온병 자체가 더 익숙했던 나에게 가볍고 음료 온도 유지를 잘 시켜주는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옛날에도 나는 조금 유행을 따르는 편은 아니었다.) 뭐든 하나를 사면 꾸준히 이용하는 편이다보니 2020년까지도 저 텀블러 하나만 꾸준히 이용했었다. 근데 지금은 세월이 지나다보니까 플라스틱 뚜껑과 스테인리스의 규격이 벌어지면서 들고다니기에는 물이 새는 위험성이 너무 강해 집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아니지만 구성이 똑같다

예전에 산 텀블러중에 낭비라고 생각되는 텀블러가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길어 보이지만 밑이 LED 전구가 있어서 스타벅스 tall 사이즈 정도의 음료밖에 넣을 수가 없다. 또한 플라스틱 텀블러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료는 넣을 수가 없다. 토출구가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어 유제품이 들어간 음료의 세척이 무진장(!!!)어렵다. 저 텀블러를 구입한 뒤 나는 한동안 텀블러를 구입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 뒤로 텀블러를 구매한 적이 없다.


이건 2020년 초, 유럽 여행을 다녀온 T가 사온 워터 보틀이다. 지금은 집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운동 갈 때 챙겨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옆에 실리콘이 달려 있는데 빈손에 들기 딱 좋아서 주로 일상에서 사용중이다. 용량도 꽤 큰편이라서 많이 넣고 다닐 수 있다. 회사갈 때나 카페를 갈 때에는 들고 나가지 않는다. 입구의 목이 좁은 편이라서 얼음이 들어가는 메뉴는 잘 들어가지 않는게 첫번째 이유. 세척이 용이한 형태가 아니라 유제품이 함유된 메뉴를 넣지 못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역시 세척하기 귀찮아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예쁜데 들고다니기도 애매

직전 글에서처럼 나는 당근마켓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한 판매자한테서 물건을 많이 샀더니 덤으로 텀블러 두 개를 받았다. 하나는 아이스 텀블러(tall), 하나는 스테인리스 텀블러이지만 아이스 느낌이나는 것. 둘 다 사용하기에는 포지션이 애매해서 집 진열장에서 썩고 있었다가 분가를 하면서 두고 나왔다.


대나무 빨대, 실리콘 빨대,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등 우리나라에는 각양각색의 재료로 만들어진 빨대들이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리빨대를 고른 이유는 다른 빨대들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대나무 빨대는 특유의 나무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음료의 풍미를 떨어트리거나 계속 맡으면 물려버려서 긴 시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졌다. 실리콘 빨대도 비슷한데, 나는 실리콘에 달라붙는 먼지를 제거할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스테인리스 빨대는 입술에 촉감이 너무 서늘할 것 같았다. 뭉툭하게 물리면서도 깨끗하게 세척이 가능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무취의 빨대. 유리빨대 뿐이 없었다.


예전에는 일반 텀블러용 빨대와 조금 두꺼운 프라푸치노용 빨대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2년 사이에 다양한 종류가 생긴 듯 하다. 길이도 길어지고, 밀크티 전용 빨대까지 생겼다. 밀크티하니까 생각나는 아쉬운 것은 대다수의 밀크티 판매점에서는 개인컵 사용이 불투명한것과, 내가 다니는 공차는 주로 키오스크라서 개인컵 사용을 하려면 조금 번거롭다는 점이다. 키오스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반영이지만, 아직 사람이 있는 카페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텀블러 구입을 안하게 된 것은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굳이 나중되서 안쓰고 쓰레기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텀블러를 구입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뉴스도 읽었다. 그래서 정말 환경을 위하고 싶다면 예쁜 텀블러가 나올 때마다 구입'만' 하지 말고 소수 몇개의 텀블러만 이용해서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 스테인리스의 경우 1,000번을 사용했을 경우 일회용컵보다 환경 보호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절반이 스테인리스이고 시애틀에서 온 친구는 7년째 사용중이니 이미 충분히 환경 보호의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 참 다행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플라스틱 병

반전이라고 한다면 요즘은 카페를 잘 가지 않는다. 물가도 상승했고, 집에서 출퇴근 하는게 아니라 자취를 하다보니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티젠의 샤인머스캣 콤부차를 저 플라스틱 물병에 담고 얼음을 넣은 채로 다닌다. 가벼운게 최고. 선식이나 각종 단백질 쉐이크를 살 때 딸려오는 플라스틱 물병을 이렇게 활용하는것도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쉐이크 보틀 색상 란에 '선택하지 않음' 이라는 선택지가 생겨서 무척 좋다. 쓰지도 않는 플라스틱 병이 늘지 않는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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