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작가
동글이는 얼굴도 배도 동글동글
첫 만남엔 다소 험상궂은 얼굴이았지만,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동글동글
동글이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중학생 남자아이예요.
첫 만남에서는 내가 낯설었는지 "오지 마!"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더니, 고맙게도 이내 마음을 열어줍니다.
처음엔 동글이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어떤 게 있을까 이것저것 그려보게 했지요.
이미 훈련된 이미지들(집, 나무, 꽃, 산...)을 말만 하면 척척 그려줍니다.
하지만 조화롭게는 어려워요. 나열하듯 관찰은 없이 배운 대로 이미지를 재생합니다. 이런 활동은 나도 동글이도 재미가 없어요.
동글이와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던 차에 내가 사랑하는 작가 '에릭 칼'처럼 색종이 만들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애릭칼의 그림책을 보면 독특한 색종이들을 잘라서 콜라쥬한 모습이랍니다.
첫째 날은 빨간색종이 만들기!
화지를 남김없이 빨간 물감으로 채워주는 활동을 했어요~
무려 4절지에! 완성하고 동글이의 표정에 뿌듯함이 가득합니다! 무엇을 그릴 필요가 없어요. 그저 빨간색의 에너지를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매일매일 단색종이를 만들어서 색종이를 잘라 붙여 무지개를 만들어 주었지요. 아직은 모양에는 관심이 없는 동글이입니다.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물을 조금 더 넣어 묽게 칠해주기도,
물을 조금 넣어 뻑뻑하게 칠해주기도, 이제는 여러 가지 색을 써서 색종이를 만듭니다.
그날에 당기는 색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동글이와 나는 색종이를 만들면서 컬러가 주는 느낌과 에너지를 함께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하는 컬러들이 달라졌어요. 화지 안에 동글이의 마음이 차곡차곡 담깁니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 에릭 칼.
에릭칼의 작품들은 아이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달해 줘요.
처음 에릭칼을 알게 된 건 첫아이를 출산하고 친구가 선물해 준 '배고픈 애벌레'였지요.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책. 그때는 애릭칼이라는 작가가 내게 각인되지 않았지요. 아이를 키우며 그의 많은 책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그만의 색채와 그만의 따스함에 매료되더라고요. 참 특이하다고 생각되었을 즈음 흘러 흘러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지 알게 되었지요. 인상도 푸근한 할아버지 같아요.
그의 작품의 기본정신은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었어요.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는 자연물을 주인공으로... 그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숲 속의 생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그의 말처럼 나의 글을 읽을 독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요.
동글이와 나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있는 그대로의 너로 존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