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우리 ㅇㅇ이 너무 멋지다!
그녀의 어릴 적 첫 기억은 장면이라기보다 한 장의 사진과 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서울역인지 대구역인지 기차역 앞 광장에서 분홍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춤추고 있는 아이. 옷과 어울리지 않게 바가지 머리는 좀 웃기다고 생각을 한다.
그녀의 나이 3세.
막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그녀는 광장이 무대인 양 음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고,
주변의 어른들은 귀엽다는 듯이 아이가 춤출 공간을 내어준다. 그 공간에서 아이는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들어 댄다.
어쩌면 그 기억 - 그 기억은 아버지의 기억이지만, 덕분에 첫 번째 가면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후에도 아버지의 추억 이야기에는 커다란 스테이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굉장히 '나서기 좋아하는' 어린 그녀가 자주 등장한다.
"설악산관광호텔 나이트 무대에 올라가서 춤을 추니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ㅇㅇ이를 둘러싸고 박수를 치며 함께 춤을 췄지! 그때 우리 ㅇㅇ이 진짜 멋졌는데!"
"ㅇㅇ전통시장 풍물놀이에도 신나게 참여했었지!
그런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뻤단 말이야!"
아버지의 바람이었을까? 어디서든 당당하고,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 뭐든지 즐겁게 해내는 사람. 설마 댄서를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은근한 부추김 때문에 그녀는 어디든 잘 나서고, 에너제틱한 가면 No.1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가면이란 관계 속에서 필요한 것이기에 가면의 생성엔 타인의 평가가 필수적인 요건이 아닐까?
그녀는 오늘도 무대 위에 오른다.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는 아니지만,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장기를 자랑한다. 아버지의 바람에 부응하듯 No.1 가면을 쓴 그녀는 신들린 연기를 한다. 하지만 가면뒤의 그녀는 부끄럽고, 무섭고, 슬프고, 아프다.
부끄럽고 무섭고 슬프고 아픈 것을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가면을 덧대어 쓰고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견고한 가면을 덧대어 쓰고는 여유로운 미소와 제스처를 해대는 그녀 자신이 불안불안 하지만, 가면을 쓴 그녀의 무대에서 내려올 수는 없다.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No.1 가면 덕분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가면이라 벗는데도 긴 시간과 많은 용기가 필요한 걸 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평가.
그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슬프다.
또, 그 슬픔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가면을 생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