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넘고 넘어 찾아가는 진짜 내 일
사회생활 시작부터 나는 참 불만이 많았다. 컨설팅을 할 때는 협력사 업무공간에 창문과 개인 사물함이 없는 게 불만이었다. 한겨울에 밖에서 따뜻한 집을 바라보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고객사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비치고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밤낮과 계절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대기업은 창문이 아주 많았다. 개인 수납도 넉넉했고 심지어 화장실에 칫솔 사물함도 있었다. 다만 사내 경쟁이 불만이었다. 첫 부서장 면담에서 "본인이 동기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이 뭔가?"라는 질문에 "사내에서는 경쟁 안 할 건데요"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니 연수 때부터 그랬다. 빛나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계속해서 팀을 쪼개서 줄을 세웠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 기둥처럼 중간에라도 머무르려면 아등바등해야 했다. 나비가 되고 싶었다.
기술 스타트업은 성장 기회가 열려있었다. 주도적으로 예산을 따오고, 가설을 검증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출발점이 사용자가 아닌 기술인 게 불만이었다. 사용자의 문제를 푸는 최선의 솔루션을 찾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사용자의 맥락에 끼워 넣는 게 어색했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하고 싶었다.
물론 감사할 부분도 있었다. 주변에 능력 있는 분들도 많았고 좋은 대우도 받았다. 사내외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소중한 인연도 생겼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만들어주는 신용으로 집도 마련했고, 맛있는 밥도 먹고 부모님 용돈도 챙겨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았다.
불만과 불만을 넘어 도달한 곳은 창업이다. 불만의 끝이 도전의 시작이라니. 비효율적인 공조가 불만이었고, 데이터를 모아보니 그 많은 탄소 배출로 빚어내는 실내 공기가 이 정도 수준인 것도 불만이다.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인데 사람 손을 많이 타는 것도, 위생적이지 않은 것도, 가전이 공간 한편을 차지하는 것도, 소음도 불만이다. 고객사 공간이 건조한 것도, 무작정 난방만 하는 것도 불만이다.
어쨌든 창업을 하니 사내에서는 불만이 없다. 내가 다녀본 회사 중에 가장 좋다. 사용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사내 경쟁 대신 성장을 쫓고, 창문과 식물이 있다. 습도 조절도 된다. (기승전습!)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할 방법이 있다. 어쩌면 불만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과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던 걸지도.
불만은 말 그대로 만족하지 않는 것이니, 거꾸로 말하면 새로운 시도의 동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라고 고상하게 인용했지만, 세상에 온통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충만한 상황이라면 무슨 혁신이 있었겠나.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불평쟁이에 불과하겠지만 소통하고 움직이면 변화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