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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Apr 29. 2024

23년도 정기 주주총회

[제1-1호 의안] 이사 손경희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친구들이랑 회사를 하나 만들 거야.

사무실도 없이 우리 집 거실에서 회의하고,

말도 안 되는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투자자도 만나볼 거야.


살 사람이 없는데 만들고 싶은 걸 만들다가 몇억을 날리기도 하고,

월급날이 다가올 때 잠을 못 자기도 할 거야.

무슨 말부터 꺼낼지 수십 번 고민하다 해고도 할 거야.

영업인 줄 알고 불려 다니다가 허탕을 치기도 하고,

협력사 대표가 알고 보니 범죄자여서 놀라기도 할 거야.


몇 년을 공들여 내가 아는 가장 따뜻하고 멋진 사람을 데려올 거야.

그리고 그 사람 말을 잘 들어 회사가 살아남게 할 거야.

처음 회사를 만든 친구들과 섭섭한 이별을 하기도 할 거야.

무섭게 화내던 고객을 사르르 녹이고 내 편으로 만들 거야.

피해를 입으면 제대로 보상도 받아낼 거야.


내가 다녀본 회사 중에 제일 좋은 회사를 만들 거야.

동료들이 얼굴을 보면 서로를 반겨주게 할 거야.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줄 거야.

그 돈으로 배우자랑 멋진 여행을 다녀오게 할 거야.

사는 집의 월세와 아버지의 어깨 수술비를 감당할 수 있게 할 거야.

암 병동 엄마 곁에서 재택근무를 해서 우리 딸 좋은 회사 다녀서 참 다행이라고 칭찬받게 할 거야.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오래 다닌 회사를 만들 거야.


한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고

한순간도 최선이 아닌 적이 없었으니까.

3년 전으로 돌아가도, 설령 이 모든 걸 다 안다고 해도


나는 또, 기어이 다시 시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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