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다 보면 생길 줄 알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이 다양성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를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인류애 같은 것들이
자라나길 바란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까지는 영 발전이 없다.
와, 하고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7명은 기록의 현장에 함께하고, 38명의 자막을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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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들은 편하고 가까워지고 싶고
또 어떤 모습은 발견하면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사실 이건 그 사람보다는 내 문제다.
나 역시 고치고 싶은 면, 좋아하지 않는 면을 가진 사람들은
거울을 본 것 같아 화들짝 놀라듯 피하고 싶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진 사람들은
닮고 싶고 가까이에 있고 싶다.
사람들이 이토록 다르고 다양하구나, 넓은 세상을 마주했을 때
더 큰 호기심으로 이 바다를 항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안전하게 여겨지는 내 작은 섬에 머무르고도 싶다.
가끔 가까운 섬에, 내 친구의 섬에만 놀러 가고.
내가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들만 내 섬에 초대하고 싶다.
더 많은 연결이 일어날수록 한편으로는 고립되고 싶다.
안전한 영역에 머무르고 싶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고 포용하고 싶지만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랑 비슷한 결의 사람만 쏙쏙 골라 만나서
그래 이게 맞지, 세상은 이런 거야, 하고 착각하며
일부는 배척하며 끼리끼리 살고 싶다.
팀에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동물적인 생존의 시대에는 낯선 것에 두려움을 가진 유전자가
살아남기에 유리했을 거라고.
다른 나라, 다른 얼굴의 사람들이 풍토병을 가져와
인구의 1/3이 감염된 적도 있으니.
나와는 너무 표현 방식이 다른 사람을 보고
인터뷰어인 릭에게 감탄을 하기도 한 적도 있다.
솔직히 나라면 30분을 못 버텼을 거야.
저렇게 깊이 있는 질문으로
함께 생각을 파고 내려하기는커녕
집에 가고 싶었을 거야.
와 어떻게 집중력 있게 쭉 들으셨어요?
물 같은 유연함과 수용력이 놀랍다.
에잇 지금의 나는 별 수 없이 이 정도 그릇이다, 하고
편하게 받아들여보려고 애써 본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훈련으로 가능할까?
남은 62명의 이야기를 더 들으면서
토독토독 자막을 쳐내는 반복 수행을 하면
오롯하게 존재를 인지할 수 있을까.
날 것의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자신을 투사하지 않고 상대를 보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