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출마하려고 회사를그만둔32세 이대호 이야기
성남에서 출마하려고 회사를 그만 둔 32세 이대호
때는 21년 4월,
논스에 1인 선거 캠프를 차린 대호님을 만났습니다.
준비하고 계신 성남 시장 선거 이야기가 궁금해요. 성남 시장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원 3000명의 표를 모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성남 시장 경선은 50%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합산으로 결정돼요. 정치권에 계신 분들께 여쭤봤는데, 당원 몇 천 명이 찍어줘야 후보가 될 수 있고,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해요. 대략 3천 명? 대중적인 지지도도 중요하고요.
문제는, 정당에 가입하는 일은 절대 자발적이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하는 경우는 굉장히 소수고, 누가 권유해서 하는 거죠. 기존 당원들은 이미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요. 제가 지지 당원을 모으려면, 민주당원이 아닌 사람들을 전환시켜야 하죠.
어떻게요..? 신규 당원 모집은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일단 두 단계예요. 도달과 전환. 저한테는 도달이 더 어려워요. 제가 안 유명하니까요. 저를 알리고, 제가 하려는 일을 설명하는 게 도달인데, 일단 유튜브 같은 SNS로 동네 주민들에게 다가가려고요. 8개 정도 페르소나 짜 놓은 게 있어요.
성평등 - 직장인 여성
꼰대 문화 - 2030 직장인
비아파트 거주자의 생활환경 - 정주여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아파트 거주자
반려 동물 - 그들이 더 행복하길 바라는 반려인
쓰레기 줄이기 - 배민 주문할 때 플라스틱 수저 빼는 사람
휠체어와 유모차
폐지 줍는 노인 -극빈층 노인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우리 할머니를 우리 엄마가 돌보는데, 우리 엄마도 곧 할머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자녀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성남 FC - 전용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블랙리스트(성남 FC 팬클럽) 멤버
이런 테마와 페르소나를 연결 지어서, 관심사 기반으로 타겟팅할 예정이에요. 이런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전환을 해야 해요.
와.... 마케팅 원론 강의 듣는 것 같아요. 진짜 고민 많이 하셨네요. 그럼 전환은 어떻게 해요?
전환에 대해 제가 찾은 솔루션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되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조직) 에요. 선거 캠프를 3000명 규모의 DAO로 만드는 거예요. "너 이런 주제에(위에 말한 테마들) 관심 있지? 근데 네가 시간 내서 직접 사회 변화를 만들긴 어렵잖아. 내가 대신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당선돼야 이 일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나를 당선시켜줘."
그리고 나면, 우리 팀은 디스코드가 되었던, 단카방이 되었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기서 다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1/3000이 되는 거죠. 그 DAO를 통해 우리 캠프의 중요한 의사결정 같이 하는 거예요. '캠프 이름 뭐로 하지?' 이런 거.
커뮤니티는 처음에 0명에서 시작하는 초기 시작이 제일 어렵다던데, 첫 100명을 어떻게 모으실 생각인가요?
일단 제가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으로 50명을 모을 수 있어요. 근데 나머지 50명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에요. 일단 지금 생각하는 거 몇 개가 있는데,
첫 번째는 NFT(Non Fungible Token, 암호 화폐의 한 종류로, 개별 토큰이 마치 게임 아이템처럼 온 세상에 단 한 개뿐이다)로 멤버십을 일러스트화 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그 사람이 원하는 어젠다가 있으면 토큰에 박아줄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제페토에서 착안한 건데,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해서, 당원 가입해주는 사람에게 그 사람만의 스타일, 나만의 아바타를 선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해서요! 공약주스(대호님이 하셨던 정책 공약 소개 프로젝트) 때도 느꼈는데, 뭐든지 귀엽고 예뻐야 후킹 해요. 아 너무 귀엽다. 이거 가지려면 뭐 해야 하지? 아, 돈 내고 사는 게 아니고 당원 가입하면 선물로 주는 거구나! 나만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리워드로 주는 거죠. <계란 한 판> 멤버에게만 주는 선물이에요.
그 외에 또 뭐가 있을지.... 고민 중!
<계란 한 판>? 그게 뭐예요?
이 프로젝트의 쉬운 비유예요. 사람들에게 "당원 동지 됩시다!" 하면 거부감 느껴지니까, 좀 더 재밌고 편안한 비유를 들고 싶었어요. 제가 오랜만에 유튭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다시 보게 됐거든요. 그의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 그에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네가 하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라고 하신 말씀에 대한 연설이에요. 그 연설을 많은 민주당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억하고 있어요.
그걸 보다 보니 '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에 꽂혔어요. '아! 계란 몇 천 개, 몇 만개면 바위가 깨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다가가려는 사람들은 다 날계란이고, 이들을 삶아(당원으로 가입)서, 삶은 계란이 3천 개쯤으로 늘어나면, 이거 해볼 만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같이 일할 멤버는 어떻게 모으세요? '선거 캠프'요
이게 제가 해야 할 일 중에 제일 어려운 일이에요. DAO 만든다고 하지만, 대부분 간편하게 참여만 할 테니까요. 그럼 이 사람들을 모으고 꾸준히 일해나갈 풀타임 동료가 필요해요. 제가 알고 지내던 친구들 중에 이 일 하고 싶어 할 만한 사람 누굴까? 고민해보고, 그들을 만나서 얘기 나눠봤어요. 2명에게 물어봤는데, 2명 다 거절했어요. 그게 참 좌절되는 점이었어요.
저는 낙관적이라, 다들 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요. 한편으로는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죠. 그리고 생각해보니, 거절한 게 당연해요!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지, 저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자기 인생에서 1년을 통으로 헐어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을 제가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선거캠프는 어떻게 보상을 주나요?
다른 캠프들은 당선된 후 자리를 줘요. 당선인이 임명권을 가진 자리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대통령은 장관을 다 임명하고, 서울시장은 부시장(차관급)을 임명할 수 있어요. 그런데 성남시장은 임기 4년 동안 6급 1명, 7급 2명을 임명할 수 있어요.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 함께하자고 할 때 보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죠. 함께 일하는 동안 보수를 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엄청난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죠.
성남시는 그런 게 많이 없어서, DAO 같은걸 생각하게 됐어요. 밀도 높은 기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없어서, 차라리 우리 팀을 평평하고 넓은 팀으로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요.
대호에게 정치란?
제가 적어온 게 있어요.
정치는 내게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활동이다. 정치는
(1) 자원 배분의 규칙을 바꿔서
(2)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 불의한 일을 당한 사람의 편을 드는 일이다. 물론 사람마다 어려운 처지와 불의한 일을 서로 다르게 정의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와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끼는 상태
논스 떠나는 소회가 궁금해요. 논스 얼마나 계셨죠?
거주는 2년 좀 안됐고, 이 커뮤니티에 참여한 건 좀 더 오래됐어요. 2017년 여름쯤?
엄청 오래됐네요. 2017년에 뭘 하셨어요?
구논스(2018년에 정식으로 커뮤니티 하우스를 시작하기 전, 하숙집에 와글와글 모여 살던 시절)에서 수다 떨고. 비트코인 공부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했죠.
구논스는 어떻게 아셨어요?
YH(논스 공동 창업자)랑 2016년 말에 처음 만났어요. 각자가 선거 관련 웹서비스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했는데, 우리 둘 다 동일한 제삼자에게 연락을 했어요. 그 제삼자는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너랑 비슷한 애 있는데 너네 둘이 만나볼래?' 해서 YH를 만났어요.
얘기 나눠보니 재밌었어요. 서너 달 같이 합숙하며 <누구 뽑지>라는 웹서비스를 만들었어요. 2017 문재인 대선을 타겟팅한 서비스예요. 페르소나를 10여 개 만들고, 각 페르소나가 궁금해할 만한 주제 리스트업 하고, 각 후보가 어떤 입장인지 보여주는 서비스였어요. 예를 들어 '공시생' 페르소나는 '공무원 증원 계획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후보별로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게 해 준거죠. 10만 뷰 기록한 서비스예요.
(마침 지나가는 YH. 양반이 못된다고 합니다) YH아! 너 얘기하고 있었어!
프로젝트 막바지에 YH가 갑자기 자기 유튜브 방송한다고 했는데, 그게 블록체이너스 1회 방송이었어요. 그때는 바쁜데 딴짓한다고 해서 '얘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했는데, 그게 논스의 시작이었어요. 아 첫 화에 저 나와요! 출연진 1/3이죠.
나중에 다시 YH 만나서 얘기 나누는데, 논스를 만들었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 강남역 근처에 50평 집 임대해서 수다 떨고 공부하며 살고 있어!" 당시 저는 서울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재밌어 보여서 주말이나 퇴근 후에 자주 갔죠.
그래서, 이제 논스를 떠나려니 소회가 어떠신가요?
제가 적어온 거 보여드릴게요. 똥폼 잡아서 부끄럽긴 한데 진짜 그렇더라고요.
불안하다. 논스는 용기의 원천이고 생각의 재료를 끊임없이 제공해준 공동체다. 내가 가진 핵심 자원들을 준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려니 두렵다. 그렇지만 논스로부터 멀어질 용기 또한 논스에서 얻은 것이다.
이제 떠나니깐..
아 마음은 안 떠났잖아! (YH)
아. 마음은 안 떠났지.
YH아 대호님 NFT 하신대 (젠)
아 그거 YH가 영감을 준거예요! YH가 보내준 1, 2, 3개 아티클 읽으니까 각이 나오더라고요? 기술적 어려움만 뚫으면 돼요.
아 NFT로 collaborative art & asynchronous production, 그러니까 programmable art를 할 수 있지 (YH)
한 명이 만들고 거기에 누가 덧붙이고 또 다른 누가 덧붙이고, 이게 디지털이라 가능한 작업이지. 아직 지원하는 플랫폼이 많지는 않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해! (YH)
..글쓴이가 이해를 못한 관계로 후략..
오! 대호님 사무실 엄청 예쁜데요!
다육이도 새로 들였습니다.
논스 떠나니 어떤가요?
적적해요. 논스 월세의 상당 부분이 원할 때 언제든 사람들에 둘러 쌓여 놀 수 있다는 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오랜만에 다시 선거 준비 얘기를 해볼까요? 지금 캠페인 어떻게 하고 있나요? 계란 한 판, DAO, 워킹그룹 등등 얘기해주셨었는데요.
와 제가 그런 얘기를 했었네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여전히 똑같은 건, 워킹그룹 모으는 게 여전히 어려워요. NFT와 DAO와 같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다 폐기되었거나 당장 할 수 없는 단계예요. NFT는 하고 싶은데 일단 커뮤니티가 형성된 다음에 해야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유튜브 열고 구독자 5만 명 되면 할 수 있겠죠?
요즘은 어떤 일로 바쁘신가요?
유닛을 만들어 돌리고 있는데, <모두를 아우를, 계단정복지도> 라고,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웹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6명 정도가 같이 만드는데, 딱 프로젝트 베이스로 꾸려진 팀이에요. 어제 그분들 여기서 모시고 마라샹궈를 먹었습니다.
언제 출시돼요?
9월 초!
최근에 성남시 자립지원센터에서 자문을 구했는데, 되게 반가워하시더라고요.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센터에서 IT기술과 친화력이 높지는 않다 보니 엄두 못 내는 일이었는데, 자발적으로 하는 팀이 있다니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나, 이런 팀빌딩은 사회복지단체에서 하기 어려우니까요.
제가 IT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죠. 저는 선거 떨어지면 또 IT스타트업 가서 선량하고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날 거예요.
오, 입사 후보로 보고 계신 곳이 있나요?
당근마켓? 제가 최근에 지방생활 게시판에 저 출마할 건데 얘기 나눠주실 분 계시냐 물었는데(게시글 링크) 댓글이 97개나 달렸어요!
대호님 뉴스레터 재밌게 읽고 있어요. 제가 여러 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는데, 대호 님 거는 받자마자 열어봐요. 읽어보는 입장은 너무 재밌는데, 작성하는 입장은 어떠신가요?
제가 자영업자의 삶을 살아보니, 루틴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아침 몇 시까지 작업실에 간다, 이번 주에는 이거 이거를 한다. 하루에 몇 시간 일한다. 근데 그중에 저한테는 뉴스레터가 중요한 중심이에요. 일주일에 뉴스레터 2개를 내보낸다!
왜냐면 뉴스레터는 뭘 하지 않으면 쓸 수 없거든요. 하다못해 당근 거래를 하거나, 동네 돌아다녀보거나. 그래서 뉴스레터 루틴이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어 좋아요. 다만, 그러다 보니 유튜브가 좀 늦어지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 저는 짱 잼인데, 다른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오픈율 50% 정도 되고요, GA로 트래킹 하는 건 회당 2-300명 정도가 받아보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3만, 5만으로 늘릴까를 고민 같이 할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나약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야깃거리를 만들기만도 벅차서, 마케팅 사이드에서 성장을 고민해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뉴스레터는 1:1 느낌이라, 유튜브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대호님은 SNS 보다는 뉴스레터에 집중하고 계신 건가요?
뉴스레터는 고관여 콘텐츠고, 저에 대한 인지와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밌다는 걸 검증했어요. 얼마 전 다녀온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옛날 회사 이사님이 "야 나 니 뉴스레터 토씨 하나 안 빼고 다 읽고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아는 사람 이야기고, 편지 형식이라 그런지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긴 해요. 문제는 이게 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허들이 높은 컨텐츠라는거죠. 그래서 유튜브가 필요한데, 비인지 → 인지로 넘어가게 하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제 뉴스레터를 봐주시면 돼요!
다시 논스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2호점 삶 어떠셨나요? 쭉 2호에서만 사셨죠?
이호의 삶은 안락했어요. 이호에 오래 살아서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는데, 재밌었어요. 논스톱 시즌 3개가 지나간 느낌? 하이킥 교장선생님처럼, 신입이 바뀌어도 교장선생님은 안 바뀌잖아요. 그런 거?
대호님은 이번에 졸업한 고인물이시군요. 고인물에게 논스란?
떠나야 하는 곳? 저는 논스를 떠나면서, 논스가 조선소 같은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조선소에서는 배가 만들어지지만, 완성된 배가 머무는 곳은 아니잖아요? 배를 잘 만들었을수록 멀리 보내게 되죠. 배를 만드는 동안에는 조선소가 최적의 환경이지만, 완성품에게는 아니거든요.
저도 여기 이사 오기 전에 들었던 생각인데, 떠나기 싫더라고요. 논스는 친구들 많고, 있으면 편하고 그러니까요. 논스에 들어오면 그 높은 교감의 밀도에 중독되죠. 근데 문제는, 저는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를 해야 하는데, 계속 논스에 머무르는 게 최선인가? '가장 편한가?' 하면 맞아요. 그런데 '성과를 내는데 최적인가?' 하면 아니란 말이죠. 안락하니까 논스에 머물고 싶은 인센티브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논스의 여러 친구들이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다 만들어진 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대호에게 커뮤니티란?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예전에는 삶의 수단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목적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수단이라는 건,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없으면 외롭거나,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그래서 공동체는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한 수단적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 10년 정도부터 꾸준히 든 생각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교감'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교감이라는 게 포괄적인 의미인데,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와 이거 진짜 맛있다' 하는 거도 교감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감정이 충돌하는 갈등의 순간일 수 있어요. 그런 교감이 되게 그 순간에 몰입하게,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교감'인 것 같거든요.
... 그런 교감이 되게 그 순간에 몰입하게,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반대는 권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살지? 찰나의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지? 인간이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정말 삶이 무의미해지죠. 그런데 타인과 교감할 때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어쩌면 교감의 순간들을 충분히 경험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기 낳고, 이런 거도 교감의 표면적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인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교감의 전제이자 환경이니까, 어쩌면 목적일 수 있겠다, 싶어요.
대호에게 정치란?
이전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고, 갈등을 중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요즘엔 좀 달라졌어요. 소외되거나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게 만드는 게 정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정치권력 가진 사람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데는 어차피 한계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판교 서현동에 빈 땅이 있고, 주민들은 아파트가 싫고, 판교에는 스타트업은 없고 IT 대기업만 있고, 이걸 엮어서 좀 더 나은 문제 해결이 이뤄지게 할 순 없을까? 아 여기에 논스를 하자! 다 같이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 이런 거죠.
저는 논스를 경험해봤으니까, 물리적으로 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에서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알잖아요? 그걸 한번 이 도시에서 해보고 싶은 거죠. 그러면 네이버 카카오 다니던 사람이 판교 논스에 살았을 때, '저 그만두고 옆방 친구랑 창업할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호님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