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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Mar 22. 2023

샤이니 팬보이, 능력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다

매출 10억을 달성시켜도 인센티브가 0원인 직업이 있다. 이 직업의 현실은 좀 극단적이다. 이를테면 오늘 갑자기 멜론, 넷플릭스, 웹툰 플랫폼들이 모두 사라진 환경에서 일하는 창작자 같은 상황이다. 모든 창작물이 불법으로 공유되는데 당신이 뮤지션이라면?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일한 만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진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 좌절감이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다. 한 번도 스포티파이와 같은 수익 분배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댄서와 안무가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춤이 유튜브와 틱톡에서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해도 관련 수익이 0원이다. 메타버스와 게임 등 가상공간에서 아바타가 춤을 그대로 따라 춰도 안무가에겐 아무런 경제적 보상이 없다. 이게 무려 글로벌 스탠다드다. 디지털 저작권의 관점에서 보면 춤 산업은 아직도 토렌트, 소리바다 등을 이용한 불법 공유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단계다. 산업에 대한 법적 인프라가 아예 없다.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것이다.


20여 년 전의 소리바다


물론 안무가 유명해지면 창작자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다음번 안무 계약에서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합리적인 보상일까? 마치 “일이 잘 풀리면 네 커리어에 도움 되니까 돈은 적게 받아도 괜찮잖아”와 같은 논리 아닌가. ‘열정페이’와 다를 바 없는 보상 체계다. 이 체계는 20년 넘게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능력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수익을 돌려주자


이런 환경에서 내가 하는 일은 안무가를 대변해 춤의 저작권을 명시화하고, 이 IP를 판매하는 것이다.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특정 안무를 자체 플랫폼에 등록하고, 제페토나 배틀그라운드 등 가상 공간에서 해당 안무가 팔릴 때마다 안무가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죽은 자본'이었던 안무를 살려내는 것이다.


무븐트(mvnt)에서 개발 중인 안무 에셋 유통 대시보드 (예시)


최근 안무 저작권은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틱톡, 릴스 등 숏폼 영상이 대세가 되면서 춤을 따라 추는 개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댄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안무가들이 대중적인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개인 방송 시장이 커진 것처럼. 이 시장이 유지되고 확장되기 위해선 수익화 모델이 필수적이지만 강의 외에는 성공한 모델이 없었다.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인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많은 분들이 손을 내밀어주는 걸 보면 잘 되리라는 확신이 강해진다.


하지만 없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정말 백지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할 해외 사례도 없고, 자본력이 큰 것도 아니니까. 험난할 게 뻔한 길이었다. 뭐 하러 이런 일에 도전했을까. 지금과 같은 춤 호황기를 기다렸다가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레하던 6살 남자아이의 꿈


6살짜리 남자애가 엄마에게 발레를 하고 싶다며 조른다.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요구였지만, 엄마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나는 만 3살 무렵부터 길 한복판에서 피카츄 춤을 만들어 추던 아이였으니까. ‘올 게 왔구나’ 싶으셨겠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외향적이었다


마냥 춤이 좋았다. 정확하게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하고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게 즐거웠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이 충동은 중학교에 가서도 사그라들지 않아 자연스레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나에게 춤은 재미의 영역이었다.


꿈이 정해진 건 2013년부터였다. 샤이니가 ‘Sherlock’부터 ‘Dream Girl’, ‘Everybody’와 같은 히트곡을 연달아 쏟아내던 무렵. 춤을 좋아하는 내가 이들의 퍼포먼스와 예술성에 압도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저렇게 멋진 사람들이 있다니… 꼭 샤이니처럼 멋있는 퍼포먼스를 할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샤이니만큼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고 평생 춤출 거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의 춤을 따라 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 연골이 선천적으로 약하다는 걸.


사람마다 관절의 유연성과 근육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때문에 사람마다 적합한 춤의 형식과 강도 역시 개인차가 크다. 하지만 열여섯이던 내가 그걸 알 도리가 없다. 그런데 어린 만큼 체력은 넘쳐났다. 심지어 뭔가 해보겠다는 꿈과 희망도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끓어올랐다. 일찌감치 예술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한 친구들을 뒤늦게 따라잡으려 더 무리를 했다. 관절에 과부하를 주기에 그야말로 탁월한 조건이다. 춤을 출수록 몸에 무리가 가해졌고, 결국 터질 게 터져서 한밤중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반월상 연골판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의술로 고칠 수 있는 영역을 가뿐히 뛰어넘어버렸다. 샤이니처럼 추기는커녕, 춤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을 본 셈이다. 한참을 울었다. 부모님조차 춤을 그만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할 만큼 몇주동안 침울해졌다.


몸으로 하는 일은 언제 허무하게 끝날지 모른다


어쩌면 공연예술의 고질적인 한계인 ‘휘발성’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춤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춤을 못 추게 되다니. 머리를 써야겠다. 무대 밖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자. 박진영처럼 판을 깔고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 어떨까? 그들이 오래오래 일할 수 있게. 나처럼 불시에 좌절하지 않도록.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손에 쥔 채로 고등학교에서는 공부에만 몰두했다. 어차피 춤을 멈추고 남은 선택지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커리어를 바꾸게 만든 커뮤니티


그 타이밍에 진형이라는 친구를 처음 만났다. 진형이는 항상 빨랐다. 새로운 공모전이나 대회가 있으면 어떻게 알고서는 같이 나가보자며 나를 꼬드겼고, AI나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앞서서 연구하는 리서처로서의 기질이 다분했다. 동시에 자신이 아는 것을 주변에 알리는 데에도 능해서 학교에서 인플루언서로 통했다. 


진형이 옆에만 있으면 새롭고 재밌는 일들이 벌어졌고, 몰랐던 영역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왔지만, 진형이와 함께 공부하는 동안은 지루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학에도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진형이는 또 새로운 걸 가져왔다. ‘논스(nonce)’라는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에 나 같은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코리빙 하우스라고. 그러니까 진형이가 말한 ‘미친 사람’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분야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논스에서 활동해보니 춤에 인생을 불사른 내가 떠올랐단다.


논스 정기 이벤트 도중 한가운데에서 잔뜩 신난 모습


논스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일찍 발견하고 부자가 된 형들부터, 새롭게 블록체인에 입문한 또래의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재밌는 건, 논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시장의 문제에 집중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어려도, 전문분야가 경영이 아니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하나같이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느라 밤을 샌다.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전혀 관심 없던 ‘비즈니스 모델(BM)’이라는 말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들린다.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100여 명이나 모아두니 비현실적으로 멋진 비전, 비현실적으로 멋진 팀이 탄생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다. 항상 같은 공간에서 밥 먹고 일하고 잠자던 친구들 중 몇몇이 어느새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하며 자신의 꿈을 숫자로 증명해 보였다.


창업가들과 함께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 출발점은 쉽게 나왔다. 안무가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니라 안무가의 고민을 해결하는 쪽으로 시선을 바꾸니 다양한 업계의 창작자 중 이 정도로 기본적인 수익 분배 체계가 세워지지 않은 영역이 드물다는 걸 깨달았다. 매출에 비례해서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영화, 음악, 웹툰, 게임, 출판 업계 등 어디와 비교해봐도 안무의 보상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당신이 미래의 안무가 혹은 댄서라면, 적어도 경제적 보상 때문에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으니까. 예술가들이 행복하고 돈 잘 버는 세상은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혁명가들이 불철주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건 정말 없다. 10년 전 수많은 ‘샤월(샤이니 팬을 부르는 애칭)’ 중 한 명이던 내가 이제는 아티스트이자 경영인으로서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당신이 뭔가 ‘미친 일’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논스에서 시작하길 바란다. 논스는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 꿈을 이뤄내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니까.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도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많은 이들이 무시하고 비웃었다. 안무 저작권도 몇 년 동안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내 도전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런 도전들을 가능케 해주는 모든 환경이 여기에 있다. 다른 길을 걷지만 비슷한 종류의 희망을 품은 사람은 물론, 앞으로 같은 길을 걷게 될 동료들로 붐비는 커뮤니티가 여기에 있다. 논스에 온다면 당신도 나처럼 가슴 뛰는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무븐트 CEO, 논스 파운데이션 멤버

정의준 드림




미래 혁명가들의 베이스캠프, 논스




* 이 글은 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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