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고요함, 그리고 그 감동
나는 눈만 뜨면 바다가 보이던 지역에서 살던 사람이다.
그런데 유독 수영을 싫어했다.
몸에 물이 닿으면 두려움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신랑과 연애를 하면서 수영을 하게 됐다.
처음엔 신랑의 등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수준이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나에게 물과 익숙해지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어느 날
신랑은 호흡할 수 있는 스노쿨링 안경을 나에게 주며 물 속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확실히 호흡을 할 수 있는 튜브가 있고 시야가 확보되니 두려움이 크게 감소됐다.
그렇게 스노쿨링 장비를 장착하고 물 위에 가만히 내 몸을 맡겼다.
물 속에서 바라본 호텔 수영장 바닥은 다양한 먼지와 오물들로 더러웠지만
물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등 뒤로 느껴지던 시원한 바람. 그리고 고요함이 나를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물은 두렵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편해진다.
지금도 나는 수영을 잘하진 못한다.
그러나 물 속에서의 감동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해준 게 너라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