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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e Park Mar 06. 2018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

이보다 좋은 칭찬이 어디 있겠는가.

                                                                                                                                                                       

간담회가 있는 날은 일만 하면 좋으련만, 식사를 제공한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밥을 먹어야한다니. 이미 많이 겪어온 일이지만 여전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진땀이 난다. 


그래서 행사장에 가면 시시콜콜 무게가 없는 소재를 먼저 꺼내고 만다. 실없는 이야기라도 하다보면 분위기가 유해질까, 뭐 그런 기대로 말이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만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 "저는 외동딸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님께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했다. 


예전같았으면 외동딸에 대한 편견에 시달리고 있어, '뭐지? 버릇없다고 돌려까는건가?'라며 움찔했을만한 피드백이다. 

그런데 그가 내뱉은 나에 대한 짧은 평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우선 적대감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에 안도했다.)


솔직히 나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라는 말이 기쁘다. 요즘같은 세상에 그만한 자랑이 어디있겠나.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 중에는 얼굴에서, 표정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이 보일 때가 있다. 미간에 떡 하니 자리잡은 주름은 '평소에도 인상쓰는 일이 많았겠구나' 짐작할 수 있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쑤욱 내려가는 저 입꼬리 때문에 화가 나거나 우울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웃는 얼굴을 만든다. '나이를 먹더라도 행복한 척 늙고 싶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걸어온 인생을 전혀 모르는 외부 사람이 나에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나는 지금도 부모님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로 보여서 정말 다행이다. 두분이 주신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더 잘 살아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에 더욱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곱게 늙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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