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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산 Feb 14. 2020

우연은 별로 중요치 않아

<매그놀리아>


(♬ Aimee Mann - Wise up)


어떻게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묘한 도입부부터. 처음엔 티징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진짜같은 우연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 좋아하는 사람때문에 마시지도 못할 차가운 커피가 좋다고 하는 사람과 치아 교정을 계획했다가 우는 사람, 형편 없이 무너진 날들을 보내는 사람과 시키는 대로만 사는 사람, 돈을 목적으로 부자에게 접근했다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과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삐뚤어진 남성성을 키워 온 사람. 어딘가 모자라게 살아가는 주인공들, 배경음악과 대사들, 마지막 장면까지. 



우연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개구리 비가 모두의 인생을 후려친 것처럼, 우연이었든 아니었든 일은 일어났고 할 수 있는 건 그걸 받아들이는 일 뿐이다. 누구나 과거를 지나왔지만 과거는 누구에게도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직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하니까,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심리치료사 고든 리빙스턴은 내담자가 자기 안의 아픔과 대면하게 도운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면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단계가 모든 치료 과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직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


우린 상처를 받거나 주면서 살아가고, 명확히 해결되는 건 없는데, 그래서 매력적이고 위안이 되는 이야기라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부족하다. 누군가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우연, 사건, 각각의 캐릭터의 삶, 그들의 내면, 그릇된 행동과 방향이 틀린 치유, 그리고 진정한 치유 등에 대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과거가 우리를 지나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내 이름은 도니 스미스고, 줄 사랑이 아주 많아요."


" 예전엔 똑똑했어. 지금은 멍청해."


"답을 모르겠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걸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고, 그건 당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거예요."

"난 장난감이 아니에요. 난 인형이 아니에요."

"실수할 수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어. 어쩔 땐 괜찮지 않아. 그런 실수 하지 마."

"저를 더 잘 대해주셔야 해요."

"당신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어요. 그게 힘든 부분이에요. 우리가 뭘 용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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