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dless Feb 19. 2018

한 팀장의 [브랜드리스] 개발일지 06

기다림의 시작

2010.6.24

#6 기다림의 시작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 : 공장장님 이 동영상 좀 보세요.


공장장님 : 뭔데?


나 : 유럽에 있는 스프링 기계 제조회사인데요. 이정도 기술력이면 우리 허리강화 이중스프링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공장장님 : 어디보자... 스프링 엄청 빨리 나오네?


‘양산과 검증’ 두 가지 숙제를 받은 후, 나는 공장장님과 함께 매일같이 유튜브를 뒤지며 첨단 스프링 제조사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지금의 우리 스프링 기계로는 허리강화 스프링을 대량 생산할 수 없다. 그래서 유럽의 기존 스프링 기계 제조사에도 방문하여 우리가 개발한 스프링을 설명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지 문의 했는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세계 가구박람회에도 참가하여 스프링 제조기계를 만드는 공업회사를 찾는데 마음에 쏙 드는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허리강화 이중스프링을 가져가서 보여주면 신기해하면서 대량생산은 어렵다고 다들 손사래를 친다.


나 : 공장장님. 이거 스프링 너무 어렵게 만든 거 아니에요? 아니 어떻게 이거 기계로 뽑을 수 있는 데가 하나도 없어요.


공장장님 : 기다려봐. 아직 기술수준이 거기까지 안 올라와서 그래. 기다리고 찾다보면 분명히 나올거야.


나 : 지금 세달째 세계에서 유명한 스프링기계 제조 공업회사에는 다 문의해봤는데, 다 대량생산 기계는 힘들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어느 세월에 출시해요?


공장장님 : (묵묵부답)


하도 답답해서 공장장님께 투정을 좀 부려봤다. 예상보다 허리강화 스프링을 대량생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3달째 헤매던 중, 공장장님과 함께 사장님께 프로젝트 정기보고를 들어가게 되었다.



기술 수준이 올라올 때까지 3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사장님 : 한 팀장. 고품질 매트리스 개발 프로젝트는 잘 되가?


나 : 사장님. 안 그래도 그거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이거 도저히 못 찾겠는데요. 다들 지금 기술력으로는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스프링은 진짜 좋다고, 이거 샘플로 줄 수 있냐고 요청한데는 엄청 많아요.


사장님: 공장장이 보기엔 어때?


공장장님 : 지금 기술로는 영 안될거 같고요. 기술 수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할 거 같아요.


사장님 : 얼마나 걸릴거 같아?


공장장님 : 글쎄요. 3년쯤 걸릴 것 같은데요. 달라붙어서 개발하면은.


나 : 아니, 공장장님. 3년은 너무 긴데요? 인간적으로.


사장님 : 그럼. 3년 기다려.


나 : 네? 아니 사장님 3년을 기다리라고요?


공장장님 : 그러죠. 그럼 개발 가능한 스프링 기계 제조사 선정해서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개발해보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절대 타협하면 안돼.


나 : 아니. 공장장님. 다른 방법 찾아서 우선 뭐라도 출시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공장장님 : 한 팀장. 우리 공장 예전에 독립 스프링 기계 처음 들여올 때, 5년 기다렸다 사왔어. 3년은 빠른거야.


나 : (할말없음)


사장님 : 그래. 한 팀장. 이번 프로젝트는 절대 대충 타협하면 안돼. 길게 보고 제대로 개발해야 돼. 중간중간 개발과정 보고해주게나.


나 : 네. 알겠습니다.


난 가끔 우리 회사가 적응이 안된다. 나도 공장밥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하고 공장장님이 진짜 공장 마인드 철철 넘치게 대화하는 거 듣다보면 진짜 혀를 내두를 때가 있다. 사장님실을 나와서 공장장님께 여쭤보니 사장님은 원래 기계 구매하실 때, 기본 3년 정도는 지켜보고 신중하게 구매하신다고 한다. 예전에도 구매하기 5년 전부터 유심히 지켜보다가 당시의 최첨단 독립 스프링 기계를 우리 공장에 들여와서 OEM 납품물량을 싹쓸이하셨다고 한다. 그때 공장장님도 5년간 기다리면서 긴가민가했는데 사장님의 결단이 적중하는 것을 계속 목격하면서 이제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그래. 나도 한번 믿고 가보자. 40년 넘게 가구업계에 계셨는데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스프링 기계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이제부터는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싸움의 시작은 기다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끈기 있게 버텨보자.




작가의 이전글 한 팀장의 [브랜드리스] 개발일지 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