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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썬 Nov 11. 2020

누군가가 무식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마음과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말

만약 있다면, 당신은 아마 그 사람과 친한 사이가 아니며 그 사람과 라이프 스타일이 매우 다를 것이다. 친한 사이인데?라는 생각을 한다면 '진짜' 친구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대 중반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을 때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두 명과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A는 국회의원 선거 때 베이스캠프에서 일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당선되자 국회의원 비서가 되었고, B는 대학 내내 학보사 기자를 하다 국회 내의 신문사 기자가 되었다.
  
나는 그 당시 PR 에이전시에서 홍보일을 하는 AE였다. 소비재 산업군의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는 일이 나의 주된 업무였고 바빴지만 적성에 맞고 재미있었다.
 
국회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오가는 곳.

나라 일을 하는 사람과 소비자의 소비를 자극시키는 일을 하는 나와 내 친구들이 아는 정보의 영역은 매우 달랐다. 정치판에서 일하는 친구 A와 B는 밥 먹으며 둘이 서로 아는 정치와 국회의원 이야기를 했고, 나는 정말 무슨 말인지 알 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서 듣기만 하다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뭔가를 물어봤다. 그게 뭐야..?
 
직설적인 친구 B는 나에게 말했다 “공부 좀 해 무식하게 그것도 모르냐”

순간 열이 올랐다. 화가 났다. 진심으로. 본래 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웬만하면 한번 참는 성격인 내가,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너는 내가 홍보 쪽 얘기하면 알 것 같아? “라고 말하고 나는 그 둘과 당분간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과는 연락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무려 10년 이상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우리들은 관심사가 달랐고 그리고 서로의 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진짜 친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서로의 삶에서 과반수 이상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대의 직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

나는 말이라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말을 통해 나오는 그 사람의 내면을.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어떤 특정한 스타일로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지닌다는 것이다.

유튜브 클립들을 보다가, 캠핑 클럽의 막바지 에피소드에서 핑클 무대를 연습하다가 멤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 옥주현 등장 : 흰 블라우스에 샛노란 바지를 입고 있음
- 이효리: 뭐야 단무지야?
- 모두 웃는다.
- 이진: 아니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샘솟아 정말 대단해 (아이디어 맞나요?)
- 이때 옥주현은 큰 반응이 없다
- 이효리: 남 깎아내리는 건 자신 있어

마지막 이효리의 말에 정말 놀랐다. 나도 이효리의 시원시원함과 태어날 때부터 천상 연예인인 듯 뿜는 아우라 그리고 츤데레처럼 따뜻하게 사람을 잘 챙기는 그녀를 아주 좋아한다.


사이다처럼 시원시원한 사람이고, 자신이 지닌 삶의 가치를 잘 지켜나가서 한 시대의 아이콘이면서도 롤 모델이 될만한 이효리는 다시 2000년대 연예계를 살던 그때 속세의 이효리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남을 자신의 유머의 소재로 삼는 사람들. 다른 사람의 외모 지적, 인신공격 등을 개그의 코드로 삼는 사람들.
난 그들과 맞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성향을 경멸한다. (이런 자극적인 단어라니)

얼마 전 좋아하는 분과 식사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는데 "이효리는 TV에서 분위기를 자기가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앞으로는 효리언니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사자가 무안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웃음거리가 되는 상대방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말이란 참 무섭다. 형체는 없는데 모두의 마음을, 정신을, 몸을 움직인다. 부디 말이 우리 모두에게 좋게만 사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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