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공장 충진알바, 낯선 세계와의 조우

7월 2일 짧았던 노동의 하루

by 유별희


오늘은 예기치 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예정했던 화장품 단기 아르바이트는 물량 부족으로 무산되었고, 급하게 당근마켓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9시 정시 출근인데, 30분이나 일찍 서둘러야 했다.


첫인상, 그리고 불편한 주차

도착하자마자 아웃소싱에 전화해 주차 안내를 받았다. 회사 내부에 주차할 수 없다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 이런 한적한 시골 동네에, 설마 주차 공간조차 없는 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건물 옆 벽면에 댈 수 있다고 했다. 꽤나 외진 곳이라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출근 시간이 임박해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남자 직원이 나를 유심히 보더니 아르바이트생이냐고 물으며 휴게실로 안내해 주었다.


뜻밖의 재회

휴게실 안에는 이미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앉아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있었다. 낯이 익어 자세히 보니, 얼마 전 단기 아르바이트에서 함께 일했던 그 여자였다. 서로를 알아보자마자 반가움에 인사하며 짧은 기쁨을 만끽했다. 사실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그저 얼굴만 아는 정도였다.


예측 불가능한 업무

출근 시간이 되어 작업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화장품 관련 회사였지만, 물류센터가 아닌 제품 생산과 용기 충진 작업을 하는 곳이었다.


원래 공고에는 화장품 조립 및 라벨 부착 업무라고 명시되어 있어 지원했던 것인데, 막상 투입되자 반장이라는 여성은 나를 충진 업무에 배치했다.


낮은 계단을 두 칸 밟고 올라가 기계에 용기를 넣어주는 작업이었다. 작업 투입 전까지는 청소나 단순한 업무만 시킬 줄 알고 내심 좋아하고 있었는데, 충진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말 그대로 '헬' 임을 직감했다.


고된 충진 작업과 즉각적인 포기

이곳은 위생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일회용 가운까지 필수로 입어야 했다. 내가 가장 꺼리는 복장이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흘간 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하루 종일 기계 충진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몸이 너무나 고되고 다리가 아팠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작업 특성상 내일 또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억지로 참고 버텨보려 했지만, 문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당근마켓 공고에는 충진 업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화장품 라벨 부착, 조립 등의 문구만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명백히 사람을 속이는 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만의 종료

나는 곧바로 아웃소싱 업체에 문자를 보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업무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공고에 충진 업무라는 내용이 없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저는 지원조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화장품 라벨 조립 업무는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등의 내용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짧은 답장이 왔다. "네." 그렇게 나의 단기 아르바이트는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허기진 귀가와 소소한 행복

점심 식사도 제공받았고,


급여는 10만 1천 원이었다. 3.3% 세금을 공제하고 나니 9만 8천 원이 통장에 찍혔다.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만큼 몸이 너무나 피곤했다. 고된 하루였지만, 그래도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알찬 하루를 보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기가 몰려왔다. 다이어트는 잠시 잊은 채, 여보가 코스트코에서 사 온 새우 망고 샐러드를 전부 먹어 치웠다. 그리고 함께 진라면 두 개를 끓여순식간에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피로가 몰려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어차피 내일은 쉬는 날이니 안심하며 밤 11시까지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이대로잠들면 양치도 못 할 것 같아 벌떡 일어나 이를 닦고 블로그에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한 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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