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2013),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코시국에 영화 두편을 봤다. Her (2013),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2012). 벌써 10년이 되가는 영화라니. 영화를 보고 계속 떠오르는 단어는 외로움이였다.
외로움..
외로움.
외로움
10년전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순간 나에게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밖에서는 한없이 말많고 밝은 나지만 혼자 있으면 외로움이란 감정에 깊게 빠져든다. 외로움.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고 감정이다.
어느 순간 외로움이 많은 사람은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덮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는 모습. 혼자서는 해낼수 없는 의지박약한 사람. 그래서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못하는 우리가 되어버린건 아닌지. 외로움은 제일 보편적인 감정인데 말이다.
테오도르는 외롭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시간이 끝나고 혼자가 되어버렸을 때 그 외로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 그들은 왜 헤어졌을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은 왜 변했을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제 남이 되버렸을 때의 상실감은 어느 누가 견딜 수 있을까. OS운영체계 사만다에게 사랑에 빠질줄은 본인도 몰랐겠지. 처음은 그저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게 사람이든, 운영체계든 그 외로움을 메꿔줄 무언가라면 사랑에 빠져버리는 한없이 여린 테오도르. 사랑을 하면 소유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외로움에서 기인한 걸까. 하지만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말한다.
I'm yours but I'm not yours.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어진다. 그 순간 우리는 괴로워진다. 사람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니까.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할머니와의 이별을 통해 외로움을 겪어본 그녀는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읽을 수 있다. 그녀 눈에는 고양이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다. 외로움의 구멍을 채워주는 건 고양이가 아닌 그들의 외로움을 읽어준 사요코가 아니었을까.
견딜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사람이 아주 많다. 구원받지 못한 슬픔이 아주 많다. 그래서 오늘도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마음 속 구멍을 채우기 위해.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한없이 먹먹해졌다. 외로운 감정이 주는 무게는 깊지만 따뜻하기도 하다. 서로의 마음 속 구멍을 채워줄 사랑을 해야지. 외로움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좋은 녀석이다. 외로운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