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지금은 토이리즘(Toylism) 시대다.
인간의 유년 시기는 노는 시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시기이다. 중년에서 자주 모이는 동창회의 본질은 노는 것이다. 이왕이면 내가 어렸을 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은 것이다. 나도 과거에 행복했던 시기나 떠오르는 기억은 아프거나 힘들었던 시기도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하던 연날리기, 숨바꼭질, 교실 뒤편에 레슬링하면서 놀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 이 때를 기억하면 삶의 생기를 얻는다. 동물들의 놀이는 사냥을 위한 사전 훈련이지만 인간에게는 많은 창조성을 만드는 기간이다.
인류학에서 보면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먼저 인류역사에서 사라진다. 네안데르탈인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호모사피엔스와 경쟁하다가 3만년 전에 멸종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집단 문화의 차이로 사라졌다는 학설이 있다. 네안테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뇌가 100cc이상 컸지만, 체계적인 큰 집단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 인류학자는 약 700여 구의 현존하는 유골의 분석해 30세 이상의 호모사피엔스 유골이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많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이 문화라는 것은 바로 휴식과 놀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전 시대가 툴리즘(Toolism)이었다면 지금은 토이리즘(Toylism) 시대다. 툴리즘은 호모사피엔스 투창 사용에 기원을 둘 수 있다.(천위안, 2017) 최근 인류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약 20종의 종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인류가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학에서는 다른 여러 인간이라는 종이 있었는데 왜 유독 호모 사피엔스만 최후까지 생존 했을까?에 대한 연구가 주요 이슈다.
최근 인류학에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는 3,000년 정도 같은 대륙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뇌 크기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약 100cc정도 컸고 언어도 사용하고 집단 사냥도 했다고 한다. 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멸종 했는가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네안데르탈인은 집단 사냥을 할 때 투창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반면에 호모사피엔스는 투창을 사용했다. 투창을 했다는 것은 어디에 숨어서도 공격이 가능 했다는 것이고 투창이 없었다는 것은 직접 대면해서 공격했다는 것이다. 둘의 사냥방식에서 생존에 유리한 것은 당연히 네안데르탈인 보다 호모사피엔스다.
즉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실용적 상품전략에서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정신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상품전략으로 바뀐 시대이다. 실용적인 것에서 재미있는 것으로, 경직된 것에서 활기찬 것으로, 이성에 편향된 것에서 감성으로, 물질적 수요에서 정신적 수요로, 유물론에서 유심론으로,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비용보다는 따뜻함으로, 내향적인 것에서 외향적으로 변했다(천위안, 2017). 최근 각광을 받았던 아이패드도 사실은 어른들의 장난감과 비슷하다. 테슬라 전기 자동차는 여러 가지 물리적 제어 장치가 없이 컴퓨터로 모든 것이 제어되는 매우 비싼 장난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의 핸드폰 교체 시기는 5,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핸드폰을 구입 하고 반년만 지나면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꾸려고 한다. 어떤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서 구매한다. 이성적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정신적인 만족을 주는 상품을 구매한다. 핸드폰의 기기 값은 약 50~100만원에 이른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비싼 핸드폰을 휴지나 치약같은 단순한 소비재처럼 소비하고 있다.
한국의 전철에서 이제 책을 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핸드폰을 통해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하거나 신문이나 소설을 읽는다. 영어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동영상을 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전철에서 책이 아닌 값비싼 기기인 핸드폰으로 각자 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는 중학생들에게 1학기동안 자유학기제를 실시하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시험대신에 수행평가를 한다. 의도는 자신의 꿈과 끼를 찾으라는 의미로 만든 교육 제도이다. 물론 이 제도도 문제점은 많다. 지역과 연계한 체험 교육과정이 부족하다는 점과 인기 있는 동아리는 학생이 너무 많아 다 수용할 수가 없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행은 교육관에 있어서도 이제 호모 루덴스의 의미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사진작가인‘자끄 앙리 라띠그’는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순간 행복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는 1894년에 태어났고 1915년에는 화가로서도 국립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자끄 앙리 라띠그는 20세기 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8살에 카메라를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는다. 그리고 일상의 자연스런 생활을 특별한 격식 없이 사진을 찍었다. 언덕에 있던 집에서 경사길을 따라 봅슬레이처럼 경주를 즐기는 사진, 스케이트를 타는 사진, 나무와 천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타는 사진 등을 찍는다. 1963년‘라이프’잡지에 실리면서 그의 사진은 유명세를 탄다. 그의 나이 69세에 사진작가로써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끄는 특별한 의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재미로 놀이로 그저 열심히 찍었을 뿐이다. 물론 그의 어머니는 사진 놀이를 그만 하라고 했지만 그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의 막 찍은 놀이 사진 덕분에 그는 부모가 물려준 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도 그림이라는 놀이를 테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빈센트는 라끄처럼 풍족한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흐는 테오의 재정적 지원을 10년간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게 가난한 화가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화가중 대부분은 그런 지원마저 받지 못하는 화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흐는‘아를의 침실’이라는 그림을 그릴 때는 테오가 준 돈으로 집을 임대했다. 고흐가 귀를 자른 후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는 테오의 보증으로 식사는 공동으로 같이 했지만 침실은 독실을 사용하였고 그의 뜻대로 그림을 원없이 그렸다. 한국의 일반 병원에서도 6인실과 1인실의 병원비는 차이가 크다.
이전까지의 시대가 호모 사피엔스였다면 이제 호모 루덴스의 시대가 왔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성의 인간을 의미한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인간의 놀이 그 자체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직접적인 생산성과 연관을 갖지 않는다. 최소 10,000년 전 쯤의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에는 약 100여점의 말, 소, 돼지, 사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작은 동물은 약 1m 크기로 큰 동물은 약 5m의 크기로 그려져 있다. 주술적인 의미로 그렸을 수도 있지만 그냥 놀이하듯이 그린 것이다.
고흐는 자신의 침실을 3번 그린다. 첫 침실은 아를에서 그의 노란집에서 고갱을 기다리며 그렸고, 두 번째 침실은 정신요양원에서 마지막 침실은 어머니를 위해 세로 길이를 약 22% 줄여서 그린다. 3작품의 전체 구도는 같지만 3작품마다 붓 터치감, 그림 속의 소품을 다르게 그려 다른 느낌의 그림을 그렸다. 고흐는 침실을 그려서 완벽한 휴식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 당시 침실을 그렸다는 것은 상당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얼마 전 대림미술관의 전시관에서 자신의 침실을 그대로 옮겨놓은‘토드 셀비’의 설치 작품을 보았다. 벗어 놓은 나뒹구는 침대 옆의 혼동되는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나도 예술가이지만 평범한 사람의 침대의 분위기와 똑 같아’라고 말하고 싶을 걸까? 완벽한 휴식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제 좀 푹 쉬라는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할지도 모른다.
아래 고흐의 편지를 보면 침대 커버는 진홍색을 사용했다. 왜 진홍색을 사용했을까? 한국에서 혼수 이불의 색은 차가운 푸른 색 계통인 아니라 밝고 화사한 색을 쓴다. 고흐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흰색은 거울에만 표시됐을 뿐이다.
1888년 10월 17일 고갱 B22
"이번에도 장식용으로 30호 화폭에 내 침실을 그렸네. 자네도 저네 본 적이 있는 흰 목재 가구가 딸린 침실이야. 쇠라 그림에 버금가는 단순성을 지닌 이 소박한 방의 내부를 그리며 큰 기쁨을 맛보았지. 단색조의 거친 터치로 두텁게 물감을 칠하는 방식을 사용했어. 벽은 부드러운 연자주색이며, 바닥은 고르지 않은 톤의 바랜 붉은색, 침대와 의자들은 황연빛 노랑, 베개와 시트는 아주 옅은 레몬빛 녹색, 침대 커버는 진홍색, 세면대는 오렌지 색, 대야는 파란색, 창문은 녹색이야. 이처럼 아주 다양한 색조를 사용해서 난 완벽한 휴식의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네. 흰색이라고는 검은 테 거울 속 약간의 터치가 전부야(이 그림 속에서 짝을 이루는 네번째 보색이지) ”(고흐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A Selftportrait in Art and Letters-, 2007).
여러 산업분야중에 노는 산업 분야 중의 하나가 게임관련 산업이다. 중국의 1위 게임업체인 텐센트(TENCENT)는 2016년 6월에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업체인 슈퍼셀㈜를 약 9조 9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클래쉬오브클랜이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하다. 반면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9월쯤에 삼성동의 한국전력㈜이 사용하던 땅을 10조 5,500억 원에 낙찰 받는다. 이 가격은 당시 시가의 3배가 넘었다. 놀이의 시대가 왔는데 한 기업은 땅 사느라 현금을 쓰고 한 기업은 모바일 게임업체에 투자한다. 턴센트의 2017년 상반기의 매출은 한화로 약 18조 원이고 작년 동기 대비하여 매출은 70% 증가하고 순이익은 57% 증가하였다. 현대차는 글로벌 기준으로 판매대수가 작년 상반기 대비하여 8.2% 감소하였고 매출은 1.4% 늘었다. 순이익은 34.3% 감소하였다. 기업들도 창조적인 노는 산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