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와아! 부장님, 김 부장님!! 축하드려요~ 오늘부터 드디어 우리 회사에서 빠지게 되셨네요!"
불이 켜지자 요란한 함성 소리가 한바탕 들려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정황상 그가 '김 부장'임이 틀림없었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에이~ 부장님도 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좀 그만 하세요~ 부장님이 회사에서 빨리 나가야 저희도 승진하고~ 승승장구해서 위로 올라가죠~ 언제까지 거기서 버티실 셈이에요!? 참 웃기지도 않아~"
"그.. 그런가... 미.. 미안해..."
"미안한 줄 알면 빨리 나가주세요~ 나가실 문은 왼쪽, 왼쪽입니다~""
"어어... 그.. 그래..."
세 번째 지하철 문이 열리고 김상조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열차를 빠져나갔다.
불이 꺼졌다.
다음 칸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다시 불이 켜졌다.
"5! 4!! 3!!! 2!!!! 1!!!!!"
"아빠, 뭐해, 빨리, 나 아파트 중도금 내야 해! 어서!"
"... 알았다..."
남자는 문을 열고 다음 칸으로 들어갔다.
열차의 4번째 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