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mini Jan 07. 2024

엄마라는 이름

낳았다고 바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일주일에 다섯 번. 평일에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온다. 선생님에게 애월이를 맡기고 내 할 일을 하는데 문득, 애월이가 내가 엄마인 줄 모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한다. 분유는 누구나 줄 수 있고 기저귀도 누구나 갈아줄 수 있고, 따뜻한 품도 누구나 내어줄 수 있는데 나를 엄마라고 인식할 만한 요인이 뭐가 있을까. 모유 수유도 하지 않는 엄마인데 젖 냄새가 나기는 할까(아직 젖이 흐르긴 한다). 내가 아기의 엄마임을 증거 하는 무언가를 찾으려 하고, 다른 누구보다 내 아기를 잘 알고자 관찰한다. 아기에 대한 소유욕이거나 독점욕, 집착인 것 같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는 이를 이름 붙여 모성애라고 할 테고.



  내가 이런 것을 궁금해하면 다들 엄마의 냄새는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몸을 씻고 온몸에 화장품을 바르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양수의 냄새가 날 수 있을까. 최대한 물로만 씻고 바디 로션도 포기하고 애월이에게 엄마의 조각 같은 냄새라도 남겨주려 하는데 머리라도 감는 날이면 강렬한 샴푸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애월이는 사실 진짜 엄마 냄새를 풍기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 동그랗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무구한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 친구에게 ‘엄마’라는 정서적인 안정을 정말 주고 있긴 한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미안해진다. 밤과 새벽뿐만 아니라 아침과 오후까지도 너를 챙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24. 01. 06.



작가의 이전글 기나긴 새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