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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Apr 07. 2024

병원 쇼핑 2

딸기 혈관종/녹변


  한 주 내내 애월이의 백일 파티를 치렀다. 부산에서 시부모님과 친척 분들이 올라오시고 마지막 코스는 친정이었다. 친정에서 돌아와서는 다시 일상을 살 준비. 104일 차의 애월이는 겨울 내복을 입히면 더워해서 긴팔 바디수트와 얇은 긴팔 내의를 준비했다. 정작 내 옷장은 아직도 겨울옷들이 점령하고 있는데 말이다. 분유포트의 온도도 43도에서 40도로 내려 맞췄다. 아기의 봄을 한껏 준비해 주고 남편에게 저녁을 부탁한 후 얼른 적는 <병원 쇼핑 2> 편이 되겠다. 다 쓰고 내 옷장도 얼른 봄맞이를 시켜줘야지.






딸기

혈관종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애월이 몸의 태열을 발견할 때 왼팔에 난 붉은 점을 같이 발견했다. 특정한 테두리는 없지만 태열과 달리 선명한 붉은색이어서 가볍게 치부하기엔 신경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혈관종은 갈수록 크기가 커졌다. 애월이가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함께 크는 것 같았다. 대체 얼마나 커지려는지 걱정될 만큼 커졌다. 다행히 70일을 전후로 더 커지진 않고 있지만 아래 사진과는 이제 다른 모양이 되었다. 테두리가 선명한 붉은색이고 액체 주머니 같이 살갗에서 약간 튀어나와 있다.



신생아 시절 딸기 혈관종



  예방접종을 맞으러 간 소아과에서 딸기혈관종이라고 알려주었고 이 증상은 소아과에서 취급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별 문제는 되지 않고 돌 즈음에 사라지는데 정 걱정이 되거들랑 피부과를 가보라는 했다. 그래서 마음이 놓였고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어떤 네이버 블로그에서 딸기혈관종 때문에 뒤늦게 레이저 치료를 받게 된 아기의 육아 일기를 보았다. 그 엄마가 얼마나 마음 아파하던지. 신생아 때 병원에서 얼른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었으면 연고로 치료하고 말았을 것을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되었다고. 그걸 보고 나는... 피부과로 직행했다.



  피부과 선생님은 딸기혈관종이 맞긴 한데, 1. 이 병변은 돌 즈음에 거의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고 2. 미관상 문제가 되는 부위는 치료를 하겠지만 애월이의 경우 왼쪽 손목 아래라 괜찮고(+남자 아기) 3. 너무 어린 아기라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기 꺼려지며 4. 이 부위에서 출혈이 났을 때만 주의하면 되지 큰 문제는 없다, 고 말했다.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까 봐 걱정했는데, 호미로 막을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104일 차인 현재 딸기혈관종은 70일 즈음의 크기에서 더 커지지 않고 있다.




녹변


  애월이는 응가를 참 예쁘게도 눴다. 황금색에 모양도 예뻐서 친정 엄마가 이렇게 예쁘게 응가를 하는 아기는 없을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디 묻어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나서(?) 씻기기도 편했다. 그러던 애월이가 7주 차 시작 즈음부터 녹변을 보기 시작했다. 방귀 냄새부터 고약했던 녹변. 응가 냄새도 치명적이다. 소화되지 않은 분유 알갱이도 남아 있었다. 녹변이 문제 되는 변이 아니라는 건 이미 공부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유를 바꾼 적도 없고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녹변을 보다니?



  또다시 달려간 (다른) 소아과에서는 과식이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린 것 같다. 그 선생님이 말해주었던,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먹는다는 양대로 먹는 지금도 녹변이니까. 50일 차부터 녹변이더니 104일인 지금도 꾸덕 진득한 녹변이다. 한때 황금색이 조금 섞여 나와 다시 황금변이 되려나 기대도 해보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조차 접었다. 이젠 녹색이 아니면, 고약한 냄새가 아니면 응가 같지가 않을 것 같다. 녹변을 보아도 애월이의 컨디션은 늘 괜찮았다. 그래사 의외로 이건 문제 삼지 않았던 것 같다.



  분유를 바꾸거나 유산균을 먹여 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분유를 바꾸는 일이 아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만 아니라 분유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해서(더 좋은 분유는 없다고 한다) 분유 바꾸기는 시도해보지 않았다. 유산균은 굳이 먹여야 하나 싶어서 먹이지 않는 중이다. 아직까지 애월이는 변비였던 적도 없고, 엄마인 나도 유산균 안 먹어도 사는데 괜찮았기 때문에 이 친구도 으레 괜찮겠거니 한다. 이유식 해보고 변비가 온다면 그때 한 번쯤 고려해 볼 것 같다. 아직 유산균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그리고 장기 복용과 관련해서도) 엄마인 나도 보수적으로 천천히 접근하게 된다.






    요즘 애월이는 두피 지루성 피부염과 기저귀 발진이 생겼다. 애월이는 머리숱이 많은 아기인데 특히 앞쪽 머리에 숱이 참 많다. 그러다 보니 샴푸가 두피까지 닿지 못하기도 하고 통풍도 잘 안 되는지 여기만 노란 딱지가 무성하다. 보고 있노라면 다 떼어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2차 감염만 유발할 뿐 이 자체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해서 이발기를 사다가 배냇머리를 밀어주었다. 그랬더니 슬슬 각질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탈락하고 있다. 기저귀 발진은 통풍과 비판텐, 잦은 교체와 같은 대증요법으로 대응하는 중이다(아직 약 쓰기엔 발진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해서).



배냇머리 깎을 때 어찌나 울던지



  애월이의 몸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너무 유별난가, 집단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난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것쯤은 인터넷을 먼저 참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내가 잘 쓰게 된 말 중에 하나는 「소아과 갈까?」다. 병은 의사가 전문이니까. 애월이가 겪은 증상들을 둘째도 똑같이 겪는다 해도 나는 마찬가지로 소아과에 갈 것 같다. 애월이는 괜찮았다 해도 다른 소견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모는, 육아는, 아이가 최소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방심할 수 없는 일 아니던가.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소아과를 다니는 일이 생활화될 것 같다.



24.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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