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각
"박찌, 줄 거 있어. 잠깐만 집 앞으로 나와 봐."
어젯밤 퇴근을 마친 N이 잠깐 집 앞으로 나오라 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무를 하는 N과 달리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나는 추레한 모습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도 딱 그랬다. 평소 집이 가까워 꾸미지 않고 자주 만나지만 피곤으로 쩔어 있는 지금의 꼴을 보이기엔 부끄러운 동시에 뭘 들고 왔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나갈 채비만 얼른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1층에 서성이고 있는 N이 보였다.
'먹을 거를 가져왔나.. 뭘 가져온 거지?'라고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던 순간 N의 손에 들려 있던 자그마한 비닐팩이 보였다. "그게 뭐야?" "스티커..." 내 방 벽에 붙어 있던 사과 모양의 빨간 스티커가 다 떨어진 것 같다며 스티커를 쭈뼛쭈뼛 내밀었다. 그것도 자신과 닮은 통통한 곰 일러스트 스티커와 멍멍이 스티커 두 장.
우습고 귀여운 선물. 퇴근하고 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면서 문구점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와 사 왔다는 말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찬 바람이 불며 부슬부슬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단지를 한 바퀴 빙 돌며 나는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았고 N은 맞장구를 실컷 쳐줬다. 10여 분의 간소한 안부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 스티커를 한참 살폈다. 스티커를 어디에 붙여야 하나 실컷 고민만 하다 해답도 못 내리고 잠들었다. 앞으로 몇 달간은 쭉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