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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보 Feb 01. 2018

신뢰 사회로의 회복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을 읽고


 핀란드 교육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북유럽의 작은 국가에서 만들어낸 PISA 1등이라는 놀라운 결과, 그리고 지역이나 학교 간 성적의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평등한 교육의 결과 때문일 것이다. 모두들 핀란드가 어떻게 교육 제도를 개혁했는지, 교육 방식을 바꾸었는지에 대해서 주목하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파시 살베리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은 오히려 핀란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개혁 노력에 힘을 덜 쏟은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핀란드가 개혁 노력에 힘을 덜 쏟았다는 것은 핀란드가 교육 개혁에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저자가 GERM(Global Education Reform Movement)라고 부르는 세계 교육개혁운동, 즉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식 교육개혁의 방향과 핀란드가 다른 방식으로 개혁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많은 나라가 GERM을 ‘새로운 정통 교육’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결과가 2009년 미국 교육부 프로그램이었던 ‘Race to the Top'과 같은 것이었다. 정책을 더 효과적, 효율적으로 실행하도록 주정부와 학교를 경쟁시키는 것으로, 그러한 교사와 학교장의 효과성은 표준화 시험으로 결정 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시기에 추진했던 일제고사와 학교, 교사의 성과급(교사의 성과급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과 같은 경우도 그 일환일 것이다.
 저자는 핀란드 교육개혁은 이러한 GERM의 흐름, 즉 전문성보다는 책무성, 동료 간 협조보다는 교사 개인의 자질, 교수법보다는 수업 기술, 체계적 사고보다는 단편적 전략에 의한 개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GERM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이러한 교육 개혁의 기조를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바라본다. 교육개혁이 ‘세균’처럼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핀란드 교육개혁의 성공은 시장 중심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서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것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교육 개혁의 성공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교육 정책은 결국 정치, 문화적 요인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보건, 고용정책과 같은 다른 공공정책이 교육의 발전과 개혁에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교육개혁의 성공을 바라볼 때, 그것을 교육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핀란드와 같이 공교육 제도를 탈바꿈하는 것은 가능하다!이지만 이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신뢰성의 제고"이다.
 그것은 또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책을 읽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에 나온 여러 자료들, 특히 국제지수를 보다 보면 핀란드와 유사하게 교육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 우리나라이다. PISA 성적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시민 지식 지수도 그렇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은 것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핀란드보다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물론 사회적 제도망이나, 사교육의 영향과 같은 여러 가지의 변수들이 있지만, 결국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 '신뢰'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면 교사에 대한 신뢰도와 같은 것이다. 핀란드 또한 교사는 전문직으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다. 교육의 많은 권한을 전적으로 교사에게 주고, 시험 성적으로 교사의 성과를 가르지 않는다. 교사들은 석사 졸업이 필수인데- 이는 교사에게 지적 부분에서의 책무성을 주는 것이다. 평가 또한 전적으로 교사들의 몫이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기에, 그들의 교육의 방법을 수용하고 평가의 결과를 신뢰한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의 가장 큰 견인차는 바로 이러한 우수하고 지적인 교사들에 의해서였다고 할 수 있단다. 따라서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어딜 가서도 인정받는다고 책에서는 서술한다. 
 우리나라 또한, 매우 우수한 사람들이 교사가 된다. 하지만 교사들이 과연 자신들의 우수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사회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꼭 교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전문직들(의사, 변호사 등)을 신뢰로 대우하고 있는가? 그래도 우리나라는 나은(?) 편이다. 적어도 성적으로 교사들의 성과를 가른다거나 하지 않고,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교육의 예에 비해 경쟁적으로 공교육의 교사와 학교를 압박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결과가 핀란드처럼 괜찮게 나오는 요소는 의외로 이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도 서술하듯이 책무성 문화는 신뢰를 뒷받침하기커녕 훼손하는 것이다. 



교사는 신뢰와 존경이 필수적인 직업이다. 
이는 단순히 교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교사로부터 배우는 학생, 부모, 사회는 모두
교사가 신뢰받는 직업일 때 가장 큰 이득을 얻기 마련이다.



 252쪽에 보면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핀란드의 공공정책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확실한 목표나 활동으로 삼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교육에서 또한, 이들은 평등하고 가치 있는 교육을 목표로 했지 그것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핀란드의 뛰어난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은 교육이다. (258)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이것이 하나의 증명처럼 보인다. 
 세계화의 흐름에서, 핀란드는 GERM의 소용돌이 아래에서도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였다.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것은 철학적인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학생의 성장 그 자체이든, 세계의 문화유산의 전수이든, 인간됨 그 자체이든 간에 이는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다른 것과는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라던지, 21세기 사회 맞춤 인재 양성과 하는 것들은 교육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이익'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이를 잊고 쉽사리 교육의 목적을 전도해 버리곤 한다. 교육의 이익들이 교육의 목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이익을 쫓아가지 않고,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을 추구한 나라인 핀란드에서 오히려 교육에 대한 최고의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은 우리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때, 비로소 교육의 이익도 더 잘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교육의 이익은 다르다.
우리는 교육의 이익이 아닌, 본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책의 마지막에 핀란드가 앞으로 도전할 방향으로 저자가 내세운 방향들 -학습을 위한 개인 로드맵 개발, 학급에 기반한 수업의 축소, 대인관계 기술과 문제해결력 개발, 성공의 신호인 참여와 창의력 수업 강화-이, 사실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고 기존의 문제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교육 개혁을 이끌어가는 이는 파시 살베리라는 저자가 아닌, 교육 현장의 한 명 한 명의 교사들일 것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교육은 결국 교사의 역량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사실은 조금 불순한 마음에 의한 것이었다. 
 최근에 몇몇 선생님들 사이에서 tvn의 프로그램 '수업을 바꿔라' 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진행자들이나 편집자가 현재의 핀란드 교육을 과거의 우리 교육과 비교하고 있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의 풍토와 문화, 지원이 다른데, 어떻게 교사들의 수업만 비교하면서 우리 교육을 비판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 프로그램이 교육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라던지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자세히 알거나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만든 프로그램 같지는 않았다. 그냥 외국엔 이런 것이 있던데 참 좋더라- 하는 정도의 예능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최근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양성이 되고, 각종 교사 연수나 서적으로도 하도 외국의 것이 좋다고 하길래- 우리 교육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반발심이 들었다. 사실 TV에서 비추어주는 모습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도대체 뭐가 다른가? 가 궁금했고, 오히려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여 보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이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반성하자면, 맞다. 핀란드는 배울게 많은 나라이다. 
 하지만 그 배울 점은 단순한 수업 동영상이나, 학교 분위기와 같은 것들은 아니다. 사실 수업 기법이나 인테리어와 같은 것들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가장 최신의 것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 문제는, 좋다고 따라 배우는, 혹은 배우라고 강요하는 그 핀란드의 수업 기법들이 그들에게는 그냥 도전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흘러가는 강물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런 것들을 배우고, 또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행처럼 지나가며 교육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교육'이란 것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그들의 열의, 그리고 이와 함께 발맞춤해 나가는 사회의 발전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우리 교육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때가 오면 그땐 내가 '한국의 끝없는 도전'이라고 책을 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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