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육아휴직 기간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아빠가 되다
23년 5월쯤으로 기억하는데, 지방에 업무로 출장 가있는 동안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다. 평소였다면, 서로 업무 시간이라서 카톡을 남겨놓을 텐데 뭔가 긴급한 일이 있는 걸로 짐작했다. 세상에, 와이프가 임신 테스트기를 여러 번 해봤는데 희미했던 2개의 선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온 것이었다!
신혼생활하면서 살이 많이 찐 상태라 다이어트를 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천천히 2세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천사가 빨리 찾아왔다! 남들이 2세 소식을 들었을 때 반응을 보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막상 나에게 다가오니 너무 기쁘고 벅찬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온 아기 천사는 24년 2월 3.35kg 건강하게 태어났고 설렘과 걱정이 가득한 3인 가족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기는 순둥이!?
임신과 출산 과정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간이다.
출산 후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초유를 아기에게 주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바로 수유를 시작하게 된다 ㅠ
옆에서 지켜보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다시 한번 와이프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출산 후 병원/조리원을 거쳐 드디어 거의 3주 만에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시간을 겪으면서 본 우리 아기는 밥만 먹으면 바로 잠이 드는 아주 순둥이이자 효녀라고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아기를 키우는 게 아주 수월할 줄 알았지만 그것을 아주 큰 오산이었다!
집에 온 당일날 짐도 정리할게 많은데 아기는 집에 오자마자 강성울음을 시전 하기 시작했고, 이때 아기 울음소리가 사람 머리, 골을 흔든다는 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처음 겪는 강성울음과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못하고 깨어있는 아기를 보면서 앞으로의 날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위기의 부부
집에 올 시점부터 3주 정도 신생아/산모건강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병원/조리원에 있을깨는 밥만 먹으면 자고, 이모님이 집에 계실 때는 조리원에 있을 때처럼 계속 잠만 자는 게 아니겠는가?
억울하게도 나와 와이프가 밤새도록 한숨도 못 자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ㅠ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도 아기를 돌보는데 서툴기도 했고 아기도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서 새벽까지 잠을 못 자다가 아침에 되어서야 지쳐서 잠이 들지 않았나 싶다.
이후 장모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짐을 챙겨서 어머님 집으로 갔고 약 120일까지 지내다가 올라온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와이프는 출산 후에 몸도 회복이 덜 되었는데 아기까지 봐야 하니 점점 더 몸이 힘들어져갔고, 기약 없는 육아와 원래 일하던 직무로 복직하기 어려운 상황 등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고 내가 보기에는 조금 우울증도 왔던 것 같다. 육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육아방법, 올해에 이상하게도 잦은 내 회사의 해외출장, 이로 인해 독박육아로 와이프는 육체적으로 더 힘들어져갔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평소라면 넘겼을 이야기/상황에 대해 서운하고 다투게 되면서 와이프는 더 힘들어하고 나도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육아는 부부 모두의 일 → 육아휴직 결정
다행히 아기가 100일을 향해 가면서 통잠까지는 아니지만 저녁 7-8시가 되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수유텀이 3시간 간격이라 오랫동안 잠을 자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러면서 와이프와 많은 대화를 하며 나도 육아휴직을 1년 하기로 하고 육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육아는 부부 모두의 일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당연히 부부 모두가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회통념과 와이프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하고 남편은 일을 해서 그런 건지 남편이 육아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 만연한 것 같다.
육아는 부부가 같이 해야 하는 일로 남편도 적극적으로 육아를 해봐야 왜 집이 항상 어지러운지, 몸이 자꾸 피로하고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나 질 않고 티가 안 나는지, 예쁜 아기가 어제 못했던 행동을 오늘은 해내가는 모습을 보면서 커간다라는 것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직접 휴직을 하고 육아를 해보니 퇴근 이후에 아이가 잠들 시간에 와서 육아를 하는 것과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키우기 위해 여건상 휴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쓸데없는 출산정책 말고 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휴직 보장, 휴직 기간 급여)과 휴직 이후 원래 자리로 복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적이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나는 운이 좋게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 동료들과 팀장님을 만나 큰 문제없이(?) 1년간 휴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1. 육아 분담과 자기 계발, 2. 하루가 다르게 빨리 크는 아기
육아휴직을 결심할 당시에는 와이프와 육아를 나눠서 하면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내가 참으로 오만했고 건방졌다고 생각한다. 약 일주일이 지난 상태에서 글을 쓰는데 육아휴직을 해야 시간을 확보해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회시 다닐 때와 비교해 보면 개인적인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아 아무래도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와이프와 나눠 육아를 하면서 천천히 서로에게 개인적인 시간을 줄 수 있도록 생활패턴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무튼, 와이프와 나눠서 육아를 하게 되면 혼자 독박육아를 할 때보다는 육체적으로는 피로를 덜어줄 수 있고 출산 이후에 아직 회복 못한 몸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수 있고 나 또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물론 회사에서의 어느 정도 불이익은 감수해야겠지만), 대학교부터 회사 입사 후 지금까지 휴학이나 취업준비기간 등이 없이 쭉 스트레이트도 달려왔던 부분도 고려해서 결정하였다.
생각보다 신생아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너무 빨리 큰다. 약 100일이 되었을 때 신생아 때 찍어둔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으면 우리 아기가 언제 이렇게 빨리 컸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루하루 지켜보면서 크는 것을 보고 싶어졌다. 어떨 때는 빨리 커서 몸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너무 아쉽고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 놔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략적으로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휴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들, 느꼈던 감정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매주 1개씩 글을 쓰려고 계획 중인데 어렵겠지만 꾸준히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