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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Dec 23. 2023

[Review] 세상 모든 꿈에 찬사를

전시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특별전'

대학교 시절 들었던 수업 중에 영화 이론을 배우는 수업이 하나 있었다. 당연히 영화의 역사도 공부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였기에 필연적으로 <열차의 도착>, <국가의 탄생>, <전함 포템킨> 같은 고전 작품을 많이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가 <재즈싱어>다. 


이 작품이 영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최초로 인물의 대사가 녹음되어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녹음 기술의 한계 탓에 모든 영화는 무성영화로 제작되고 있었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같은 스타들이 활약하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그러나 <재즈싱어>의 등장으로 영화는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했다. 영화의 탄생 이후 줄곧 왕좌를 차지했던 무성영화를 떠나 유성영화의 시대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역사적인 영화를 만든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대부분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겠지만 이 영화의 제작사 이름만큼은 익숙할 것이다. 바로 '워너브라더스'다. 맞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배트맨 시리즈를 만들었던 바로 그 워너브라더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 회사가 영화의 태동기를 함께 했고, 나아가 영화라는 예술에 거대한 혁명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그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그리고 <재즈싱어>가 탄생한지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흐름 지금, 워너브라더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특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해리포터의 위저딩 월드, 반지의 제왕, DC코믹스 등 워너브라더스의 대표작들을 영화 제작 과정의 중요한 축인 각본, 의상, 소품, 특수효과 등을 테마로 한 개별적인 공간 속에 구성하여 워너브러더스만의 독창적인 창작 세계를 만나볼 수 있게 만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워너브라더스의 상징과도 같은 워터타워의 모형과 그간 워너브라더스가 100년간 밟아온 역사가 벽면을 빼곡히 메운 채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후엔 배트맨,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의 영화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던 각종 소품과 의상, 피규어가 전시된 공간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 곳곳엔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프렌즈>의 쇼파, 해리포터 속 9와 3/4의 승강장, 마법의 분류 모자 등을 재현해놓은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어 풍부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내년 1월은 앞둔 <웡카>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미디어 아트 공간도 준비되어 있으니 꼭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함께 거리를 걸으며 데이트를 하던 미아와 세바스찬에게 한 스태프가 다가와 지금 영화 촬영 중이니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별 수없이 잠깐 서서 촬영 현장을 구경하다가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어쩌다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미아는 스튜디오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모와 함께 도서관 영화 코너에서 종일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장면들을 둘이서 재연했던 그때의 추억을 말이다.


영화는 '꿈의 매체'다. 한 편의 영화 안에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감독, 작가, 배우, 작곡가, 디자이너 등)의 염원과 꿈들이 담겨 있다. 그 결과물을 극장에서 보며 관객 역시 같은 꿈을 꾼다. 물론 그 꿈의 경험이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미아가 배우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처럼 어떤 이에겐 새로운 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땐 이루고 싶은 게, 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나 역시 매년 이맘때쯤엔 다이어리를 새로 사며 다가올 내년의 밑그림을 그리지만 어느 순간 작년, 올해, 내년의 목표가 비슷해져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의지도 없이 그저 무의미하게 똑같은 레퍼토리를 관성처럼 이어가고 있던 것이다. 이런 건 꿈을 꾼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런 우리에게 이번 전시는 영화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이곳에서 어른들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어릴 적 보았던 추억의 작품들과 함께 잠시나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꿈과 재회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며, 다시 꿈꿔보는게 어떠냐며 우리의 등을 두드린다.  



그러고 보니 전시장 입구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 찬사를." 이때 말하는 이야기란 비단 영화 속의, 만화 속의 이야기만 뜻하진 않을 것이다. 추억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해당될 수 있다. 마침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올 2024년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닌 이루고 싶은 꿈들로 채워보는 어떨까. 꼭 대단한 꿈이 아니어도 된다.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꿈은 충분히 찬사 받을 가치가 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기념 특별 전시는 오는 2024년 3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잊고 있던 여러분의 꿈과 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8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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