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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pr 08. 2021

모래알 같은 청춘이 되기 전에

 차선책을 생각해두는 편이었다. 잔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차선책은 나의 위로이자 임시방편이었기에. 일이  풀릴 때도 마냥  순간의 감정을 즐기기보다, 일어날 일들을 주의하고 경계했다. 해가 지날수록 조심성이 많아지면서, 불안감이 더해지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선책에 더욱 집착한다.


입사 전, 누구나 그러하듯 또다시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산만 지나면 한동안은 나름 또 평온하겠노라고. 차선책은 당분간 없을 거라고, 이 산만 넘자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른들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뭐 해 먹고살지” 말은 나의 단골 푸념이 됐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온전한 청춘이 내뱉는 푸념이라니. 청춘을 건너뛴 채 어른이 된 그리 유쾌하지만은 이 기분.


먼 미래 같이 느껴졌던 버킷 리스트들을 당장 눈 앞의 목표로 둬야 할 것 같은 요즘. 자잘한 글들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막연하게 “나의 것”을 하고 싶다던 청춘의 바람은 푸념의 대안이 되어 버렸다. 손에 쥔 모래알처럼 형태를 잃어버리기 전에 차선책을 실행시켜야겠다. 다시 수많은 모래알들과 섞인 채 그저 그렇게 밀물과 썰물에 떠다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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