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노 Sep 09. 2021

혼자 하는 애정

엄마의 집들이 선물은 아이비였다. 게으른 성격의 네가 주인이어도 잘 자라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와 함께 살아가 본 적이 없던 나는 서툰 애정을 아이비에게 쏟았다. 부엌과 방문 사이에 걸린 그것에게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는, 지나다닐 때면 간혹 말도 걸었다. 오늘 하루 동안 잘 있었는지 미친 것처럼 여러 질문을 해대며 나름 잘 키우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겉으로만 하는 애정, 그러니까 잘못됨을  것은 주말에 대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불안해 보이던  개의 이파리를 건드리자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그저 물만  갈아주면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던 일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줄기  하나를 잘라내며 느낀 기분은 유독 이상했다. 이사 선물을 망쳐버린  같은  찝찝한 기분에,  물병을 닦고  닦기만 했다. 닦아도 닦아도 미끄덩 거리던 물병 속을 탓하며 조금은 죄책감을 덜고 싶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어느 여름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