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불지 않는 날씨, 쨍쨍한 햇빛이 온몸을 내리쬔다. “시원하다”라는 말을 억지로 되뇌며, 여름 음악들을 골라 귀에 가득 채운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몸의 한 부위만큼은 저 멀리 여름 바다에 가 있는 무더운 나날.
새삼 바다에 가본 지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몇 년 전 떠난 부산 바다, 삼 년 전쯤 마주한 후쿠오카의 모모치.
역대급 더위라는 말을 달고 사는 여름이 또 지나갔다. 무작정 달려서 뛰어들고는 어푸어푸 놀고 싶던 어린 시절, 그때와 다르게 앉아서 파도를 지켜보고만 싶은 지금. 여전히 어리기만 한 나이지만, 보이지도 않는 저 끝에 놓고 올 것이 많아졌을까. 지나가는 계절을 온전히 즐기지 못함은 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