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커피를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다. 늘 아이스초코가 아니면 과일 스무디, 더 이전에는 프라페를 골랐다. 여전히 카페에 가면 눈이 가는 건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 최근에는 무조건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고른다. 몇 년간 터득된 일관된 취향은 무조건 아이스일 것 그리고 달달한 커피일 것.
“원두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세상, 카페 계산대 앞에 서면 또 다른 선택지가 나를 맞이한다. 커피가 신 맛이 나봤자 얼마나 나겠어, 무겁고 초콜릿 어쩌고가 쓰여 있어 그래도 초콜릿이 관련되어 있겠지, 원두에 대한 무지로 얼음을 일부러 녹여 물처럼 마신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에스프레소 바가 무엇인지 모르고 명동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익숙한 메뉴 이름이 많이 없어 괜히 고민하는 척 뒤에서 메뉴판을 몇 번 보고 계산대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이 먹고 있는 저 작은 잔은 무슨 메뉴인가요라는 물음에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진동벨을 받고 나서 뒤 쪽으로 물러나서 보니 사람들이 받아가는 건 모두 작은 잔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림과 동시에 벌컥벌컥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먹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