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바로 '프로퇴사러'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큰 별명 없이 살았다. 그저 가끔 내 이름을 변형시킨 별명만 있었을 뿐.
성인이 되고 '직업'이라는 것을 갖게 되며 새 별명도 얻게 됐다.
바로 프로 퇴사러.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내가 경력을 쌓은 업계는 퇴사와 이직이 잦은 곳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우월한 퇴사력을 보였던 나지만.
서른 하나가 되고 또다시 퇴사를 하게 됐다. n번째 회사에 있을 때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해줬다.
"회사 생활이랑 연애는 진짜 비슷한 것 같아. 어떻게 내가 준 만큼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고, 도대체 모르겠어."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뭐지' 했는데, 날이 갈수록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준다 해도 마음을 몰라주기도 하고, 또 말도 안 되는 포인트에서 나한테 잘해주기도 하고.
그렇게 치면 직전 회사와 나는 정말 진하게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았고, 그 애정의 기간이 짧아왔다는 강박에 시달려 이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에도 질질 끌었다.
그 결과 이별은 썩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것도 없었고.
그럼에도 열심히 사랑했던, 열정을 가득 담았던 것이 좋은 점은 미련과 후회가 남지 않는다. 난 정말 할 만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시원하게 떠날 수 있었다.
요즘 그런 책들이 많다. 회사 생활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열정을 쏟으면 안 되고, 적절히 거절할 줄 알고 완급 조절을 해야 하고 등등등 꿀팁을 알려준 책들. 백번 천 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이 이론처럼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학 공식처럼 1+1=2로 딱 떨어져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마다 방법은 다른 것 같다. 내게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만큼 불편한 일은 없다.
그냥 나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사랑하면 되는 것 같다.
유독 이번 퇴사 과정에서는 많은 응원을 받았고 '프로퇴사러'라 놀렸던 이들도 "제발 좀 그만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구질구질의 아이콘인 내가 큰 미련은 남지 않는다. (분노는 남지만)
결국 나는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고, 또 언젠가 퇴사를 하고, 또 반복하겠지만
이 잘 짜여진 인생의 변곡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지혜롭게 넘기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세상에 이유 없는 일은 없다고 하듯이 우리 모두 저마다의 이유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프로퇴사러'가 또 입사를 하고, 다시 '프로프로 퇴사러'가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