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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Oct 24. 2019

한국 정치, 지금 이 고민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화두 UBI, 천조국의 발상

대만계 미국인 Andrew Yang 이 미국 민주당의 새로운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UBI(Universal Basic Income)이라는 개념과 함께 말이다.


그 기본 아이디어는 무엇이고, 이러한 주장에서 우리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대륙을 달구고 있는 아주 뜨거운 화두, UBI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선, 앤드류 양의 연설을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Andrew Yang을 검색하고 한번 보자. 해당 연설을 한글 자막으로 제공하는 자료도 꽤 있으니, 쉽게 그 아이디어를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앤드류 양이 진행하는 연설 자체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 보자면, 그간 이만큼 솔깃한 메시지를 이만큼 논리적으로 설명한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 만큼 아주 강력한 매력을 내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단순히 대중에게 돈을 뿌리겠다는 포퓰리즘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정치와 행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어떤 영향, 더 구체적으로는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대 가장 핫한 키워드들을 가장 잘 조합해 하나의 프로파간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상품으로 치자면,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 버금갈 만한 정치, 사회적 융합 상품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AI와 자동 주행, 통신환경의 엄청난 발달과 데이터 사이언스들이 만들어낼 변화를 인류가 누릴 혜택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들은 많이 보아 왔다. 이른바 기술의 발전이 가져 올 장점에 대한 것들이다. 그런데 반면 그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노동 기회의 상실. 즉, 실업률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가계소득의 감소 등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보이지 않는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내 일자리를 뺏어간 원인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뜬구름 잡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걸 잘 아는 트럼프는 그 원인을 이주민들에서 찾았고, 장벽을 쌓고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트럼프가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근 몇 세기 있었던 일 중 꼽을 만한 가장 재미있는 정치적 돌발 이슈인 것처럼 난센스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대통령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트럼프를 몇 년간 보다 보니 또 그가 미국의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여하튼, 세계는 기술과 문화 모든 면에서 진보하는데 지금의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그와 다소 결이 다른 방향의 정책을 들고 나와 천조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세상 판을 크게 뒤집어 놓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나온 앤드류 양은 그에게 정면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가져간 표가 있는 지역의 시민들. 그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짚어 줌으로써 해당 표를 가져와 대선에 승리하겠다 말한다.


한 달에 $1,000 달러씩 주겠습니다.

 데이터 체크(Data Check), 이른바 데이터 급여의 개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한 달에 일천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돈을 주겠다는 공약들은 발에 치일 만큼 많아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약들은 사회정의나 복지의 개념에서 도입되는 보조금 성격에 가까웠고, 그런 만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대상이 제한되고, 제공 수준이 달라지고, 누군가는 또 그를 위해 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거부감을 갖게 되는 면도 많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정의에는 공감하지만, 내가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내 돈이 나갈 것만 같은 위기감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공약은 다르다. 데이터 체크, 공식적인 용어로 UBI(Universal Basic Income, 보편적 기초 소득)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개개인 각자가 온라인 세상에서 만들어 내는 데이터가 얼마나 가치 있게 되었나를 언급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이 있음을 언급한다. 그런데 막상 그 데이터의 생산자이자 주인인 시민 개개인은 얼마를 벌어 들이는가. 엄청난 양의 고객을 보유하고 그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물건을 판매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는 아마존이 지난해 낸 세금은 0 달러. 그런데 성실히 일해서 주급을 받는 직장인은 한 주에만 해도 그 보다는 많은 세금을 내고 있고, 가정에서 애 둘을 보면서 하루 종일 고생하는 가정주부들은 그들이 노력하는 노동력의 대가로 아무런 수익도 갖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그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아마존을 통해 하루 종일 많은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데이터 생산공장의 우수 노동자임에도 말이다.


 지금 세상은 테크놀로지, 데이터가 원유와 같은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그 원유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 한 푼도 못 가져가는 사회구조라면 그것이야말로 거대한 난센스인 것이다. 그러니 이 4차 산업혁명의 원유, 곧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모든 시민에게 반대급부를 지급하겠다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당위 쩌는 발상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만들어 내고 있는 데이터라는 것들로 누군가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세상이라면, 그 데이터의 주인에게 반대급부가 돌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사회가 변화해 나가고 산업의 행태가 바뀌어 나간다면, 정치는 그에 걸맞게 사회 구조를 모든 면에서 재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산업 전선의 최전선에서 데이터를 만들어 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는 사회주의적이라기보다, 그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발상인 것이다.

 이때, 본능적으로 드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미국 인구는 3억 3천만 명에 달하고 이 사람들에게 모두 1천 달러를 지급하자면, 어마어마한 재정적인 조달처가 있어야만 한다. 까놓고 무식하게 말하자면,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런 무식한 방법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내부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쉬운 경제적 패망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턱대고 찍어내진 않을 거다. 그래도 솔직히 어떤 명분으로든 어느 정도 국채 발행형태의 통화 발행량 증가를 통해 해결할 거란 게 여전히 내 생각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나의 의견이다. 하긴 앞에도 내 의견이구나 ㅋ)데이터를 만들어낸 사람에게 수익을 돌려준다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에게는 이른바 데이터 세(Data Tax)를 부과시킬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인건비 대신 데이터에 세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혹은 자동화 자동차 생산기업들도 인건비를 아끼는 대신, 데이터세를 당연히 내야 할 수도 있다. 온 세상에 널린 게 데이터라 하지만, 막상 모으려면 유효한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려운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날벼락같은 일이 되겠다. 그렇지만 해당 기술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던 인건비의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특히나 데이터 자체가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업들의 경우, 이렇게 데이터 가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마치 인건비는 짜게 주면서 노동력은 엄청나게 착취하는 악덕기업과 동일한 프레임으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아주 크다.

 페이스북 주커버그는 이미 두 손 들고 이 정책에 찬성한다. 또 그런 사람이 누가 있나 보면, 엘론 머스크가 있다. 배경에 어떤 수가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동조는 이 시대 리더로서의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면도 분명 있겠다만, 멀리 보면 꽤 괜찮은 포석이다. 나의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기업. 이 만큼 착한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또 있겠나.


한국 정치판에 던져주는 인사이트


 이쯤 되면, 한국에서는 누가 이걸 할 수 있나... 하면서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긴 하다. 그런데 이미 너무 망가졌고, 지금 하면 너무 따라 하는 것 같아서 좀 아쉽긴 하다. 늦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멋지게 정치판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그만 그 전선에서 철수해도 될 법한데, 이름 때문이신지 자꾸 철수는 안 할 생각인가 보다. 요즘 뭐하시나 모르겠는데, 현재의 정치판에서 굳이 찾아보자면 사실 이 분 만한 사람도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정치에 들어오기 전까지 보여준 행보들을 보면 참 똑똑하고 판단력 좋아 보였는데, 정치 활동에서 보여준 장면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실망스러웠는지.

 여하튼 사람을 떠나, 어젠다만 놓고 보면 한국도 재빨리 이와 같은 어젠다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치/행정 에서의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강력한 이슈 드라이브가 필요하고, 포퓰리즘을 넘은 현실적인 사회 전반의 체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진짜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그 사회에서 또 우리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자. 데이터의 가치에 대한 모든 영역에서의 실질적 평가를 진행하고, 행정 영역에서 이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장 강력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콘텐츠에 있다. 콘텐츠란 데이터의 덩어리다. 그 데이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수익화할 것인가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이슈가 우리나라의 미래에 또 없어 보인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원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 좋다. 그런데, 그게 진짜 될까? 그렇게 고용 창출한다는 생각이 정말 맞는 방향일까? 제조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엮으려는 시도 말고, 4차 산업혁명에서의 글로벌 리더가 되어 보려는 도전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데이터가 돈이라는데, 그리고 이제 그 데이터의 현금화를 미국에서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데이터 가치의 현금화 시도가 더 많은 분야에서 더욱 정밀하고 공격적으로 진행될까?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하지만, 이런 것이 진짜 패러다임의 변화다. 국산차 사던 사람들이 외제차 타고, 국산차에 자동화 장비 좀 넣어서 차는 그대로인데 운전자가 조금 더 편해지는 그런 세상은 패러다임 변화의 축에도 못 든다.


 정치인들 각성하자. 사회변화에 따른 강력한 어젠다를 던지고 미래를 살아갈 국민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 보자. 민생, 남북평화, 상생협력, 부동산 안정화,,, 뭐 다 좋은데, 한 명쯤은 이런 미래도 좀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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