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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Dec 03. 2022

삼성을 그만두었습니다. 1편

퇴사 불안을 잠재우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썰

삼성을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삼성에 근무를 시작한건 2021년 9월 1일 부터였습니다.

2017년 부터 시작했던 이커머스 경력으로, 삼성 그룹의 IT 계열사인 하나인 삼성 SDS 에 입사를 하게 되었죠. 문과 출신에 마케팅 전공으로 경력을 쌓아온 제가 해외에서 이커머스로 마케팅과 개발관리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IT 쪽 전문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자했던 선택이었습니다.


이커머스 전략과 플랫폼의 구축, 운영에 대한 자신이 있었고 삼성에서 D2C 몰에 대한 운영을 담당하게 되면서 또 많이 배우기도 했고, 마음껏 배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은 서로 다른 대기업의 경험을 했던 사람으로서, 삼성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을 정리해 볼게요.

이번 이야기는 내가겪은 삼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왜 나는 삼성을 나와 다른 길을 선택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들었던 삼성에 대한 궁금증 중에 하나는 "대체 삼성은 뭐가 다르길래 똑같은 한국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글로벌 1등이 될 수 있었고, 다른 회사는 그렇지 못했나?" 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고 배웠던 회사는 롯데였습니다. 롯데 백화점에 입사해 문화 마케팅 이라는 것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죠. 그때도 분명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저는 무척이나 열심히 일했고, 내 회사인양 열심히 가끔 밤도 새가면서 고민하고 끈질길게 노력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아니 대체 왜 우리는 안되는거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삼성에서 일할때 저는 사실 SDS 라는 회사보다는 전자 본사에서 더 오래 일했습니다. 수원에 있는 전자 본사에 가서 삼성닷컴 글로벌 운영과 관련한 일을 했어야 했거든요. 무슨 일을 했고, 얼마나 흥미로웠는지는 '회사정보나 전략이 유출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다음에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대체 삼성은 뭐가 달랐나' 하는 이야기에 집중해 볼게요.


1. 노는 물이 다르다. 


 죄송합니다. 제목이 Hype 입니다. 어그로 끌기위해 좀 자극적으로 오해 살 수 있는 멘트로 제목을 달아 보았어요.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은 삼성의 사람들이 다른 회사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인재라는 뜻이 아닙니다. 훨씬 더 좋은 학벌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삼성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삼성이 하고 있는 사업 분야. 특히, 전자가 하고 있는 사업분야가 다른 사업체들과 다르고, 국내 기준으로 보자면 다른 회사보다  더 과감하게 가전 제품 시장,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이런 결정으로 인해 조직의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집중해서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분야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그러니까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사업분야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능에서 국,영,수가 중요한데 열심히 사회과학만 판다고 해 봐야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집중해야할 사업분야에 있을 수 있게 한 결정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고, 쉬운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Top Level 에서의 전략적 의사 결정은 국내 재벌기업들의 특성상 한 사람, 즉 Owner의 입김이 가장 결정적이고 Owner 가 항상 옳은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Owner 가 똑똑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의 계시를 받듯이 사업적 결정을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Owenr 라도 확보한 정보의 종합과 해석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겠죠. 그러니 결국은 Owner 는 결단력과 열린 사고, 이해력과 Insight 를 도출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만 하고, 주변의 조직에서는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올바른 보고 체계와 정보 수집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거죠.

 '결정권자의 역량과 혜안', '기획 조직의 우수한 정보력과 분석 능력', 'Fact 를 제때에 전달하는 올바른 보고 문화' 이런 것들이 결국은 회사가 커 질수록 반드시 갖추어야할 기본기인 듯 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를 제 수준에서 장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삼성이 커 올 수 있었던 것에는 바로 그 '노는 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준 위와 같은 능력들이 중요한 배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인재경영


 인재경영에 대해서는 채용, 운용/평가, 교육 등에 대해 얘기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흔히 말하는 HRD/HRM 의 영역이죠. 하지만 여기서는 특히 인력의 운용과 평가에 대한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듯 합니다. 신입 사원의 채용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긴 합니다. 경험해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요즈음의 분위기는 신입의 채용에 그다지 열을 올리는 분위기도 아닌 듯 하구요. 그렇지만 경력의 채용 특히 대학원을 졸업한 박사급 인력이나 외부 시장에서 영입하게 되는 인력에 대해 삼성의 마인드는 어느정도 분명한 듯 합니다. 돈 잘버는 회사가 앞으로 더 잘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을듯 한데요. 삼성은 인재 채용에 있어서는 다른 회사에 비해 상당히 열려 있습니다. 단순하게 이야기 하면, '지금 어떻게 쓸지 모르겠는데, 이 친구가 시장에서 뛰어난 사람인 것 같으니 일단 뽑자' 라는 느낌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해요. 일 안하는 혹은 못하는 사람은 참 많은데, 막상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해 잠재력이 있거나 한 때 잘했거나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제가 입사할 때도, 어떤 특정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대보다는 오히려 함께 일할 '우리'를 구성할 동지를 뽑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채용 보다 제가 더 인상깊게 느낀 부분은 사람들이 일하는 문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문화를 설명하자면 너무 두루뭉실 해 지기 쉬운데, 조금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소위 free rider 와 '열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관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느 회사에나 free rider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종류도 다양하죠. 대놓고 노는 사람, 노는데 어정쩡하게 일하는척 하는 사람, 놀면서 자기가 다 일하는 척 하는 사람 등등. free rider 가 없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조직은 아마도 없을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곳에 팔레토 법칙 있을 지어다. 아무튼 이렇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여러 타입의 free rider 중에 어느쪽을 컨트롤 해서 그나마 줄여야 할 것인가. 하는게 중요해 질 텐데요. 삼성에도 마찬가지로 free rider는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다른 곳보다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삼성의 free rider 는 앞선 유형들과는 다릅니다. 이 점이 정말 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이건희 회장은 인재경영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느리다고 버리지 않고, 그사람 나름대로 그대로 둬라. 잘 하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라' 제가 느끼기에 삼성이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 말이 일하는 문화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free rider 는 명확히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회사의 free rider 가 잘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시기하고, 기운을 빼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면 삼성에서는 그런 면이 없었습니다. 일 안하고 놀면서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을 시기하고, 방해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정말 놀라운 점이었습니다. 불필요한 회사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유용한 자원의 활용에 방해물을 없애는 것. 각자의 장점과 속도를 인정하고 그 때, 그 일에 잘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점이 삼성의 가장 놀라운 부분입니다. (뭐..그래도 가끔 그렇게 무자르듯 자를 수 없는 사람도 역시 존재하고, 대놓고 너무 너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 싶긴 합니다) 잠깐만 언급하자면, 평가 역시 그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어 집니다. 잘하는 사람은 분명히 잘 받고 많은 혜택이 따라옵니다. 공개적으로 편가르고 순위메기지는 않지만 잘하는 쪽에 더 동기부여를 해주는 방식입니다. 


3. 역시 복지


 똑같이 '대규모 기업집단' 소위 대기업 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삼성은 복지에 있어서는 참 다르긴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복지 항목에 대한 비교를 회사들 끼리 해 본다면 별로 차이가 안나 보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삼성에 다니면서 제가 어느순간 문득 느꼈던 부분은 적어도 삼성에 있는 동안은 일 이외에 나와 가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대소사에 대해서도 왠만해서는 큰 흔들림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입니다만, 장애가 있는 아이의 교육비도 따로 지원이 되고 나와 아내의 건강검진 혹은 아내 대신 양가 부모님이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도 있었죠. 복지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의 제공이나 가끔씩 부서에서 나눠주는 배달앱 쿠폰 혹은 커피쿠폰, 소소한 내부 포상 등등 지내다 보면 생각치도 못하게 받아가는 알찬 혜택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리스트업해서 비교해 보자면 잘 티는 안나는데, 막상 다니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복지 혜택에 젖어 있게 되기도 하는 거죠. 이외에도 꽤 괜찮은 수준의 계열사 할인들 등이 많습니다. 그런데 복지 혜택의 적용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굉장히 상대적이기도 하고, 의무적 지급이 아니라 신청에 따라 달라지는 혜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도 꽤 있겠죠?


삼성이 뭐가 달랐나. 요약해 보자면,


Owner 의 산업군에 선구안, 인재 관리 문화, 다양한 혜택 정도로 요약 되겠습니다.



자, 그런데. 이렇게 좋은 삼성을 왜 그만두었나.


이 이야기는 2편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막상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쓰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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