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도 좀 싸지고 일본의 입국 제한도 드디어 풀려 4년 만의 해외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마침 회사에서도 일이 별로 없어서 구글 맵으로 사전조사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행은 시작부터 차질을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했기 때문인지, 비행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나리타 공항의 출국장에서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결국 예약한 야키니쿠 가게는 늦어서 가지 못했다.
- 예전 같은 체력이 아니야
몇 년 전, 밥까지 굶어가며 혼자서 모든 관광지를 싸돌아 다니던 20대의 체력은 어디로 갔는지, 다음 날 아침부터 피곤했다. 피곤을 이겨내 가며 쇼핑을 위해 시부야와 하라주쿠의 많은 빈티지샵과 옷 가게를 들렸지만 아무것도 사지 못했고, 포켓몬 스토어는 결제 대기 줄만 2시간 이상이었으며 닌텐도샵은 아예 들어가지 조차 못했다. 또한 그렇게 먹고 싶던 가츠동 가게를 가기 위해 4군데나 되는 가게를 돌아다녔으나 결국 먹지 못했고 다리만 아파왔다.
-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파리 디즈니랜드의 좋은 경험으로 디즈니씨를 선택했지만, 한 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은 나를 지치게 했고, 이제는 돈이 있는 30대는 패스트트랙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결제가 안 돼서 실패했다. 20대 때라면 어떻게든 기다려서 밤에 진행되는 불꽃놀이도 보았겠지만, 다리가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결국 다시 신주쿠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빔즈에서 처음으로 Tax Free 혜택을 받아서 목도리를 샀고, 첫날에 먹지 못한 야키니쿠 가게에도 시간 안에 갈 수 있었다.
- 일본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도 많고 못 먹은 것도 많으며 쇼핑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많이 아쉽지는 않다. 아침부터 몸에 테이프 같은 옷을 입고 열심히 영업하는 호스트를 보았고, 얼마 전부터 웹상에서 유명해진 토요코 키즈들도 실제도 보았으며, 이자카야에서 나마비루를 마시면서 일본의 밤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사쿠사에서 일본의 길거리 음식도 많이 먹었고 디즈니 씨에서 행복했으며, 면세 혜택도 알차게 받았고, 기념품 사는데 돈을 신경 쓰지도 않았으며 내 머리에 딱 맞는 비니도 살 수 있었다.
- 30대의 여행
30대의 여행은 20대와 다르게 좀 더 여유가 있는 여행이었다. 자잘한 돈의 구애를 받지 않았고 기념품을 사는데 큰 고민도 없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도 않았고 여행 다음날 출근을 하니 엄청나게 피곤했다. 다음에는 여행보다는 휴양에 가까운 곳을 가고 싶다.
그래도 도쿄에 다시 간다면, 애니메이션 굿즈가 있는 아키하바라나, 빈티지 제품들이 많은 시모키타자와, 그리도 디즈니랜드에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