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배달음식과 챗-GPT

요즘엔 오프라인 맛집에서 출시한 밀키트가 유행이다. 


거기다가 배달 앱에는 오프라인 맛집 배달 기능도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코앞까지 배달해 먹는 건 일도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흙 속의 진주를. 찾는 재능이 있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밀키트나 맛집 배달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그렇게 내가 고른 맛난 (산)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면 뿌듯하다. 


‘후후, 잘 골랐어. 재주문각이야.’ 라며 뿌듯함이 올라온다. 


하지만 요리책을 보며 내가 낑낑대고 내 손으로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먹으며 ‘맛있다’고 할 때의 뿌듯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내가’ 만들었어!의 뿌듯함이 내가 ‘골랐지!’의 뿌듯함을 넘어서는 나는 역시나 자급자족을 즐기는 류의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  


외식은 외식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영역이 있고, 배달음식은 배달음식이 주는 재미가 따로 있다. 그리고 이 즐거움들은 직접 요리해서 먹는 충족감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CHAT-GPT를 사용한 후, 느낀 나의 감정도 정확하게 이와 같았다. 

© mailchimp, 출처 Unsplash


요즘 Chat GPT가 하도 핫해서 

나도 최근 블로그에 쓴 글에서 두 문장을 가져다가 넣어봤다. 


꽤 자연스럽고 괜찮은 영어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 정도라면 업무용 이메일, 보고서를 영어로 써야 하는 용도로만! 영어를 공부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도 있겠는걸?’싶었다. 배달음식이 주는 즐거움처럼 Chat-GPT가 내어주는 번역 결과물도 편리하고 빨랐다. 


하지만 저렇게 쉽게 바로 답이 나오는 순간에 영변으로서의 나는 왠지 싱거워져버렸다

왜 싱겁지? 생각해 보니, “내가 만드는” 파트가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손으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가고 싶어!라는 마음이 든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즐거움은 같을지라도 과정에 따라서 세부적인 즐거움의 종류가 달라지듯이, 챗지피티가 주는 결과물은 편리하고 빠름을 충족시켜주지만, 나에게 성취감을 주지는 않는다. 




편리함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아이가 내 성취감을 높이는 것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영어를 걸림돌이자 눈엣가시같이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구원의 기술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영어 공부를 통해서 성취감과 무언의 자급자족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내 입으로 더 자연스러운 영어를 더 편하게 꺼내어 쓰는 나를 상상하고, 그런 나로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성취감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기에, 그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싶다. 


조금은 못나고 어설퍼도 노련해지는 만큼 맛있어지는 나의 요리처럼, 키워가는 맛이 있는 애착 가득 담긴 내 영어 여행기도 계속 되리. 


편리함은 편리함대로 누리고, 충족감은 충족감대로 지키며 사는 것이 힙한 것이다!!라고 느낀 오늘.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탄력 이어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