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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인 Apr 20. 2024

<데미안>_헤르만 헤세

누구나 겪게 되는 혼돈의 시기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모두가 <데미안>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그 시기를 겪는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소설가가 이 책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어쩌면 이 말이 핵심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 번씩 자신의 세계, 삶의 방식, 주변인들과 불화를 겪는다. 그리고 곧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잊히고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번진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긴장을 겪는 인물을 그린 책이다. 나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글을 적어본다.


 우리는 밝은 세계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도덕, 제도, 관습 등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선만을 이야기하고 그것만 행하기를 가르친다. 문제는 세상은 그렇게만 작동하지 않으며 인간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제시하는 가치와 개인 내면의 갈등과 긴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설 <데미안>의 시작은 주인공 '싱클레어'의 거짓말이었지만 그것이 아니었어도 결국 혼란은 발생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모범적이면서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그였기에 그 괴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가 온전한 자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견고한 그 둥지를 부숴야만 했다.


 물론 이것이 악을 좇으라는 말은 아니다. 이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 '싱클레어'가 사회와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방탕한 삶을 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기 내면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이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문제시하는 것이 단순히 선악 여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야기 초반 주인공이 보여준 모습은 그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보다는 기존의 권위와 가치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온전한 나로서 살아간다고 볼 수도 없으며 그가 진정 선한 존재라 말할 수도 없었다. 외부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주체적으로 선한 행위를 할 때야말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선악 판단에 있어 통합과 중용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악이 존재해야 선악의 스펙트럼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에 대한 판단 또한 상대적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면 그 사람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분노를 느끼지 못하면 상대의 무례한 행위를 그냥 받아야만 할 것이다. 또한 무모함이 없다면 같은 세계만을 맴돌 것이다. 결국 정도의 문제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통합과 중용에 이르기 위해선 양 극단을 모두 경험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도를 지나칠 때까지는 자신의 도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것은 나 또한 데미안의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뜻한다. 내가 믿어왔던 것들, 지켜왔던 행동양식,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나로 연결해 준 것들이지만,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깨뜨려야 한다. 힘든 것이지만 소설이 말하는 것처럼 통합, 평안에 이르기 위해선 필요한 국면이라 생각하고 있다. 올해 시작할 때 키워드를 '해방'으로 잡았다. 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그런 무엇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어쩌면 나도 찾고 또 계속 찾아야겠지. 여러 해를, 그러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고, 어떤 목표에도 이르지 못하겠지. 어쩌면 나도 하나의 목표에 이르겠지만 그것은 악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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