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기회비용을 찾아내려는 태도
'외팔이 경제학자를 데려와라' 미국 전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이 남긴 말이다. 경제정책을 제안하는 경제학자들이 항상 'on the other hand'를 덧붙인 탓이었다. 경제학은 이렇게 균형을 이야기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을 붙이고 살듯,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아무리 당연한 것일지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사람들마다 경제학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만, 담합보다는 경쟁을, 개입보다는 인센티브를 강조한다는 점은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경쟁과 인센티브는 시장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에 너무 무게를 둔 나머지, 균형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있다. 결국, 수단이 목적으로 변한 셈이다.
사회과학에서, 중요한 개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왜 시장을 그리고 경쟁을 선택했는가? 어떤 점 때문에 시장과 경쟁이 더 나은 것이고 어떤 조건에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시장, 경쟁, 인센티브를 우상화할 때 학문의 가치는 크게 줄어든다.
한국사회는 경쟁의 메커니즘으로 어떤 비용을 치르고 있는가? 우리는 삶의 전 영역에서 경쟁이 작동하고 있다.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유치원 때엔 영어 유치원, 청소년기엔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대학 이후에는 취업을 위해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 취업 이후에는?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야근은 기본이다. 이렇게 삶 전반에 퍼진 경쟁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은 이런 상황을 승자독식구조의 자기 파괴적 메커니즘이라 설명한다. 승자가 결과물을 독식하고 패자는 낙오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우리에게 경쟁이 최선의 대안인가?
최근, 정시비율 확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시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발생한 탓이다. 수시는 과정에 특혜 요소가 작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절차가 동일한 정시가 공정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한가? 어떤 절차를 따르더라도, 특권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경쟁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그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어, 이미 공정성의 범주를 벗어났다.
왜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가? 학벌에 편중된 특혜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 간의 보상이 차이가 날수록, 경쟁의 공정성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정이 공정해지기 위해선 결과가 공정해져야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 과도한 경쟁을 하고 있고, 승자가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연대가, 인센티브보다는 분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경제학의 정의와는 다른 답변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답변이 정해진 학문이 아니다. 이분법적 사고나 선형적 사고가 아니라, 사회를 분석하고 보완적인 요소 간 관계를 규명해 내는 냉철한 사고가 필요한 학문이다.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
한계혁명을 일으킨 알프레드 마샬이 남긴 말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성과 공감 능력이 조화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경제학은 한쪽에 치우친 느낌이었다. 차가운 머리를 내세워 계산된 답변만을 내놓는 모습이 내가 본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선입견을 깨 줬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따뜻한 가슴을 가졌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힘이 있었다. 내가 경제학과 맞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경제학을 오용하는 이들을 싫어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