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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딜러 한혜미 May 04. 2020

세상에서 가장 큰 미술관,
구글 아트 앤 컬쳐

구글 아트 앤 컬처가 제시한 21세기형 미술관

코로나 19로 많은 미술관이 휴관하면서 온라인 전시가 급부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목적의 일방적인 영상이 아닌,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VR을 도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아래 글은 VR전시의 대중화에 앞장선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에 관한 이야기로, 아트플랫폼 Sharp Spoon에 처음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내용은 동일하며, 다시 보니 괜스레 어색한 부분(조사, 글자색 등)만 수정했습니다.

*원문보기: http://sharpspoon.kr/interview_detail?id=13





지구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이러스의 위협에 전 세계의 문이 굳게 닫힌 요즘이다. 외국은커녕 집 근처의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날이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봄의 꽃피는 파리가, 분주한 뉴욕의 거리도 모두 꿈처럼 느껴진다. 거닐던 거리가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면 위험구역으로 바뀌니, 미술업계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확산 방지에 동참하고자 1월 1일과 명절을 제외하고는 늘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도 휴관에 들어갔다. 전국의, 아니 전 세계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고 진행 중이던 전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전시회 특성상 건물이라는 공간 안에서 진행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바이러스는 우리의 '문화 향유 권리'까지 침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바이러스가 침범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이야기처럼, 직접 둘러보는듯한 가상 미술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건물'에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공간이다. 비대면의 상황이 역으로 온라인 미술세계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가상 미술관의 시작은 9년 전인 2011년, 구글(Google). '누구든 어디서나 문화 인프라의 혜택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야심 찬 포부로,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Culture)'등장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비교/ 좌) 구글 아트 앤 컬처 캡처, 우) 직접 촬영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구글에서 만든 통합 가상미술관이다. 전 세계 9개국 17개 미술관에서 현재는 80여 개국 1800개 이상의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아트 앤 컬처 가상미술관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초월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누워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몇 번의 화면 터치로 작가의 붓터치까지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전시관의 이동 동선은 하나의 방향이 아닌 360도 회전이 가능해서, 나의 스탭에 맞춰서 이동할 수도 있다.


누구나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이용해서 접속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뉴욕의 구겐하임부터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미술관'을 구현했. 이뿐이랴. 온전히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미술관'이다. 아트 앤 컬처로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오르셰 미술관을 통째로 빌리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휴대폰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최고의 결과물이다.




 

구글 아트 앤 컬처 포켓 갤러리(Pocket Gallery) 예시(1)




둘러만 보는 전시관이 흥미가 없다면, 원하는 공간에 나만의 미술관을 만들 수 있다.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일이 쉽게 실현된다.


위의 사진은 아트 앤 컬처 중 포켓 갤러리를 활용해서 만든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의 전시관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작가의 미술관을 내 방 침대 위에 만들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 36점을 모아서 이불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상 갤러리는 위치와 샘플을 선택하면 일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만들어진다.


직접 만든 가상 갤러리 역시 원하는 각도에 따라서 이동이 가능하다. 터치로 가깝게 볼 수 있고, 휴대폰 움직임에 따라 시선도 달라진다. 작품 감상 중 휴대폰을 들어서 위를 바라보니, 내 창가가 전시관 천장을 넘어서 보였다.






구글 아트앤컬처 포켓갤러리(Pocket Gallery) 예시(2)




전시관을 둘러보다가 바로 그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났다. 네덜란드의 마우리츠 하이스 왕립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 불릴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작품을 확대해보니 미세한 갈라짐이 보였다. 평소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던 습관에 따라 좌우로 움직여봤는데, 마치 눈앞에 있듯 여러 측면에서 감상이 가능했다. 





구글 아트 프로젝터(Art Projector) 예시




물론 반드시 전시관을 만들거나, 온라인 전시관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찾을 필요는 없다. 원한다면 눈 앞에서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구글 아트 프로젝터로 소환했다. 수많은 관람객들로 가까이 보기 어려웠던 모나리자는 방 안으로, 고흐의 그림은 지하철에 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품을 만나는 일, 가상과 현실의 조화가 눈앞에서 벌어졌다. (단, 움직이는 곳에서는 작품 고정이 쉽지 않다. 고흐의 작품은 지하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가상과 현실의 만남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미술관 및 갤러리가 무기한 휴관에 들어서면서, 온라인 전시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캡처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전시관은 구글의 아트 앤 컬처와 같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PC와 모바일 접속이 용이하며, 횟수 및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이곳의 온라인 전시관은 대표적으로 'VR'과 '동영상'코너로 나뉜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오프라인 전시관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가상 전시공간이며, 동영상은 작품의 설명 영상이다. VR에서는 지난 기획전시들을 수도 있는데, 그중 '가야 본성-칼(劒)과 현(絃)' 소개하고 싶다.





*가야 본성-칼(劒)과 현(絃) 전(2019-12-03~2020-02-24)

: … 칼과 현은 가야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가야를 하나로 통합하지 못한 작은 나라로 기억하지만, 사실은 다양성이 공존한 평화의 모습을 잊었을 뿐입니다. 이제 가야가 탄생하고 사라진 기억을 다시 되돌려보고자 합니다…. (전시설명 中)


@국립중앙박물관






좌) 가야 본성 전 포스터, 우) 가야 본성 전 VR 캡처, @국립중앙박물관
집 모양 토기 함안 말이산 45호 묘 사진과 VR비교, @국립중앙박물관




가야 본성 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 김해박물관이 주최한 전시로 미술업계의 호평을 받았다. 가야가 고구려, 백제, 신라와 어떻게 520년을 공존할 수 있었는지, 왜 우리가 이 시대에 가야를 알아야 하는지를 공존·화합·힘·번영을 4가지의 주제로 소개했다. 유물은 기마인물형 뿔잔(국보 제275호)을 포함해서 약 2,600여 점이 전시되었다.


VR전시는 공간 구현뿐만 아니라 원래의 주인공인 유물을 근접하게 담았다. 위의 사진은 이번 가야 본성 전의 집 모양 토기이다. 왼쪽은 박물관 홈페이지에 소개되었던 사진이고, 오른쪽은 VR속의 모습을 캡처한 사진이다. 아직 구글과 같이 유물의 결까지 확대되거나, 휴대폰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다양한 측면을 보기는 어렵다그럼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전시는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 미술의 온라인 시장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상미술관의 발전이 오프라인 미술관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잖이 들린다.


그럼에도 미술업계는 커져가는 온라인 시장을 반기는 추세다. 미술작품은 '예술'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 미술관에 우선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대상은 미술애호가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이 실제로 그 작품을 바라보는 것임을 아는 이들이다. 더해서, 구글의 아트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온라인과 모바일의 접근성과 용이성으로 미술의 벽을 낮췄다. 미술의 대중화가 구글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교육'분야도 가상 미술관을 반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시대에서 생동감 있는 수업을 위해 많은 미술 교사들이 가상 미술관을 활용하고 있다. 작가의 흔적을 찾는 일은 더 이상 애호가들만의 몫이 아니게 되었다. 





구스타프 클림트, <The Kiss>




이렇게 구글은 21세기형 미술관(박물관/museum)을 새롭게 제시했다. 가상 미술관은 여름휴가에 굳이 유럽의 미술관을 땀 흘리며 찾거나, 그 나라가 알고 싶어서 그곳의 미술관을 먼저 방문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동시에, '왜 그러한 수고로움을 굳이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박물관의 역할인 '오브제를 수집해서 연구하고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소통방식의 제안과 경험의 폭을 확장시켰다. 그 덕분에 전 세계의 미술작품을 언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뿐더러, 지금과 같이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안 책으로 떠올랐다.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숙제는 있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감상은 가능하지만, 유망한 신진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란 어렵다. 유명한 작가를 아는 것만큼이나 '좋은 작가를 발견하는 일'은 미술업계에 종사하는 우리의 의무와 책임이다. Sharp Spoon에서 포트폴리오처럼 쌓여가는 작가들의 작업 변화를 공유하는 이유이다.


그림 한 점이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백신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잘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타이타닉호의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연주했던 연주자들의 일화가 떠오른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그들이 천여 명의 사람들을 위해 연주를 했듯,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삶을 풍부하게 영위할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한다.


21세기의 작가들은 노트 대신 아이패드에 드로잉을 한다. 온라인 역시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제2의 공간이 아닌, 위기의 상황 속에서 하나의 동등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미술관, 구글 아트 앤 컬처'를 통해 발전하는 미술업계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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