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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 떨림 Nov 13. 2022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 그림책

 



1

  문제는 퇴사 후 더 심각해졌습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 몇 달 동안 병원에 다녀야 했고, 잇몸이 망가져 치과 치료도 받아야 했지요.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제 말에 퇴사한 그곳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정신은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그곳을 나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몇 명을 알고 있다면서 제게 마음 굳게 먹으라고 했죠. 돈이 없어 아플 수가 없다고 농담처럼 말해놓고 새벽 내내 울었습니다. 4년 반 동안 행복했고, 보람찼고, 즐거웠고, 뿌듯했고, 감동받았던 날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도구였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였을 때에만 인정받는 꼭두각시였죠. 문제를 제기하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 그들에게 저는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더는 못 참겠다며 조직의 구조를 바꾸겠다던 동료들마저 저를 비난했죠. 그들이 제게 퍼부었던 말보다 제가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자꾸만 제 심장을 할퀴었습니다. 그들을 향해 칼을 겨누었지만 그 칼로 저를 찔러대고 있었던 거죠. 다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미, 친, 듯, 이, 열, 심, 히 살았던 날들이 퇴사 10년을 앞둔 지금까지 후유증을 남길 줄 몰랐습니다.



2

  그 깊고 단단한 트라우마의 원인은 자책과 불안이었습니다. 그들의 혀끝에서 판단된 부정적이고 나약한 제가 저의 전부라고 착각하면서 오랫동안 괴로워했습니다. 그들만큼 똑똑하지도, 영악하지도, 집요하지도 못해 내내 물렁거렸던 제게 화가 났고, 치사하고 졸렬한 그들에게 당당하게 맞서지 못해 분노가 쌓였지요. 그래도 예의를 지키겠다며 결정적인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그게 또 저를 공격하더라고요.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 수 있는 약점이 있었는데 왜 그걸 덮었는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요. 실컷 욕을 퍼부어주지 못했다면 후임자를 구할 최소한의 기간만 주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해 마무리를 다 하겠다며 5개월 정도를 불편하게 다녔어요. 12월 31일에 시작한 야근은 다음 날 1월 1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그들과 마주칠까 봐 거의 집에 웅크리고 있었어요.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면, 함께 맞섰던 이들이 아니었다면, 당시에는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없었다면, 저를 다그치다가도 무심한 듯 다정하게 술잔을 부딪쳐주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좁은 원룸에 저를 가두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겠죠.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의 츠레를 보면서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한 성실과 책임감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일하지 못하고, 타인을 위해 참고 견디는 츠레가 어느 날의 제 모습 같아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죠.




"내가 요즘 궁금한 건
츠레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거야."

  하루(다카사키 하루코)와 미키오(다카사키 미키오)는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입니다. 하루는 남편을 동반자를 뜻하는 '츠레'라고 부릅니다.


  츠레는 요일별로 치즈를 정해놓고 매일 직접 도시락을 쌉니다. 넥타이도 요일별로 정해두고 있지요.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면 하루가 건네주는 쓰레기봉투를 들고나갑니다. 전철 안은 늘 지옥입니다. 사람들에게 짓눌린 끝에 겨우 회사에 도착하면 또 다른 지옥이 시작됩니다. 츠레는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정리해고 때문에 인원이 줄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 데다가 진상 고객까지 그를 괴롭힙니다. 사용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한 고객은 날마다 츠레에게 전화를 해서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합니다. 심지어 이 고객은 사장에게 직접 편지까지 썼습니다.


  하루의 직업은 만화가입니다. 전투적으로 만화를 그리면서 돈을 엄청 많이 버는 만화가와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자유롭고, 여유롭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해 연재를 중단하게 된 그런 만화가지요. 편집자에게 통보를 받고 기분은 나쁘지만 그리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심란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취미 삼아 한 거라며 이발소를 하는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의 만화가 인정받지 못해 아쉬움과 미련이 있지만 절박하지는 않습니다. 하루는 스스로를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포기가 빠른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어쩌면 이건 자신감과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 틈에서 상처를 덜 받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일자리를 잃어도 생활에 대한 부담이 적은 츠레 덕입니다. 츠레는 하루에게 생계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만화만 그리라면서 프러포즈를 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츠레는 뭐든 대충 하지 못합니다. 요일별로 치즈와 넥타이를 정해둘 정도로 그는 매사 꼼꼼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객의 험담을 하지 않을 정도로 반듯하고, 자신의 이름 '다카'의 글씨가 잘 못 되면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잡아야 하는 정확한 사람이지요. 동시에 그는 여리고 다정하고, 배려심이 강합니다. 늘 자신보다는 타인이 우선이고,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지나치게 성실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우울증에 걸리고 맙니다. 단정하던 사람이 뻗친 머리로 출근을 하고, 쓰레기 더미 앞에서 쓸모없음을 생각하느라 우두커니 서 있더니, 매일 싸던 도시락을 못 싸겠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죽고 싶다고 하죠. 하루는 우울증에 대해 찾아보다가 자신이 무심하게 넘겼던 츠레의 증상을 기억합니다.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고, 잠을 자지 못하고, 등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던 츠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는 츠레에게 회사를 관두라고 합니다. 그럴 수 없다는  츠레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혼을 하겠다고 하지요.



3

  언제나 든든했던 츠레는 이제 지하철을 탈 수 없습니다. 전화 통화도 할 수 없고, 좋아했던 요리도 할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했던 일이 이제 그에게는 두렵고 어렵기만 합니다.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하기를 반복하면서 츠레는 매일이 괴롭습니다. 옆에서 남편을 지켜보는 하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병을 이기려 애쓰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통장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루는 예전처럼 빈둥댈 수가 없습니다. 더는 만화만 고집할 수도 없고요.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츠레는 자꾸만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매번 츠레를 받아주기는 힘듭니다. 혹시라도 츠레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편견과 맞서야 합니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기에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지요.





  『우리의 시간』아이도 힘든 시간을  마주해야 합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기에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데요, 속표지를 보면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아이를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둘 다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엄마와 자식인 듯해요. 한 장을 넘기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 각자의 슬픔견디는 중입니다. 벽에는 속표지에서 봤던 장면이 액자 속 사진으로 걸려있습니다. 사진 속 엄마와 아이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데 현실의 엄마와 아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풍성했던 엄마의 머리카락은 이제 없습니다. 앉아있는 엄마의 뒤에는 링거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엄마의 팔에는 주사 바늘이 꽂혀 있지요. 그다음 장을 넘기니 엄마가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너무 슬픕니다. 아이는 눈을 꼭 감고 있는 건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합니다. 슬픔과 분노를 애써 참고 있는 듯도 보이고,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뒤에는 아이의 할머니처럼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서 있습니다. 차마 이 둘을 볼 수 없는지 등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웅크립니다. 아이는 너무 무섭고 슬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동물의 탈을 쓰고, 옷을 갈아입고, 채집망을 어깨에 걸치고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아이의 환상 속 세계는 집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찾은 후 그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엄마와 마주합니다.


  아이에게 이 물건들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소중한 추억입니다. 분명 엄마와 관련이 있겠죠. 아이가 엄마의 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무척 힘겹고 험난하지만 엄마와의 행복한 기억이 사랑으로 쌓여 아이를 단단하게 합니다.


  뜻하지 않은 고통을 마주한 하루는 그래도 씩씩합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인 생각에 포기가 빠른 사람이라고 정의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이기고 사람들에게 남편의 상태를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는 달라집니다. 하루는 츠레를 위해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게 힘을 주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냅니다. 하루가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사랑입니다. 자신을 응원하면서 지지해주었던 츠레와의 아름다운 기억이 하루를 일깨워준 거죠.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이 풀려 나갔어요.
 

  하루는 골동품 가게에서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물병을 감탄하면서 바라봅니다. 골동품 가게 주인은 평범한 유리병일 뿐이지만 깨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여기 있게 된 거라고 설명합니다. 하루는 그의 말을 듣고 안 깨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작은 발견  옛날 물건을 파는 가게에 있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낡은 실이 감긴 실패를 사지 않지만 작가는 이 보잘것없는 물건을 의인화하여 이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달고, 구슬을 꿰매고, 옷을 걸고, 장갑을 연결하고, 장식을 하는 등등의 일을 했습니다. 주로 사람들을 위해 일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식물이 곧게 자랄 수 있게 나무막대와 연결했고, 새가 둥지를 만들 때도 있었고, 소의 목에 방울을 걸 때도 필요했지요. 이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도 했지만 생명을 잡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천천히 풀어내야 했고, 때로는 다급하게 풀어내야 했습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점점 더 풀려 나간 이들은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낡은 모습만 보고 이들이 했던 무수히 많은 일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평범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그 마땅한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웠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죠. 하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는 누군가는 꼭 있습니다. 하루가 오래된 물병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꽃병으로 재탄생시켰듯이요.

  

  우울증에 걸린 츠레는 자신이 쓸모없게 된 게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돈을 벌 수 없으니 하루뿐 아니라 반려동물인 이구아나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쓰레기와 자신이 같은 처지 같고, 모든 불행의 원인이 다 자기 탓인 것만 같습니다. 심지어 하루의 만화가 인기 없는 것도 자기 탓이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웁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동료를 위해, 회사를 위해, 고객을 위해 애쓰면서 살았던 츠레는 마음이 아픈 뒤에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걱정하며 자책합니다. 그들을 위해 일하지 못하는 게 너무 죄스럽기만 하죠. 그랬던 츠레가 걱정하는 아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낫고 싶다고 합니다. 드디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존중하기 시작한 거죠.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깨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쓸모를 꿈꿀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깨지지만 말아요.  


 


 그러니까,

당신들은
열심히 살았는데도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네.
  

  며칠 전에 함께 퇴사를 했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응어리가 남아있기에 가끔씩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 또 버틸 수가 있지요. 그때 너무 과하게 일하지 않았다면 이만큼의 상처도 받지 않았을 거라는 제게 그만큼 일했기에 얻은 게 있다고 선배가 그러더군요. 선배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데도 고개를 젓고 싶었어요. 그 이율배반적인 순간에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에서 도둑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아 후회한다는 도둑이 열심히 살았는데도 일자리를 잃은 동물들(당나귀, 바둑이, 야옹이, 꼬꼬댁)을 보면서 한 대사였죠.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네."  


  선배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오래 걷고,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면서 '열심히 살아서 손해 본 게 아니라 그랬기에 얻은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보다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하루처럼 저도 그 상처가 어떤 의미인지 찾아야 죠.


   그들이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해서, 그림형제의 『브레멘 음악대』만큼의 기적 같은 행복이 오지 않았다 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의미 없거나 가치 없는 게 아닙니다. 제 삶도 마찬가지고요.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을 때가 있지만 애쓰며 살았던 모든 게 다 허튼짓은 아니지요. 설령 그게 다 헛짓이었다 해도 거기에서 얻은 게 분명 있으니 손해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의 그들에게는 한 끼만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전부이지만 그들은 자기 것을 기꺼이 내놓으며 서로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힘이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 주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제 곁에 있는 넉넉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4

  츠레는 우울증을 앓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강점을 보려 합니다. 하루는 츠레의 우울증을 통해 자신이 정말 그리고 싶은 만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요. 이제 이 둘은 서로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이지만 편견 때문에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죠. 츠레와 하루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떤 모습이든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요. 츠레는 앞으로도 이 골치 아픈 병과 잘 지내보려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요.


  선배와 이화여대를 걸으면서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엄청난 변화와 성과를 거두었는데 왜 그때는 그걸 몰랐는지 후회가 된다고요. 왜 부족한 점만 크게 보면서 자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요. 이제야 우리가 엄청난 일을 했음을 알게 됐다고 했죠. 지속적으로 마음을 할퀴던 시기가 지나니 죄책감과 분노의 자리에 조금씩 자랑스러움이 생기고 있나 봅니다. 아직도 그들이 밉고, 그때의 제가 부끄럽지만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에요. 다시는 그렇게 열심히 살 수는 없지만 그렇게 했던 시간이 있었으니 저의 가능성을 믿어보려고요. 애쓰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고,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지 않으면서요.


  너무나 고맙게도,

  우린 여전히 깨지지 않았어요.




*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 사사베 기요시 감독 / 미야자키 아오이, 사카이 마사토 출연

* 우리의 시간 / 안데르스 홀메르 지음 / 뜨인돌 펴냄

* 작은 발견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 이지원 옮김 / 사계절 펴냄

*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 루리 지음 / 비룡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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