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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단 Aug 11. 2022

UX가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일반 사무직에서 UXUI 기획자로의 커리어 전환 도전기

~ U자도 모르던 내가 1년 후 UIUX 기획자가 된 건에 대하여 ~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아보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지쳐 말 그대로 '마구잡이식 지원'을
시전 하던 나에게 어느 정도의 브랜드 밸류와 적당한 위치, 적당한 연봉을 가진 회사 A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일단 입사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찾아보면 되지.
회사 다니면 돈도 꼬박꼬박 나올 테고. 

그래, 퇴근하고 열심히 준비하면 되겠지!



2020년 7월 나는 그렇게 회사 A에 영어 교재를 기획, 편집, 검수하는 영어연구원으로 입사했고 

이듬해 4월, 연봉협상을 3개월 남기고 퇴사했다.



고생길 오픈


정규직으로 입사한 회사 A는 생각보다 빡빡했고, 외워야 할 것도 많았으며, 정시 퇴근이 손에 꼽을 정도로
바빴다. 집에 가는 길에는 온몸이 축 처지고, 버스에서 기절하듯이 잠들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평생 그래 왔듯이 적당한 선에서 안주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조건만 충족하면 냅다 지원서를 날렸던 이전과는 달리 내가 맞히고 싶은 과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직업 상담이란 상담은 모두 신청했다.

 

말 그대로 '바닥부터 시작'이었다.  

 

당시 받았던 적성검사지 결과지. 워크넷에서 무료로 진단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리서치 회사에서 인턴으로 굴려지던 때의 짬밥 (?)을 십분 활용해 앞으로 유망 있는 직종들을 찾고, 내 적성과 맞는 직종들을 매치했다. (총 세 가지 직종이 나왔는데, 그 안에서도 1 지망부터 3 지망으로 순서를 정하고 1 지망부터 도전해보되 실패할 경우 2 지망, 3 지망 순으로 시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나의 1 지망은 UXUI 기획자였다.



UXUI 기획자?


UXUI 기획자로 방향성을 잡은 뒤에는 비교적 수월했다. 

UXUI 관련해서는 일자무식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쌓기 시작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관련 강의를 결제하여 수강했고, 어도비 XD를 다루는 연습을 했다.


사실 처음 UXUI를 배우던 첫 3개월은 나에게 고역과도 같았다. 

뭐든 쉽게 포기해버리는 내 성격에 포트폴리오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면서 다른 취업준비생들에 비해
내 실력과 관련 지식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었다.

마치 영어도 제대로 못하던 때 국제학교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아야 했던 (?)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발표 장표도 이렇게는 안 만들듯


( 처음 만들었던 포트폴리오 중 리서치 장표. 이 한 장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포기할까 생각이 들 때마다 불행해하는 미래의 내가 자꾸 눈에 밟혔다. 

평생을 적당한 선에서 안주하며 큰 불만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자꾸 후회가 남는 게 싫었다.
사실은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적당한 삶에 만족한다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에 4시간씩만 자며 조금만 더 공부해 보자, 했던 다짐은 어느덧 5개월을 넘어서고 있었고,
어느덧 포트폴리오 하나가 완성되어 있었다. (짜잔) 지금 보면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는 포트폴리오지만,
완성했을 그 당시의 기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그러던 차에 나는 회사에서 더 난이도 있고 까다로운 시험 문제집 작업에 투입되었고,

그때까지도 회사를 다니며 이 모든 걸 하고 있던 나는 결국 
환승 이직을 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퇴사를 하게 되었다. 



풀타임 취업준비생의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2021년 4월 퇴사한 후 전업 취업 준비생이 된 나는 UXUI 공부와 다양한 관련 공모전, 스터디,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점철된 7개월을 보냈다. 취업준비를 하며 유튜브를 찍어놓은 것을 최근 다시 봤는데
새삼 정말 열심히 살았다 싶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은..) 



신기한 것은 UXUI 기획자를 위한 취업 준비를 하는 모든 과정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 일반 사무직을 준비할 때는 하루가 그렇게 길었는데, UXUI 기획자를 준비하면서는 시간이 훌쩍훌쩍 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내가 원하는 회사에 갈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분명한 (?) 자신감도 있었다. 물론 UXUI 기획자를 준비하면서 탈락도 많이 했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맞고 내가 정말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혼자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정말 꿈같게도 지금은 그런 회사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즐기고 있다. 


커리어 전환을 통해 회사도 직종도 180도 변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가장 많이 변한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끝맺고자 한다! 뭐든지 하면 된다는 마인드 - 그런데 이제 꾸준함이 주는 자신감까지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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