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가난한 한국인 요리사의 매일밤 매일밥에 대하여
나는 호주의 요리사.
그렇지만,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요리하는 또하나의 사람이다.
현재 시드니의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캐주얼 다이닝이란 파인 다이닝의 철학을
보다 편안하게 풀어내,
대중성까지 갖춘 레스토랑을 말한다.
때문에 요리로 돈을 벌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꽤 작은 주방에서 일하며 학업을 겸비하는
외국인 학생 요리사에겐
더 익숙한 건 고급 식자재보다는
근처 마트의 할인율이 가장 높은 재료일 수밖에 없다.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외국인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요리는 그리움의 표현이 아니라 당연한 반응일뿐이었다.
당연한 나의 반응과는 다르게 한인 마트의 식자재 가격은 만만치 않고,
내 지갑은 좀처럼 두터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들깨가루가 없으면 아몬드 가루를 넣고,
비싸고 맛없는 무 대신 콜라비를,
멸치액젓이 보단 피시소스로 대신한다.
떄로는 시간마저 넉넉치않아 일주일 요리를
하루에 대신 해야하는 경우 또한 있다.
그렇게 재료를 바꿔가며 만든 요리는
친구들에게 의외로 환영받았다.
완벽한 식자재는 아니지만,
잘 감춰진 재료와 적당히 흉내 낸 한국의 맛은 꽤 즐겁다.
그리고, 하나 둘 모여든 숫가락 틈으로 더 맛있는 이야기가 쌓인다.
외국인 학생들이 모인 주방에서는
국적 불명의 조합이 자주 등장한다.
전통적인 것과 낯썬 것이 공존하고,
아무 주저함 없이 타협하고, 운 좋게 아는 맛을 발견한다.
화려한 플레이팅도, 고급 재료도,
정교한 기술을 소개하진 못하지만
누군가에겐 익숙하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그저 잘해 먹고 싶은 사람의 기록.
돈과 시간이 넉넉치 못해도 맛있게 살고 싶은
해외에 사는 한국인 꽤 유쾌한 외국 밥상 일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