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미역국은 하얗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고기가 없다. 그래서 지갑을 열었는데 돈도 없다.
고기 없는 미역국이 생일에 웬 말인가 싶겠지만
타지에서 생일파티 미역국은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된다.
한참 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준피디 미역국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 본 이후,
내 주변 사람들의 생일날 미역국은 전부 이 형태가 되어버렸다.
사정이 좋아 고기가 있으면 넣어주지만, 없어도 괜찮다.
왜냐고? 고소하니까 그리고 따듯하니까
불린 미역, 참기름과 마늘, 그리고 아몬드 가루만 있으면
외국의 부엌에서도 꽤 근사한 미역국이 완성된다.
조금 특별한 이 조합은 이제 나의 ‘표준 미역국’이 되었고,
심지어 이제 친구들 사이에서 미역국은 나의일로 자리 잡혔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이 국을 끓인다.
집 떠나온 또 다른 한국인의 생일을 위해!
고기 없어도 깊고 고소한 미역국 레시피
재료 (2~3인분 기준)
마른미역 10g (불리면 약 3배 부피)
마늘 4~5쪽 (다져서 약 1 큰술)
참기름 1.5 큰술
간장 1 큰술
액젓 0.5 큰술 (피시소스도 좋다)
아몬드 가루 2.5 큰술
물 1L
(선택) 소고기 100g (양지 or 국거리용 부위)
소요시간:15분(미역 불리는 시간), 15분 조리시간
만드는 법
1. 마늘 볶기
:냄비에 참기름(1.5 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1 큰술)을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볶는다.
타지 않게 주의하며, 마늘 향이 진하게 날 때까지 약한 불에서 구워내듯 볶는다.
2. 미역 넣기
:불린 미역(한 입 크기로 잘라둠)을 넣고,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센 불에서 빠르게 볶는다.
3. 물 붓고 끓이기
:물 1L를 붓고 끓이기 시작한다.
4. 간 맞추기 & 고소함 더하기 : 끓기 시작하면 아몬드 가루 2 큰술을 넣는다. 간장(1 큰술), 액젓(½ 큰 술) 넣고 간을 맞춘다.
마무리 : 다 끓인 뒤 마지막으로 아몬드 가루 ½ 큰 술을 추가하면 국물이 한층 더 고소해진다.
“고기가 있다고? ”
그럴 땐 미역 볶기 전에, 소고기를 먼저 참기름에 볶아 기름에 고기 맛을 입힌 뒤
마늘, 미역 순서로 넣으면 더 깊은 국물이 완성된다.
아몬드 가루 한 숟가락으로도
고소하고 따뜻한 국물이 완성되는 걸 보면,
타지에서도 결국 우리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숙한 맛을 찾아갈 방법이 늘있다.
그리고 그런 한 그릇으로 서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