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왜 개미군단의 매매 방향과 반대로 가는 걸까?
주가는 주식의 내재가치와 늘 동행하지는 않는다.
장기적인 프레임으로 보면 주가는 가치를 따라가는 게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수요와 공급, 흔히 줄여서 '수급'이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아무리 내재가치가 높아도 매도량이 많으면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고 매수량이 많으면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시가총액이 아주 적은 소형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주가를 올리고 내릴 만큼의 큰 주문은 개인투자자를 제외한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내다 파는 종목을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고 서둘러 사들이면 상당기간 주가 하락으로 괜한 마음고생만 하게 된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종목을 신규로 담거나 교체할 때 기관/외국인/개인/기타로 구성된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나는 꼭 살펴본다.
밸류갭이 크고 재무구조도 좋아서 마음이 끌리더라도 현재 개인이 주요 매수집단일 경우 그 시점에서는 매수를 보류한다.
'스마트 개미'라 불리는 극히 일부의 똑똑한 개인투자자들이 있긴 하지만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안됐지만 주식시장에서 영원한 봉이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바 분명히 그러했고 아래 연구논문*에서도 개인투자자는 항상 손실 나는 편에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은 누군가 사면 누군가는 팔아야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는 거의 대부분 외국인이나 기관이 사 모으고 개인이 팔고 있다.
반대로 주가가 상당기간 하락하고 있을 때는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내다 팔고 개미들은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부 소형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종목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대량거래가 발생해서 기다란 양봉이나 음봉이 만들어진 날은 외국인, 기관, 개인 중 어느 집단이 매수하고 매도했나 꼭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미집단(개인)이 대량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매도하면서 기다란 음봉캔들이 만들어졌다면 앞으로 주가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개인이 대량매도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매수하면서 긴 양봉캔들이 그려졌다면 이후의 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아래 그림은 2017년3월경 S-Oil의 투자자별 매매현황과 주가흐름이다.
외국인투자자가 연일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순매도 중이고 주가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매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
특히 3월13일의 경우, 외국인과 개인은 다른 날보다 더 많은 양을 사고팔았다. 예상대로 주가는 개인들의 매매행태와는 반대로 크게 상승했다.
다음 그림은 같은 기간 S-Oil의 일간차트다.
주가의 흐름과 개인 순매수 그래프가 거울에 비춘 듯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HTS>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개인이 매수하려고 덤비면 이미 이익이 충분히 난 그들의 물량을 던져주며 빠져나가고 개인이 땡처리하면 넙죽넙죽 받아 챙겨서 또다시 개미들이 몰려올 때까지 움켜쥐고 있는다든가, 호재를 흘려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떠 넘기며 차익을 실현하고 악재를 퍼뜨려 헐값에 빼앗아 간다든가 하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보력과 지식수준의 차이가 아닐까?
금융기관에는 언제나 최고 수준의 지식과 훈련으로 무장된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는 반면 개인들은 성인이 되어서야 주식투자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공부의 양도 충분치 못한 경향이 있다.
심지어 스스로 공부하는 건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고 아예 찍기 도사들에게 의탁하는 개미들도 적지 않다.
스스로의 기준이 없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할 때는 흥분하여 따라잡고 폭락할 때는 공포에 사로잡혀 내던지기 일쑤다.
반면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회사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매매하는 게 그들이 급료를 받고 하는 일과이므로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투자를 그르치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독자들도 한번 투자자별 매매현황과 주가의 흐름을 연관 지어 체크해 보라.
개인이 연일 사들이고 있는 종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가고 반대로 개인들이 계속 팔고 있는 종목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금과 거래액이 얼마 되지 않는 소형주는 개인이 주가를 끌고 올라가는 경우도 간혹 보이지만 이런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을 하게 되면 작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스럽다.
누군가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와 거래량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이런 종목은 장기 가치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투자자별 순투자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재무관리연구 31권 1호(한국재무관리학회 2014년)>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정영우 박사와 정현철 부교수가 쓴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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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발췌>개인투자자의 순투자**는 주가에 음(-)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순투자는 주가에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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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순매도하면 주가가 상승한다.
반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하면 주가가 상승하고 순매도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상세내용이 궁금한 독자는 구글 학술검색(https://scholar.google.co.kr/) 에서'투자자별 순투자' 라는 키워드로 찾아보기 바란다.
** 순투자=매수액-매도액
순투자는 다른 말로 순매수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당일 매수액 합계가 1000억원이고 매도액 합계가 400억원이라면 순투자(또는 순매수)는 600억원이 된다.
외국인, 기관, 개인, 기타의 당일 순매수량을 모두 합하면 0 이 된다.
239페이지 내용 중 일부에 오류가 있어 원고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