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키도키 Sep 24. 2024

20대 후반에 유학을 오기 전 고려해야 할 것들

30대 초반 유학생의 현실적인 고민


지금 나는 30대 초반이다. 아직 극 초반이긴 하지만 학교를 졸업할 때쯤엔 확신의 30대 중반이 될 것이다. 학교에 입학할 때는 20대 후반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혹시 20대 후반인데 유학을 고려하고 있거나 새로운 출발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스물두 살 , 세 살 때에도 내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나 조급했다. 대학교 다니면서 3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주 쪼들리면서 살았다. 그래도 나는 금방 내 주위사람들처럼 돈을 벌어서 서른 즈음에는 차도 한대 있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유롭지도 않은 우리 집 형편에 폐만 끼치고 있다. 이게 다 내 욕심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많이 든다.


.


 유학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물론 돈을 생각하지 않고 온 것은 아니다. 1,2년도 아닌 6년을 외국에서 살아야 한다. 모아둔 돈은 비행기값으로 이미 많이 사라졌다. 만약 유학을 가려고 생각한다면 그 나라의 생활비, 그리고 한국에 왔다 갔다 하는 비행기 값. 거기다가 외국에 살아서 예상치 못한 비용들이 쑥쑥 없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내 나이대와 나는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국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과 밥 먹고 카페 가는 돈조차 부담스럽다. 한국 물가가 워낙 비싸져서 술이라도 먹는다면 순식간에 돈이 사라진다. 친구들은 벌써 집을 사고 호캉스도 하고 여행도 잘 다니는데 나는 공부하는 동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나는 커피값도 아까워 고민하면서 사 먹는다.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은 돈 없던 대학생 시절을 다시 겪어야 한다. 삼십 대가 되니까 너무 아끼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낀다. 괜찮은 옷 한 벌도 사 입기가 어렵다.


 기회비용을 계산해 보면 암담하다. 서른 살이 넘어가면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돈을 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바만 해도 2,000만 원 정도는 벌 것이다. 나는 6년이나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적어도 1억 2,3000천만 원은 벌지 못하고 오히려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내가 졸업을 한다 해도 인턴, 레지던트를 하는 동안에는 별로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또 4,5년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겨우 돈을 모을 수 있다. 누군가가 6년 동안 유학을 해야 하는데 자기가 모아둔 돈이 1억 정도 있거나, 집이 넉넉하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할 것이다.


특히나 의대를 오고 싶다면, 정말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입학이 어려운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급을 하기가 매우 쉬운 유럽 학교들이라면 6년 만에 졸업하는 것 자체가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결혼


20대 때는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다. 내가 돈 잘 벌고 연애만 하고 살고 싶었다. 결혼에 대한 로망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삼십대로 접어드니 인간의 원래 본능인 건지 나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졌다. 나도 직장 다니며 서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도하고 아기도 낳아 기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 나의 외국병 + 큰 야망 때문에 유학을 선택했지만. 나도 대학교 졸업한 뒤에 친구들처럼 열심히 취준을 하고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고 결혼도하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30대 중반에 졸업하고 또 외국에 있다 보니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옛날엔 왜 여자 나이 가지고 사람들이 얘기를 할까 반발심이 많이 들었다. 오히려 의대에서 공부해 보니 30대 중반부터는 임신도 굉장히 어렵고 객관적인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접했다. 나는 아이도 낳고 싶은데 졸업하면 30대 중반이고 그때 아기를 낳을 순 있겠지. 그런데 그러면 또 돈을 못 버니까 그게 문제다.


정말 비혼주의 + 딩크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20대 후반에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커리어를 바꾸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불안한 미래 


유학을 한 뒤 내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다. 유학을 하는 나라가 나와 잘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 신분으로 계속 사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고려해봐야 한다. 한국에 있을 땐 외국에 너무 나가고 싶었는데 나도 30대가 되다 보니 점점 한국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걸 느낀다. 정말 기본적인 행정처리, 언어 그리고 나중에 집을 살 경우에도 외국에서 그걸 다 해내는 건 한국에 비해 난이도가 훨씬 높아질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졸업 뒤 1순위로 한국을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국을 가고 싶은 이유는 일단 한국에 사는 게 오히려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병원에서 일하면 밥걱정 잠 잘 곳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좋은 퀄리티의 밥을 제공해 주고 기숙사까지 제공하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병원이 정말 힘들고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거기다가 나는 인맥조차 하나도 없는 외국대학 신분 의사라서 걱정이 많이 된다.


졸업 한 뒤 미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미국에서는 레지던트를 무조건 해야 한다. 그 레지던트에 매치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걸 다 뚫고 미국에 가게 된다면 또 새로운 환경,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레지던트를 할 때에 난 또 숙소 비용으로 반을 날려야 하고, 차량 유지비 등등 40살까지 나는 모은 돈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불안함이 든다.  


유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집 형편이 된다면) 나이가 들어서 온다면 내가 놓치게 되는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남들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는 성격에 집안 환경이 넉넉하다면 유학 생활이 정말 만족스러울 것 같다. 자신의 꿈을 이뤄내는 것도 멋진 일이다.




 자기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뭔지 뼈저리게 느낀다. 나 같은 경우엔 집 환경이 넉넉지 않지만 6년 장학금이라는 것만 바라보고 오게 되었다. 내가 일을 못하기 때문에 사라지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너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늦었지만 간호대에 편입을 해서 졸업하고( 2년 정도면 할만할 것 같다. ) 몇 년 정도 일을 한 뒤에 미국에서 간호사로 활동할 것 같다.


그래도 의사라는 직업은 정말 훌륭하고 평생 일하고 싶을 만큼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앞으로 4년 동안 나 자신과 싸우며 이겨내야 한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기에 나 자신이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집중하길 바란다. 장학금 덕분에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내 꿈을 응원해 주는 가족들, 친구들에게 감사하자.


오늘의 한 줄 평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해..



작가의 이전글 늦깎이 대학생의 아싸 생활 청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