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보다 더 현명한 팀원 되기
간혹 진짜 황당한 팀장을 만난다. 도대체 능력도 없는 것 같은데 물어보면 횡설수설 답을 하고 그렇다고 먼저 일을 해놓고 보고하면 엉뚱한 답을 한다. 횡설수설하는 팀장의 행동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애매하게 업무 지시를 한다.
- 지시한 대로만 하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냐’고 되묻는다.
- 방향을 물어보면 ‘담당자로서 의견이 없냐?’고 오히려 타박한다.
- 알아서 일하면 ‘왜 멋대로 하느냐’고 트집 잡는다.
일을 지시할 때, 팀장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팀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거나, 깊이 고민한 방향성이 없는 사람이 많다. 자기도 답을 모르면서 팀원에게 답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팀원이 혼자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개 팀장은 통제력이 자기 손에서 벗어나는 것도 싫어한다. 팀원이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팀원 혼자서 결정 내리는 것이 두렵다. 자기 의견은 없으면서 남도 완전히 믿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상하 간의 소통이 항상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은 단계마다 노이즈(잡음)이 발생한다. 노이즈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제일 큰 요인이다. 소통에는 오류가 생기는 것이 ‘디폴트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일하면 좋다. 대표적인 노이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단계별 노이즈]
(1) 정보 차이 -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 차이가 있어 같은 메시지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2) 누락 - 듣는 사람이 정확히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소통 과정에서 누락된다.
(3) 과중 -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4) 타이밍 - 어떤 때에 어떤 정보를 전달하느냐에 전달력이 달라진다.
(5) 환경과 분위기 - 제대로 들을 수 없는 환경일 수 있다. 듣는 사람은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렇게 많은 노이즈 때문에 소통이 어려워진다. 척하면 척하고 대화가 통하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반드시 물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상대의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애쓰는 편이 유리하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질문을 꺼린다. 눈치껏 알아서 분위기를 읽고 의미를 파악하라는 문화가 깔려 있어서다. 물어보면 ‘이런 것도 몰라!’라고 핀잔을 들을 것이라 우려한다. ‘질문하면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하고 질문이 자신의 부족함을 나타낸다고 여긴다. 그런데 의외로 팀장은 질문을 좋아한다.
질문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확인하기 때문에 일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피터 드러커는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는 밝혀지면 그것만큼 의욕을 갉아먹는 것도 없다.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업무 요구를 명확히 파악하여 그대로 일할 수 있다. 일의 성공 여부는 고객이 판단한다. 우리의 일차적인 고객은 팀장, 유관부서, 그 상위 상사 등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할수록 고객을 만족시키기 유리하다. 질문을 통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자.
팀장은 질문하는 팀원을 더 믿는다. 궁금한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의욕이 있다는 뜻이어서 내심 안심이 된다. 질문을 하면 자기 일에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인상을 준다. 팀장이 지시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오히려 아무 질문이 없으면 갑갑하다. ‘제대로 알아듣긴 한 건가?’ 팀장은 자기도 모르게 의심스러운 마음을 품는다.
질문하는 팀원은 엄한 일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최소한 질문에서 상사가 대답한 범위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일을 할 가능성이 적다. 게다가 상사로서는 질문에 답하면서 방향을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게 된다. 질문 덕택에 팀장이 방향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된다.
팀장과의 소통 오류를 미리 막기 위해서 좋은 스킬이 있다. 티치 백(Teach Back)은 지시사항을 간단히 정리한 후 이를 확인받는 방법이다.
“팀장님,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말씀드려 볼 테니 확인 좀 해 주시겠어요?”
이렇게 하면 팀장의 확인을 거치게 되므로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하나 싶겠지만, 잔뜩 일해놓고 핀잔을 듣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다.
팀장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는 때에도 질문을 해, 우선순위를 결정받도록 한다. 특히, 여러 상사가 동시에 일을 지시할 때 유용한 스킬이다.
“팀장님, 지시하신 A 업무와 B 업무 중에 어떤 것이 더 급한 것인가요? 기존에 A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본부장님께서 B 업무 결과를 자꾸 찾으시니 곤란하네요. B를 먼저 할까요?”
다른 부서에서 의뢰받은 일이나, 여러 부서가 얽힌 일은 유관부서에 직접 물어보도록 한다. 팀장을 통해 전달받은 사항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 오류를 줄일 수 있고, 해당 부서의 요구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팀장보다는 해당 부서 실무자에게 질문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이런 것까지 묻기 어려운 데?’하는 것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 정확한 업무 맥락 파악을 위해 팀장이 받은 메일, 자료, 보고서 등을 전달해 주기를 요청한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면 일의 전후 사정이나 흐름을 파악하기 좋다. 정보가 풍부해지므로 잘못 일하는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