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화재다.
D.P 속에 나오는 군대 부조리들은 예비군들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라고도 한다)를 일으킬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로 평이 자자하다.
한편 국방부에서는 드라마 D.P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현재의 병영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도 누리꾼들은 반응은 싸늘하다. 본인이 실제 겪었던 일들인데도 아니라고 한다고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현역들은 어떤 반응일까?
듣기로는 현재 현역들의 다수는 '약간 과장한 게 아닌가?'라는 반응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드라마 D.P의 배경이 2014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 맞다고 본다.
2014년에는 '윤일병 사건', '임 병장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던 해이다.
개인적으로 병영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한 게 이때를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가혹행위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가혹행위는 여전히 존재했다. 아직 낙후된 부대들과 잘못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가혹행위들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군대니까 당연히 참아야 한다는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말도 안 되는 가혹행위들을 묵인하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가끔 사고 사례에서 그런 사례가 나오긴 해도 '요즘도 이런 부대가 있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이런 변화들을 인지하지 못한 몇몇 간부들은 예전처럼 행동하다가 옷을 벗는 경우도 많이 봤다.
예전에 요즘 군대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ctb/47)
해당 글이 2017년도까지의 나의 경험을 빗대어 2018년도에 쓴 글인데 이마저도 지금의 군대와는 차이가 있다. 3년 남짓한 시간임에도 병영문화가 크게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개인 핸드폰 사용'이다.
현재의 군대에서는 일과 후에는 핸드폰을 수령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병영문화에 커다란 변화이다. 그동안 외부와 단절된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핸드폰을 사용함으로써 그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전화가 자유롭고 생활관마다 공용 핸드폰을 배분했지만 개인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연락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받는 것도 자유롭다. 그 외에 유튜브나 인터넷 사용도 자유로워졌다. 이는 본인이 겪는 부조리함도 외부에 알리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밥이 부실하면 사진을 찍어 공론화하는 것이 요즘 군대다.
D.P에서 나온 가혹행위들은 분명히 '실화'이고 비슷한 일들이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전반적인 군대의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 가혹행위는 실화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픽션적인 요소는 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게 된다. 물론 내가 헌병 병과를 나온 것이 아니라 해당 병과의 특수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극의 배경인 2014년에 현역으로 있었던 간부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픽션적인 요소가 몇 가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현실적인 내용 때문에 픽션적인 요소까지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드라마의 픽션 요소를 알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들어가기 때문에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스킵하길 바란다. )
탈영, 조용히 처리하는 게 가능할까?
조석봉(봉디 선생님)이 탈영을 하고 난 뒤 헌병대장 및 예하 간부들이 회의를 한다. 탈영병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는 자리에서 박범구 중사는 인근 부대에 협조를 요청해서 빠르게 수습하자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헌병대장은 탈영병 잡는 부대에서 탈영이 나온 것이 쪽팔리니 부대 내에서 조용히 처리하자고 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사건을 몇 시간 안에 수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병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분명히 상급 부대가 있다. 보통 사단의 직할대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은 부대 이상 유무를 상급부대에 보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상급부대에 보고를 안 하고 일을 처리한다면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수습하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여파가 크다. 오히려 지연 보고한 것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따를 것이다. 헌병대장 입장에선 모 아니면 도의 모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헌병대장 입장에서는 조용히 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탈영 사실이 알려져서 조사가 나올 경우 이 정도 부조리면 헌병대장은 무조건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임 대위나 박 중사도 징계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임 대위의 전출과 박 중사가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서 그 상황에서 세 사람 모두 징계를 피하기 힘들다. 여기서 가장 큰 징계를 받는 것은 헌병대장이다. 중령쯤이면 이 정도를 무마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가 아무리 육사 출신에 연줄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정도 사건이면 커버가 불가능하다. 실제 윤일병 사건 때는 사단장도 징계를 받았다.
또한 조용히 처리하려다가 일이 커지니 결국 다른 기관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데 이를 임 대위의 의견대로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책임회피를 한다. 사적인 대화에서 임 대위 탓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부대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헌병대장이기에 부하가 어떤 의견을 건의했건 간에 결정에 대한 책임은 부대장이 지게 되어있다. 상급부대 입장에서는 둘 간에 오고 간 대화는 중요하지 않다. 결정에 대한 결과는 부대장의 책임이며 그렇기에 부대장에게 부대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헌병 병과에서 중령이면 그 이상 진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타격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임 대위나 박 중사는 더 이상 진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전역하고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고 아무런 징계 없이 다른 부대 가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직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전출을 가는 것은 보직해임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이는 인사상 기록에 남아 진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헌병 특임대의 출동?
6화에서는 헌병대장이 단독 판단으로 탈영병인 조석봉을 잡으러 헌병 특임대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출동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헌병대장이라도 그런 것을 단독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을 것이다. 보통 대대장이 부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어 절대적인 권한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부대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면 그리 많은 권한이 없다. 전부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승인받아 진행한다. 실탄까지 지급하는 이런 중대한 처사는 최소 사단장급 이상은 되어야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일 것이다. 게다가 출동 당시에는 무장탈영도 아닌 상황이라 더더욱 실탄을 들고 출동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이는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를 데리러 헬기가 출동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극적인 효과를 위한 요소로 본다.
마지막 쿠키영상, 생활관 총기난사
극 중 조석봉의 친구인 김루리도 관심병사로 괴롭힘을 받고 있다. 조석봉 사건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발표하는 뉴스가 나오며 본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해 김루리 일병은 '뭐라도 해야지'라는 말을 남기고 총기를 난사한다.
많은 메시지를 주는 장면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생활관에 실탄이 들어갈 확률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전방 부대가 아니고선 경계근무를 할 땐 실탄이 아닌 공포탄을 지급한다. 공포탄이라고 해도 탄약 불출은 철저히 간부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총기 또한 생활관에 시건 하는 것이 아닌 통합 무기고에서 관리되고 있다.
경계근무가 끝나면 가장 먼저 교대 조장이 지휘통제실에 있는 당직근무자에게 복귀 보고를 하고 절차에 따라 탄약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당직근무자에게 반납한다. 그다음은 행정반 내에 있는 무기고에 총기를 반납하고 생활관으로 돌아간다. 때에 따라 총기가 생활관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탄약의 경우 지휘통제실에서 관리되고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