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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ug 14. 2018

요즘 군대

군대상식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


예비군들이 군대 복지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주로 하는 단골 대사다. 그동안 워낙 열악했던지라 조금만 개선되도 저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요즘 군대가 어떻기에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까?

  

물론 가장 좋아진 것은 월급이다. 아직 최저임금에 한참 부족하지만 현재 병장 월급이 40만 원 정도인데 11년도에 비해 4배 가까이 뛰었다. 또한 밥도 많이 개선되어 반찬이 점점 더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것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1. 전화

훈련소에서 전화라 하면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는 TV 속 연예인 같은 존재다. 특히, 여자 친구를 두고 입대한 사람이라면 전화 한 통이 정말 간절하다. 하지만 자대에 가면 어떨까? 예전에는 전화기가 몇 대 없어 공중전화 같은 장소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겨우 차례가 와도 뒤에 고참이 기다리면 눈치 보다 금방 끊곤 했지만 지금은 생활관당 하나씩 들어가는 게 전화기다. 게다가 많은 부대가 동기생활관을 쓰고 있어 생활관 전화를 쓰는데 눈치 볼 일도 없다.(동기 생활관을 안 쓰는 부대도 있다)

또 예전엔 가끔 돈 없으면 콜렉트콜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제는 생활관당 수신용 핸드폰이 하나씩 주어져 전화 달라는 문자 한 통으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문자는 정해진 문자만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풀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비밀번호쯤은 금방 알아낸다.) 그래서 이제 전화쯤은 짬밥과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휴대전화 자체를 부대에 반입을 못 했지만 요즘엔 휴대전화를 부대에 들고 갈 수 있다. 대신 위병소를 통과하는 순간 끄고 제출해야 되며 부대에서 보관했다가 휴가 전날 당직사관에게 말하고 충전했다가 위병소 통과할 때 다시 불출해준다. 예전엔 부대와 집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심심하니까 부대 근처 군장점에 휴대전화를 돈 내고 맡기곤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2. 라면자판기

군대에 있다 보면 맨날 컵라면이나 뽀글이만 먹다 보니 끓인 라면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취사병이 아닌 이상 취사도구를 접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부대에서는 PC방 같은 데서 쓰는 라면자판기를 들여놓은 곳도 있다.

예전에 훈련을 하다 다른 부대에서 잔 적이 있었다. 근데 그 부대에 라면 자판기가 있어 끓인 라면을 맛있게 먹었었다. 그때 병사들도 라면 자판기를 접해 한동안 마음의 편지에 라면자판기 이야기로 들끓은 적이 있다. 당시 부대장의 재량으로 도입한 거라 많은 부대가 갖고 있지는 않았기에 대대에 건의해서 우리도 자판기를 들여놓고자 했다. 하지만 위생문제 때문에 있는 곳도 철회하는 분위기라 도입이 쉽지 않았다. 위생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상급부대에서 비적극적인 경향이 있었다. 이런 건 좀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대 라면자판기  사진출처 : NEWS1

3. 영상통화

여자 후배 "저 어제 남친과 영상 통화했어요."

남자 선배 "너 남친 군인 아냐?"

여자 후배 "네 맞아요."

남자 선배 "니 남친 핸드폰 무단 반입 신고함. 영창각이네."


위 대화에서처럼 남자 선배가 진짜로 신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군대에선 영상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비군의 상식으론 군대에선 보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반입 못 할뿐더러 부대 내부 모습이 반출될 수 있는 영상통화는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는 군대에서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영상통화 전용기기가 따로 있는데 스티커 사진 찍는 것처럼 주변을 가려놔서 보안에 위반될 걱정도 없다. 하지만 통화료가 그리 싸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배우 임시완의 영상통화로


4. PC방

훗? 우리가 싸지방도 모를까 봐?라고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지방(사이버 지식정보방)이 아니다. 사지방은 별도고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이 따로 있다. 일부 부대에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온라인 게임이 가능한 PC를 도입했다. 가능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은데 대표적으로 많이 하는 것이 LOL(리그 오브 레전드)이다. 대신 사지방보다 좀 더 비싸고 언어폭력은 예방하고자 채팅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컴퓨터도 자주 고장 난다.  

그래도 군대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군대가 좋아졌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부모님들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어휴, 군대 가서도 게임이야?"



벌써 전역한 지 1년이 넘어 그 사이 또 어떤 것들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위에 있는 것들조차 모든 부대에 도입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 더위에 컨테이너 막사에서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군대가 예전에 비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 앞에서  "요즘 군대 좋아졌네.", "요즘 군대가 군대냐?"같은 말은 삼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좋아진 군대로 재입대할 거 아니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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