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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ug 02. 2018

행군

군대상식

유격 훈련과 혹한기 훈련


아마 군필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훈련이다.

둘 다 모두들 싫어하고 꺼려하는 훈련이다. 유격훈련은 적으로부터 도피 및 탈출을 하기 위해 신체단련 및 기술을 익히는 것이고 혹한기 훈련은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전쟁을 치를 것인지에 대한 전술 훈련이다.

보통 유격훈련은 여름에, 혹한기 훈련은 겨울에 하는데 유격훈련은 몸을 너무 빡세게 굴리고 혹한기 훈련은 너무 추워서 고통스럽다. 근데 이 훈련들이 더 싫은 이유가 바로 행군을 한다는 점이다.


   


행군이라 하면 몇십 kg이 되는 군장을 메고 몇십 km씩 걷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어깨가 쑤시고 지겨울 것이다. 게다가 밤에 하는 경우가 많아 졸음과의 싸움도 동반한다.

아니, 무거운 것을 메고 걸으면서 졸음이 올까 싶겠지만 신기하게도 사람의 피곤이 극에 달하면 그 무거운 것을 메고 걸으면서 존다. 정말 눈을 감고 졸면서 걷다가 자신이 졸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다시 존다. 그래서 까딱 잘못하면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엠뷸런스가 따라다닌다)


군장 안에는 뭐가 들어있기에 그렇게 무거울까?


일단 기본적으로 군장 자체가 무겁다. 요즘 무게가 줄어든 신형 군장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무거운 구형 군장을 메는 데가 많다. 거기다 모포, 포단, 전투복, 속옷 3개, 양말 3개, 세면백, 전투화, 반합, 야전삽 등등이 들어있고 총까지 메고 가면 무게가 상당하다. 게다가 겨울엔 동계 내복이랑 침낭도 챙겨야 한다.

(물론, 빡세게 검사하지 않으면 다 빼고 군장에 박스를 넣어 모양만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 넣어도 걷다 보면 어깨가 아파온다.)


행군코스는 보통 부대 주변에 별도의 행군코스를 짜 놓는데 부대 주변에 산이 많으면 아주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포장된 거리만 많이 걸으면 땅에서 걸을 때 오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행군 뒤에 무릎이 많이 아플 수도 있다. 거리는 보통 유격 행군 60km, 혹한기 40km를 하는데 이는 부대마다 다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행군은 40km까지는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정말 끔찍해진다.  

 

행군을 시작하기 전 간식을 나눠주는데 이 간식이 없다면 난생처음 당떨어지는 기분을 알게 될 것이다. 부대에서 주는 간식 말고도 이것저것 챙겨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육포를 좋아했다. 입에 하나 넣고 감칠맛을 최대한 오래 느낄 수 있게 오물오물 씹으면서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곤 했다.  


행군을 할 땐 군장은 최대한 몸에 밀착되게 끈을 당겨줘야 조금 덜 힘들고 다리에 메는 방독면 끈은 다리에 쓸리지 않게 잘 조절해야 한다. 또한 걸으면서 의식적으로 발이나 무릎에 충격을 분배하면서 걷는 게 좋다.

행군 속도 조절도 중요한데 앞에서 조금 빨리 갔을 때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사람들이 점차 쌓이다 보면 대열은 뒤로 갈수록 길게 늘어져 버린다. 앞에 아무것도 없으니 멋모르고 빨리 갔다가 뒤에 쫓아가는 사람들은 죽어나는 것이다. 행군 격차가 벌어져도 뛰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는 게 좋다. 앞에서 뛰면 뒤에서는 날라야 되기 때문이다.

   

행군은 내내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50분 이동, 10분 휴식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대휴식을 갖기도 한다. 대휴식 때 라면 같은 것을 주기도 하는데 그때 먹는 라면이 정말 핵꿀맛이다.


야간에 행군할 때는 전술적인 행동을 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하게 이동해야 하는데 전술적 이유가 아니라도 밤에 시끄럽게 굴면 민가에서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수색대 같이 전술 행군을 정말 중요시하는 데는 발소리도 조심하고 갑자기 고라니가 와서 부딪쳐도 소리를 내면 욕먹는다.(실제로 지인분이 겪은 일이다...)


행군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 행군은 결속 품목이 침낭과 의가 추가되고 걸으면 덥고 쉬면 춥기 때문이다. 겨울에 춥다고 내복 입고 방상내피(일명 깔깔이)를 입으면 걸을 때는 너무 덥고 갑갑해지며 땀이 엄청나서 휴식할 땐 더 추워다.


정말 힘든 훈련이긴 하지만 겨우 겨우 지친 몸을 끌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을 때 그 성취감이 꽤 짜릿하다. 그토록 지겹던 부대가 정겨운 집처럼 반가워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행군이 끝나면 막걸리를 주기도 하는데 행군 뒤에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먹으면 행복 별거 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행군하면 아마 샤우팅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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