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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ul 10. 2018

군대 있을 때 귀신 본 썰

군생활 이야기 : 납량특집 1편


포대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야기다.

처음 부임하고 가장 먼저 봤던 게 관심병사들의 신상명세서다. 이들의 자세한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 생활지도 기록부를 보는데 다행히 우리 부대에는 고위험군 관심병사는 없었기에 어느 정도 케어만 해준다면 무사히 전역할 수 있는 인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눈에 들어오는 한 병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귀신을 본다고 말했다.


가끔 군 복무 기피를 목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 믿을 건 못 되지만 이는 나의 관심을 끌었다.  살면서 귀신을 본 적도 없지만 귀신 이야기 같은 것을 아주 좋아했기에 귀신을 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안 그래도 병사들을 무작위로 한 명씩 불러가며 간단하게 면담을 하고 있었기에 그 인원을 불렀다.

그는 당시 상병이었고 분과에서 차기 분대장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비록 가정환경 및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관심병사긴 하지만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은근슬쩍 귀신 이야기를 물었다.


"생활지도 기록부를 보니까 니가 귀신을 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아직도 보여?"


"네. 지금도 가끔 보입니다."


"언제부터 보였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가끔 보였습니다."

  

"니가 본 귀신들은 어떻게 생겼어?"


"귀신이 그냥 사람같이 생겼는데 사람과 좀 다른 게 보고 있으면 쎄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들고 상식적으로 전혀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로 들면?"


"예로 들면.... 밤에 위병근무를 서고 있는데 부대 앞에서 놀고 있는 여자아이라거나 낮에 생활관 창문에 걸터앉아 있는 사람이라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부대에 있으면서 본 귀신들이야?"


"네 그렇습니다."


"귀신을 보면 어때?"


"어렸을 때는 되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러는 게 좋습니다."


"왜?"


"괜히 신경 쓰여서 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계속 따라다녀서 소름 끼칩니다. 어렸을 때 멋모르고 눈 마주쳤다가 집까지 따라온 적 있어서 그 뒤로는 그냥 못 본 척합니다."


그의 귀신 목격담은 너무 재밌어서 계속 듣고 싶었지만 개인의 시간을 너무 뺏을 수도 없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귀신 이야기는 거기까지 하고 다른 질문들을 하고 면담을 끝냈다.



그리고 2달 뒤 포대장 부임 후 첫 휴가를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좀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민통선으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으로 진입을 하는데 주변의 가로등이 없어 자동차 라이트만 의존해서 운전하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데다 산길이라 꼬불꼬불 거려서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오르막 길을 지나 꼬불 거리는 내리막 길을 브레이크 잡으면서 조심히 내려오는데 중턱쯤 내려왔을 때 라이트 빛이 병사 한 명을 비췄다. 그는 신형 전투복에 베레모를 쓰고 도로 사이드에 가만히 서 있었다. 순간 차를 멈춰서 그 병사에게 뭘 하고 있냐고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병사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첫째, 주변이 산 뿐이어서 부대가 없으며 민통선 까지는 걸어서 30분이 넘는 거리였다.   

둘째, 비가 오는데 우의도 없이 전투복에 베레모만 쓰고 서 있다.

셋째, 10시면 취침하는 시간이라 이 시간에 나오는 경우는 경계근무를 설 때뿐인데 전우조도 없었고 비무장으로 있었다.


물론 아주 희박하지만 그가 탈영병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귀신 보는 병사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귀신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고 눈이 마주치면 따라옵니다."


아마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차를 돌려서 말을 걸었을 것이다. 

혹시나 내가 잘 못 본 것일까 하고 백밀러를 봤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이었기에 컴컴해서 뭐가 있는지 분간이 안 갔다. 


복귀 후 몇 주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건사고 소식을 관심 갖고 봤지만 탈영병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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