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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퍼피 Nov 27. 2020

장강명의 작법서『책 한번 써봅시다』

사심 가득한 주관적인 서평

최대한 공들여 감성적으로 찍고 싶었던 사진. 라이트룸으로 보정까지 했다.



스스로 '에세이'라고 부르는 글을 쓴 지 거의 두 달이 다되어간다. 그 사이에 브런치 심사도 통과하여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올리는 에세이마다 #에세이 #지원씀 #글스타그램 등 해시태그를 달며 팔로워를 20명이나 모았다. 물리적인 변화는 보이는데, 글 쓰는 실력에선 글쎄. 잘 모르겠다. 고작 두 달 사이에 잘 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글을 수월하게 쓰는 방법이 생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여전히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첫날과 다름없이 글을 수월하게 쓰지 못한다. 쓸 이야기가 없으면 머리를 쥐어뜯는다. 임기응변을 생각해내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작법서를 안 읽어본 건 아니다. 에세이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작법서를 두 권 읽고 시작했다. 쓰기 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시작하는 일'에만 도움이 됐을 뿐, 그 뒤로 꾸준히 새로운 글감을 찾고 에세이를 써내려가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과연 이런 방향으로 에세이를 쓰는 게 맞나, 잘 쓰고 있는 게 맞나' 라는 고민은 이전의 에세이에도 썼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고민이다. 이제는 그림자처럼 달고 다닌다. 이 지경까지 오면 더는 고민이 괴롭지 않다. '오늘 뭐 먹지?'처럼 인생에서 중요성이 낮고 하찮으리만큼 익숙한 고민이 된다. 더 위험한 상태다. 매일 때 되면 피어남에도 그걸 파고들어 속 시원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이런 상태에서 장강명 작가님이 작법서 겸 에세이를 한 권 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그 이상을 넘어 (그는 모르겠지만) 내게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작가님. 쓰신 책은 언제나 내게 해결법을 제시해 줘 내뱉는 어떤 말이든 믿을 수 있는 작가님. 언젠가 꼭 한 번 만나서 몇 시간을 붙잡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보고 싶은 작가님. 그런 작가님이 작법서를 냈다니. 이건 날 구원해줄 바이블이야!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운명인가 싶었다.


당장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 작가님 책 『책 한번 써봅시다』는 에세이, 소설, 논픽션, 칼럼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작법서다. 작가님께는 송구한 이야기지만 난 24개의 목차와 6개의 부록 중 중 겨우 5개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은 '에세이 쓰는 법'만을 위해 책을 샀고, 그 부분만 읽었다.


송구함을 뒤로 한 채 '장강명의 에세이 작법'에 한정된 소감을 적어보자면, 단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 명확하고 섬세하다. 뜬구름 잡는 모호한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를 코치해준다.


난생처음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 아니라, 이전에 다른 작법서를 읽어본 경험이 있고 (겨우 두 달)에세이를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던 궁금한 점과 고충이 있었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 또한 책에 이미 다 나와 있었다. 마치 '너 이거 궁금했지?' 독심술을 쓰는 사람처럼. 작가님은 보조바퀴를 달고 달리는 글쓰기 입문자들, 보조바퀴를 떼고자 마음먹은 글쓰기 초보들이 범할 수 있는 실수나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이미 죄다 간파하고 있었다. 그걸 책에 온전히 담았다. 그리고는 속 시원하게 하나하나 알려준다.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원리까지 내보이며 그 작법을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명확하고 섬세한 작법서. 딱 작가님 성격을 닮아있다.


난 확실히 이 책에서 도움을 받았다. 골머리를 앓던 게 어느 정도 사라졌다. 그런데 모호한 내용이 딱 한 가지 있었다. 작가님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하는데, 난 그게 무슨 태도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란, 매사에 긍정적이고 포용할 줄 알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게 그려지는데, 작가님의 의도는 이걸 말하는 게 아닐 터.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래도 작가님을 만나야겠다. 직접 만나서 이게 무슨 태도인지 물어봐야겠다. 이걸 시작으로 내가 근 2년 동안 축적해온 작가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줄줄이 토해내야겠다. 마음속에 너무 오랫동안 응어리져 있었다.

언제 어떻게 만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결국 작가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책에서 그냥 그랬다. 라고 쓰지 말랬는데..)


마지막으로, 글을 써볼까 단 한 순간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 글을 써볼까 했지만 나 같은 게 뭘 써.. 하며 금방 포기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작가님은 본격적으로 작법을 알려주기에 앞서 자신이 알려주는 작법을 취할 것만 취하고 버릴 건 버리라고 하는데 일단은 날 믿고 전부 다 취하길 바란다. 일독 권유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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