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구 Jun 01. 2024

러닝, 이걸 대체 왜 하는 걸까?

무릎이 닳는데도 뛰어야 할 이유

요즘 심폐지구력과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침 또는 저녁에 러닝(달리기)을 한다. 아침에는 주로 체지방을 태우기 위해 5km 내외로 달리고, 저녁에는 운동 효과를 누리기보다는 10km 이상 오래 달리는 데 목적이 있다.


러닝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무릎 부상을 방지하고자 2~3일 간격으로 뛰다 보니, 일수로는 50일이 살짝 넘었다. 평균 속도는 1km당 5분대 초중반을 달린다. 10km로 치면 50~55분 정도 걸리는 속도이다.




10km를 뛰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21km(하프 마라톤)를 뛰고픈 욕구가 생겼다. 러닝을 시작한 지 51일째가 되는 5월 마지막 날, 퇴근 후 21km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원래는 15km만 뛸 생각이었다. 하지만 11km쯤 달렸을 때 10km를 더 달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목표를 즉시 높게 잡았다.


호기롭게 시작한 '갑분' 하프 마라톤, 21km의 벽은 높았다. 목표까지 5km 남았을 때, 하체에서 제발 좀 그만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릎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엔진 과열로 인해 경고등에 불이 켜진 상황과 같았다.


17km가 되었을 때, 브레이크를 걸어 몸뚱이를 서서히 멈춰 세웠다. 달린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이었다.


 


러닝이 끝나고 스트레칭을 하며 무릎을 식히고 나서, '달리기'라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마침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러닝 기록을 인증 사진을 보고 친구가 DM을 보냈다. 무릎은 소중하다며, 무릎 수술하는 데 3,000만 원이 든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답했다.


수술비 3,000만 원이 팩트인지는 몰라도, 젊음의 상징인 두 도가니가 닳도록 뛰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비록 러닝 후 스트레칭을 하고, 찬물로 샤워를 하며 무릎을 관리하고 있긴 해도, 오늘처럼 목표치를 계속 올려 가며 뛰다 보면 무릎에 영구적인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제아무리 달리기를 통해서 폐활량과 지구력, 하체 근력을 기를 수 있다 해도 무릎을 쓰지 못하면 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 게다가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는 유산소 운동으로 '수영'이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다. 이런 이유로 러닝을 굳이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느낄 법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러닝을 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경험상, 러닝만큼 돈이 안 드는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경우 홈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만 맨몸으로 운동하는 건 한계가 있다. 임계치 이상 몸을 키우려면 다달이 헬스장에 회비를 내야 할 것이다.


수영 또한 꾸준한 지출이 요구된다. 집에 수영장이 딸려 있지 않는 한, 수영장을 다녀야 한다. 게다가 처음에는 강습도 받아야 한다. 물론, 요가나 필라테스에 비해 강습비가 싼 편이지만, 월급의 일정 비율을 투자해야 하는 건 맞다. 이에 비해 러닝화와 일부 액세서리를 제외하면, 러닝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로(0)'에 수렴한다.


또한 러닝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발이 닿는 어느 곳이든 운동장이다. 아침에는 동네 산책길,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 공원에서 달릴 수 있다. 만약 달리기를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둘이 원하는 곳을 러닝 코스로 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러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꾸준한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것.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두 가지 어플이 있다. 하나는 러너들이 많이 쓰는 '나이키 러닝(NRC)'이다. '러닝 시작' 버튼을 누르고 달리기가 끝나고 '정지' 버튼을 누르면 달린 거리, 달리기 평균 속도, 달린 시간이 기록된다.


나이키 러닝 어플


두 번째는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이다. 앞서 말한 나이키 러닝 앱과 연동하면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달린 기록을 사진 한 장으로 만들어 인스타 스토리에 공유하면 일종의 '선언 효과'가 발동한다. 인스타 팔로워들에게 러닝을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제성을 부여하는 전략이다.


앱을 이용하면 내 기록을 보며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나 스스로도 꾸준히 나아지는 기록에 만족하며 자존감이 상승한다. 그러니까 러닝은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러닝은 무릎 부상의 위험이 높은 운동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고 스마트폰의 힘을 빌려서 꾸준히 하기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목표를 정해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5만 조회수의 가르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